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에게 고개를 숙였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이 같은 내용의 ‘가짜뉴스’ 이미지가 논란이 됐다. 김영철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남자가 나온 사진에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설명이 붙은 이미지가 유포된 것.

팩트체크 전문매체 뉴스톱에 따르면 한 누리꾼이 페이스북에 해당 사진을 공유하며 “이럴 바에야 차라리 문재인이 아니라 김영철을 대통령이라 하는 게 낫겠다. 이런...”이라는 게시글을 쓴 게 발단이다.

해당 사진에는 고개를 숙인 남자가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언급은 없었지만, 이후 문재인 대통령으로 명시한 이미지가 트위터를 통해 유포됐다. 고개를 숙인 남자 옆에 ‘문재인’이라는 설명이 붙고 “문재인 대통령 아무래도 수상함!”이라는 문구도 쓰여 있다.

▲ 논란이 된 가짜뉴스 이미지.
▲ 논란이 된 가짜뉴스 이미지.

물론, 사진 속 인물이 안경을 쓰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이 가운데 통일부가 누리꾼의 질문과 노컷뉴스의 취재에 “호텔 관계자로 확인됐다”고 답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번 가짜뉴스가 유포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책임은 유포자에게 있겠지만 유포 과정을 살펴보면 언론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물론 언론이 사진 속 인물을 가리켜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한 적은 없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고개 숙인 남성이 정부 관계자라며 사실과 다른 비판이 쏟아졌다. 이 사진을 토대로 정부를 비판하는 만평을 그린 시사만화가 윤서인씨 역시 정부 관계자가 고개를 숙인다는 점을 전제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고개를 들고 한 손으로 악수하는데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두손을 모아 지나치게 정중하게 악수를 했다면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는 가짜뉴스가 아닌 언론사의 보도였다. 뉴스1은 지난달 25일 해당 사진을 올리며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통일선전부장)이 25일 오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 도착해 남측 환영인사와 악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과 다른 ‘남측 환영인사’라는 표현 탓에 남성이 한국을 대표하는 정부측 인사로 인식되게 한 것이다.

여기에 중앙일보는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논란을 중계하면서 이슈를 확산시켰다. 중앙일보는 “김영철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남성 누구? ‘정부 관계자’ vs ‘호텔 관계자’”보도를 통해 “현재 SNS에서는 사진 속 정장 차림 남성이 정부 관계자인지, 호텔 측 관계자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해당 기사에는 “아~오~ 이 사진보고 엄청 열받았었는데.. 누구인지 밝혀라.. 호텔관계자가 인사할 일은 없을 거고..”등의 댓글이 달렸다.

최초 기사 작성 때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게 발단이었고, 사실확인 대신 논란을 중계하는 보도가 오해를 키운 것이다. 가짜뉴스 유포자만 탓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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