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시사 고발 프로그램 ‘뉴스토리’에서 쫓겨난 작가들이 “프로그램 개편과 관련해 작가들에게 이해를 구했다”는 SBS 사측 해명에 대해 지난달 28일 “일방적인 통보였을 뿐”이라며 반박했다.

앞서 뉴스토리 작가들은 지난달 23일 ‘시사를 강화하겠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SBS가 자신들을 부당하게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등 5개 정부 부처에서 방송계 ‘을’의 권리 보장을 위해 표준계약서를 권고했고 이에 따라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전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방송작가들은 실질적으로 방송사의 지휘 감독을 받아 노동자성이 있음에도 프리랜서라는 이름 탓에 프로그램이 개편될 때마다 고용 불안을 겪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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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뉴스토리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SBS 뉴스토리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SBS 사측은 지난달 27일 미디어오늘 등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 SBS는 “기자들과의 협업, 시너지 효과 등등 최상의 결과물을 위한 최적의 조합을 찾는 고민 끝에 내려진 결정”이라며 “포맷 변경으로 인해 함께 일하는 작가의 숫자가 절반 이하로 줄게 됐고 잔류를 원하는 분들이 모두 함께 가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에 작가들은 “사전에 개편 논의나 작가 평가 기준이 작가들과 전혀 공유되지 않았다”며 “지난달 23일 오후 5시경 해고 통보를 받은 한 작가가 문제를 제기하자 그제야 부장은 해고 기준(기자들과의 협업 등)을 작가에게 얘기했다. 그동안 제작했던 프로그램으로 다수 수상 경력을 가진 해당 작가는 이를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반박했다.

또한 “‘고민’은 객관적 평가 기준을 만든 뒤 이루어진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한 뒤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있다면 왜 공개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 서울 양천구 SBS 사옥. 사진=연합뉴스
▲ 서울 양천구 SBS 사옥. 사진=연합뉴스

작가들은 “아이템 선정은 물론 프로그램의 전 제작 과정은 팀을 이룬 기자와의 협의와 데스크 승인으로 이뤄진다. 특정 작가 개인의 성향으로 아이템이 결정되거나 오로지 작가 능력으로 결과물의 완성도가 결정된 것이 아니”라며 “그것이 온전히 작가 책임이라면 기자와 데스크의 무능함을 시인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작가들은 SBS가 “지난달 23일 오후 작가들에게 개별적으로 면담을 신청해 이해를 구했다. 앞서 작가들과 1대1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관련 내용도 개별 면담을 통해 전달했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작가들은 “지난달 22일 오후 5시부터 작가를 배제한 기자단 회의가 1시간가량 진행됐고 바로 이어 부장과 정리 대상에서 제외된 최고참 작가만의 2차 회의가 있었다”며 “한 시간 반 넘게 두 번의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작가들은 사무실에 남아 그저 기다렸다. 최소한 전체 팀에 회의 결과에 대한 공지가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두 차례 회의 직후부터 이뤄진 건 개별 정리 통보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1대1로 계약을 맺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계약서는 채용과 함께 이뤄진 것이 아니라 2월 초에 일괄적으로 작성됐고, 임금 외에는 작가별로 계약 기간이나 근로 조건 등 계약 조항에 차이도 없었다”며 “왜 ‘1대1 계약이므로 작가들에게 개별 통보를 했다’는 말을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한 자리에 모아놓고 인력 감축 규모를 전체 작가들과 공유하게 되면 ‘대량 해고에 대한 반발이 커질까’ 우려했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SBS는 계약 기간을 2018년 1월2일부터 3월30일까지로 정하면서 개편이 3월 말께 있을 수 있다고 밝혔으며 개편이 있을 경우 계약이 종료될 수 있다는 점도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작가들은 “사실무근”이라며 “작가들은 2월2일 개별적으로 계약서가 든 봉투를 받았고 당시 개편 가능성과 계약 기간에 대한 설명은 전혀 듣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해당 계약서에는 계약 기간이 1월29일부터 3월30일로 돼 있었다.

작가들은 “이는 합의라고 표현할 수 없다”며 “게다가 당시 문제의 소지가 될 문구들에 대한 수정을 요구했으나 그 뒤에 작가들은 수정된 계약서를 받지 못했다. 어떤 계약서를 근거로 계약 효력을 주장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작가들은 SBS 측에서 “작가진 교체는 개편으로 인한 불가피한 계약 종료이지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3월30일이라는 계약 기간 종료일도 지키지 않았다”며 “두 달짜리 계약서에 사인하게끔 한 뒤 부당 해고가 아니라는 해명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작가들은 “뉴스추적을 시작으로 현장21 그리고 뉴스토리에 이르기까지 SBS 보도 제작 프로그램은 개편을 구실삼아 작가 교체를 해왔다. 그 절차는 늘 일부 책임자들에 의해 결정돼왔고 과정 또한 비밀리에 진행됐다”며 “‘포맷 변경에 따른 관행’이라는 관행적 답변이 아닌 구체적인 근거와 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SBS 보도 제작물이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만들어내는 걸 원치 않는다”며 “공식 사과·재발 방지 대책 및 작가들 거취 해결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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