정일용 연합뉴스 대기자가 연합뉴스 사장 공모에 지원했다. 정 기자는 1987년 연합뉴스(당시 연합통신)에 입사해 해외국, 사회부, 북한부, 논설위원, 민족뉴스부장, 제40대 한국기자협회장 등을 거치며 북한 전문기자로 활약하고 있다. 6·15 남측위원회 언론본부 공동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정 기자는 현재의 뉴스통신진흥법 제정을 주도한 인물 중 하나다. 1997년 연합뉴스 노조위원장직을 맡았을 당시 프랑스에는 ‘AFP법’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이를 참고해 ‘연합뉴스 바로세우기’ 특위를 설치하고 ‘연합통신사법’ 제정을 추진했다. 처음엔 사내외 반응이 좋지 않았지만 2000년 김근 사장이 취임하면서 전사적으로 추진했고, 2003년 연합통신사법은 아니지만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을 제정하면서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의 지위를 만들었다.

정 기자는 2일 미디어오늘에 “법을 제정할 당시 독립성과 경영안정,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했다”며 “경영안정은 그런대로 성과가 있었는데 정치·경제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처참하게 일그러졌다”고 현 연합뉴스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그는 “언론사다운 언론사, 통신사로서 역할을 다하는 언론사를 만들기 위한 갈망이 있는데 이제 직접 나서서 실현해보고 싶다”며 출마 포부를 밝혔다.

▲ 정일용 연합뉴스 대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 정일용 연합뉴스 대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다음은 정 기자와의 일문일답.

-사장 지원자 11명 중 10명이 연합뉴스 출신이다. 다들 연합뉴스에 대한 애정이 있을 텐데 정 기자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1987년 1월1일 당시 연합통신에 입사했다. 당시 연합통신이 뭐하는 곳인지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난 대학 다닐 때부터 여기 오겠다고 작정해 사전답사도 하고 선배들을 만나서 알아봤다. 재수해서 입사했다. 주변에서 나보고 왜 연합 이야기만 하느냐며 ‘연합맨’이라고 한다. 난 연합뉴스가 언론사다운 언론사로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계속 연합뉴스에 있었고. 그런데 평사원으로서 한계를 느끼고 있다. 직접 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세 가지 욕망이 있었다. 뉴스통신진흥회법 제정, 내외통신 인수, 평양에 지국 설치. 법은 만들어졌지만 부족한 부분이 보이고, 마지막 것은 못하고 있다.”

- 현재 연합뉴스가 해당 법 제정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법을 제정할 때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다. 독립성하고 경영안정. 경영안정 쪽은 그런대로 성과가 있었는데 정치경제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은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고민을 많이 했던 것이 우리가 법도 제정을 하고 여러 가지 장치도 만들었다. 공정보도위원회, 편집위원회도 만들게 돼있고, 윤리위원회도 구성하는 등 여러 장치가 있는데 제대로 작동이 안 됐다. 그것들을 제대로 하면 정치경제 권력 독립성을 확보를 할 수 있다. 결국에는 사람 문제, 경영진의 리더십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 지난 정권들을 볼 때 현 법률에서 사실상 정권이 개입할 수 있다.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그렇다.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연구하려고 한다. 현재 진흥회 이사 구성이 크게 두 부분이다. 국회를 통해 입법을 했는데 여·야·국회의장 한 표씩 추천권을 줬다. 정부는 주요한 고객이다. 또 하나는 고객사. 신문과 방송 쪽에도 추천권을 줬다. 이제는 고객에도 변화가 있다. 포털 등도 새로운 고객이 됐다고 본다. 시민단체나 언론단체도 새로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시 법을 만들 때도 고민했는데 대표성 문제가 있어서 넣진 못했다. 시민참여 저널리즘을 1번 가치로 두었다.”

- 국회에서 연합뉴스 문제에 관심 있는 의원이 없는 것 같은데.

“법 제정할 때도 처음 얘기를 꺼내 제정하기까지 6년이 걸렸다. 관심을 끌어내야 한다. 처음에 법을 제정하면 혈세가 투입된다고 여러 차례 얘기를 했다. 정당하게 간섭할 부분이 있으면 받아들이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생각만큼 관심을 가진 사람들(국회의원 등)이 적다. 물론 연합뉴스가 뭘 잘못하면 질책은 많이 받고 있지만.”

▲ 정일용 연합뉴스 대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 정일용 연합뉴스 대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 평양에 지국을 개설하고 싶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이유는?

“북한 관련 보도에 대해 먼저 얘기해보겠다. ‘사실보도’라는 것은 저널리즘의 기본 중 기본이다. 그게 제일 안 지켜지고 있는 분야가 북한 관련 보도다. 한 언론사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죽었다고 해놓고 정정도 안하고 있지 않나. 사실보도부터 하자고 주장을 해왔다. 그래서 평양지국 개설 문제를 언론에서는 왜 추진하지 않는지 의문이 있다. AP가 제일 먼저 평양에 들어갔고, 교도통신·AFP도 들어갔다. 정작 제일 먼저 뚫었어야 할 한국에서는 그런 말이 나오지도 않는다. 남북 교류가 활발할 때는 지금처럼 사실이 아닌 보도가 횡행하지 않았다. 엉터리 보도행태도 상당히 견제가 될 것이다.”

- 북한 전문기자여서 그런가, 친북성향이라는 비난도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사실보도’라는 저널리즘 원칙 안 지켜지는 것에 대해 비판했을 뿐이다. 1999년 북·중 백두산 일대 국경 조약을 최초로 확인해 기자상을 받은 적이 있다. 중국이 한국전쟁 참전 대가로 백두산 천지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알려졌지만 국경조약을 확인해보니 천지의 5분의 3이 북한 영토라는 것을 알게 됐다. 종전엔 북한 언론 보도를 인용할 때 반드시 내외통신을 인용해야 했는데 국민의 정부 들어와 북한 원전을 인용보도할 수 있도록 당국에 요청해서 바꿔 1998년 통일언론상을 받았다. 한 예로 북한 노동단 간부 중에 ‘서관히’라고 있었다. 방송으로 들어서는 제대로 알 수가 없다. 국내 언론이 ‘서관희’라고 쓰기도 했다. 사실을 정확히 보도하자는 목적으로 주장을 해왔을 뿐이다.”

- 연합뉴스 기자들의 노동 강도가 센 편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연합뉴스에서 계속 듣고 배워온 것이 ‘한쪽으로 치우쳐선 안 된다’였다. 보수에서 진보까지 전부다 처리를 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어떤 언론사든 ‘생각’이 있다. 그것은 치우치라는 게 아니라 연합뉴스의 사시, 뉴스통신진흥법, 헌법 등의 가치 실현을 기준으로 삼아 기사를 취사선택해야 하자는 뜻이다. 그 기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이런 것까지 써야하나 싶은 기사도 있다. 24시간 돌아가는 건 어쩔 수 없긴 하다. 대신 업무강도가 세니까 유연성을 둬서 재택근무 인정하는 폭을 넓히고 싶은 생각이 있다.”

- 통신사 특성상 연합뉴스의 오보는 더 치명적이다. 기사에 대한 책임성을 높일 방안은?

“기사 실명제를 도입하고 꽤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는 실명제를 도입하면 효과가 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별로였다. 기자이름 뿐 아니라 데스크 이름도 집어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외국에서는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다.”

- 경영자는 수익창출방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사의 상품은 기사다. 상품을 잘 만들어야 팔릴 거 아닌가. 그게 제일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통신기사는 텍스트 중심인데 영상을 보강하고 싶다. AP같은 경우는 APTV가 오래전부터 있어 광대한 취재망이 있다. 곳곳에서 영상을 찍어 그것을 판매한다. 동영상 쪽을 보강해 영상 그 자체로 기사를 만들고 텍스트와 결합해 새로운 수익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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