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현 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이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 사장에 지원했다. 지난달 28일 뉴스통신진흥회(이사장 강기석)가 발표한 지원자 11명 중 10명이 연합뉴스 전·현직 임직원이었다.

정 전 국장은 중앙일보를 시작으로 대한매일(현 서울신문), 오마이뉴스 등에서 20여 년간 기자생활을 했고,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사무처장·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이사 등을 지냈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했고 이후 현대사 관련 기록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졌다. 현대사 등 30여 권의 책을 펴냈다.

친일문제 연구가이자 언론개혁을 주장해 온 언론인 출신인 정 전 국장은 공영매체인 연합뉴스의 적폐청산을 시대적 과제로 봤다. 그는 “연합뉴스에도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주어져있다”며 “내부 인사가 문제를 잘 안다고 해도 알고 있는 것과 해결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라며 인연에 얽매이지 않는 개혁 사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연합뉴스의 홍보맨을 자처하겠다고 했다. 연합뉴스가 왜 정부 구독료를 받는지, 받아서 어디에 쓰는지, 연합뉴스 소유 구조는 어떤지 등을 투명하게 알리고 연합뉴스 구성원들이 스스로 공영매체 종사자라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향후 연합뉴스가 나아갈 길을 사회적 논의를 통해 찾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연합뉴스 관리·감독 기구인 뉴스통신진흥회를 비롯해 사장추천위원회 주요 인사들이 모두 연합뉴스 외부 인사로 꾸려져있다. 공영언론 개혁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반영됐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KBS·MBC에 이어 연합뉴스 사장 역시 공개 설명회를 거쳐 선출할 예정이다.

▲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정운현 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이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통해 연합뉴스 사장 출마 이유에 대해 밝히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정운현 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이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통해 연합뉴스 사장 출마 이유에 대해 밝히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정 전 국장은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평가받고 싶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의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이 정 전 국장을 통해 실현될 수 있을지 미디어오늘은 지난달 28일 오전 광화문에서 그를 만났다.

- 연합뉴스 사장이 돼야 하는 이유는.

“나에게는 두 가지 면모가 있다. 친일파 등 한국현대사 연구자, 또 하나는 기자 출신이고 언론개혁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언론인. 두 가지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지만 맥을 같이 하는 점도 있다. 연합뉴스의 경우 적폐, 즉 지난 9년에 대한 역사 청산이 당면 과제다. 그것이 인적 청산이든 제도적 청산이든. 현대사를 통해 본다면 친일파 청산과 같은 큰 숙제가 주어졌다. 연합뉴스에는 적폐 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주어져있다. 이런 상황에서 역사 연구자이자 언론개혁에 관심을 가져온 사람으로서 공영매체 연합뉴스 수장이 돼 개혁을 선도하는 게 필요하다.”

- 사장 지원자 11명 중 유일하게 외부 인사다. 외부 인사에 대한 거부감이나 ‘연합뉴스 출신이 내부 문제를 더 잘 알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연합뉴스 내부에서 개혁과 청산을 위해 투쟁한 분들의 공을 높이 사야 한다. 지금 연합뉴스가 처한 상황에서 체제 안정이 우선이 아니라고 본다. 혹자는 내부 인사가 내부 문제를 더 잘 알 수도 있다고 하는데, 얼굴에 묻은 숯검정을 자기는 보지 못한다. 남이 지적해주거나 거울을 봐야 안다. 내부 인사가 문제를 잘 안다고 해도 알고 있는 것과 해결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다. 

내부 인사는 오랜 세월 같이 있으면서 인연으로 얽혀있다.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현실 속에서 그런 인연을 잘라 내거나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나는 누굴 잘 봐줄 이유도 불리하게 대할 이유도 없다. 원칙적인 정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구성원들로서는 ‘외부 인사가 들어와 조직을 흔들까’하는 두려움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가 치료는 어렵다고 본다. 순혈주의, 외부 인사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등은 조직의 근본 문제를 치유하는 데 저해 요인이 된다. 

진정으로 조직을 살리려면 그런 고정관념부터 탈피해야 한다. 또 경영자가 내부 사정을 시시콜콜 다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큰 문제, 고질적인 문제, 구조 문제를 진단해 처방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연합뉴스가 오늘내일 쓰러져 죽을 중환자는 아니지 않느냐.”

- 적폐 청산을 어떻게 진행할지 조금 더 설명한다면.

“6개월 한시 조직으로 ‘적폐 청산을 위한 노사공동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의 적폐 청산은 한국사회 전반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 시대를 매듭짓는 자연스러운 것이지 보복 차원이나 정치적인 행위가 아니다. 적폐 청산은 노조를 통해 자연스럽게 분출됐고 다수 구성원도 공감하는 문제다. 

종아리를 맞을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고, 몇 대를 맞아야 할 것도 알고 있고, 왜 맞아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방법론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는데 노조에서 이 문제에 대해 지적해왔으니 (연합뉴스 사장으로서) 함께 할 수 있다고 본다. 외부의 목소리도 반영해 합리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인적·제도적 청산을 할 것이다.”

- 연합뉴스의 가장 큰 문제가 뭔가.

“한국 사회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기레기’라는 단어가 전면에 등장했다. 소위 ‘기레기’는 신문에도 있고 방송에도 있고 인터넷 매체에도 있다. 그런데 왜 연합뉴스·KBS·MBC 이런 매체에 더 분노하고 주목하는가. 공적매체라는 점 때문이다. 연합뉴스는 연간 300억원 대의 정부 구독료를 받고 있다. 국민이 소비자이자 주인이란 말이다. 그러면 매체에 종사한 사람들은 소비자이자 주인에게 최상품의 뉴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주인들이 느끼는 박탈감이 민영매체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 기자들에게 공적 영역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 공적 매체에 소속돼 있다는 것을 얼마나 자각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국민을 바라보는 공영통신, 연합뉴스’가 캐치프레이즈다. 국민을 바라보지 않았다는 전제가 들어가 있다. 정권이 아니다. 국민이다. 일부 문구가 수정될 수도 있지만 사장이 되면 연합뉴스 홈페이지 등에 저 문구를 박을 거다. 

정부 구독료가 제값을 못한다면 받지 말아야 하고, 받는다면 제값을 해야 한다. 당당하고 떳떳하게 생각해야 한다. 구린 뒷돈을 받는 것처럼 저자세를 보이거나 애걸복걸할 필요도 없다. 받은 만큼 최선의 노력을 하면 된다. 사장 직속으로 ‘공영성강화 특별위원회’를 반영구 조직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편집국 간부뿐 아니라 외부 인사도 포함해 보도나 사업 전반에 걸쳐 점검할 계획이다.”

- ‘연합뉴스 공적역할 제대로 알리기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는데, 그 이유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다. 실제로 연합뉴스가 하는 공적 기능이 있다. 예를 들어 국내 뉴스를 6개 언어로 해외에 전파하거나 전 세계 33개 주요 도시에 60여명을 파견해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한다. 민간 기업이 할 수 없는 일이다. 국내에서도 오지와 접경지역까지 취재 인력을 보내 현장 소식을 전하고 정보 격차를 줄이고 있다. 자긍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한 공영성에 버금가는 후속 알림 장치도 만들어야 한다. 공영매체인 만큼 300억원대 받는 정부구독료, 지출 내역도 매년 공개할 거다. 사장을 비롯해 임원들 법인카드 내역도 공개하겠다.”

▲ 정운현 연합뉴스 사장 지원자의 블로그.
▲ 정운현 연합뉴스 사장 지원자의 블로그.

- SNS활동이 활발하다. 사장 돼도 할 건가. 

“당연하다. 오히려 더 열심히 할 거다. 다만 사인(私人)이었을 때와 달리 정치적이거나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선 삼갈 것이다. 경영자이기 때문에 연합뉴스 알리기에 중점을 두고, 평소에 관심을 가져왔던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동시대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할 수 없다. 

최근 가장 인상적인 사람이 있다. 독일대사로 부임한 정범구 전 의원이다. 대사라고 하면 근엄하고, 외교 사안을 다루니 비밀주의·엄숙주의가 만연해 있는데 정범구 대사는 독일 이야기, 한독 관계 등을 SNS에 올려준다. 그동안은 대사관과 관련해 홈페이지에 드러난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각종 사람이야기, 대사의 일과 등을 알려주면서 페이스북 친구들로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고 있다. 전직 총리와 한독 관계에 대해 얘기한 게 비밀은 아니지 않나. 나 역시 SNS를 통해, 또 매체를 다양화해서 연합뉴스를 알리는 최일선 홍보맨을 자처하겠다.”

- 뉴스 도매상 연합뉴스는 소매상 영역에도 주력하며 고객사와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연합뉴스 본질은 도매상이다. 소비자가 일반 국민이 아니라 언론사였다. 본질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매체 환경이 변했다. 포털이라는 새로운 놀이터가 생겼다. 연합뉴스가 이 놀이터에서 놀지 않을 순 없다. 그래서 도매상 기능과 하나의 매체로서의 기능이 충돌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언론계가 연합뉴스에 갖는 기대감이 있고, 일반 소비자의 입장도 있다. 연합뉴스 기사를 전재하는 회원사들에게만 공개하고 기사를 닫아놓을 경우 어떤 문제가 생겨날 것인가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도매상이라고 해서 독자들에게 뉴스를 공급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정부 구독료를 낼 이유가 없다. 특정 정권이 사비를 낸 건 아니지 않느냐. 그래서 사회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연합뉴스는 회원사를 상대로만 기사를 제한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게 국민적 합의라면 거기에 따르는 것이다. 정부 구독료 받는데 국민 상대로 서비스 안 하냐는 불만도 나타날 수 있다. 연합뉴스의 성격, 매체 소유 구조, 주주 구성, 재정 수익 구조, 뉴스 도매상으로서의 본분 등을 언론 소비자들은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과다한 요구나 오해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연합뉴스 역할과 속성에 대해 잘 알리는 게 필요하다.”

- 쓴소리를 주로 했는데 구성원들 사기 진작 방안으로는 뭐가 있나. 

“사람 숫자나 장비, 화려한 빌딩이 곧 매체 파워는 아니다. 사기가 충천되면 일당백을 구현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기자직의 경우 무리하게 기사 출고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충분하게 취재해 기사 완성도를 높이고 독자에게 호소력이 있는 기사를 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면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자기 일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가는 게 최고의 사기 진작책이라고 본다. 

박노황 체제에서 무너진 편집총국장제와 같은 제도는 취임 후 바로 부활시킬 거다. 민주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취임 즉시 사장실을 개방하고, 노사 정례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여성 간부가 극도로 부족하다. 여성 중용의 토대를 만들겠다. 역량 있는 여성이 있다면 임원으로 발탁할 것이다. 최근 남북 관계가 개선되는 분위기다. 여건이 조성된다면 남한 언론 최초로 평양에 특파원을 파견해 생생한 북한 소식을 전하고 민족 화합에도 기여하고 싶다.”

- 통신사 기자들의 노동 강도 높은 상황에서 취재 완성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가능할까. 

“왜 그리 기사를 많이 쓰는가. 많이 쓰라고 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 많은 기사는 다 좋은 기사였고 바람직한 기사였는가. 정작 써야할 기사인데 안 쓴 것도 많다. 좀 더 자세히 써야 할 기사인데 그렇지 않은 기사도 있다. 힘을 비축했다가 써야할 때 써야 한다. 때때로 크게 의미 없는 일에 힘을 쏟아 힘 조절을 못한 건 아닌가. 

많이 쓰는 게 능사는 아니다. 지금 비판받는 것도 이 부분이다. 연합뉴스 기자들이 기사 적게 쓰면 비판받나. 소비자들이 기사 양이 적다고 불만이 심한가. 지금보다 많이 쓰면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자들 혹사시키는 거 반대한다. 각 부서별로 기사 적절량, 기자별 적절량을 조사할 거다.”

- 경영진은 결국 경영 성과를 내야 한다. 수익 창출 방안으로 무엇을 생각하는가. 

“연합뉴스는 다른 매체에 비해 해외망이 많고 제휴사도 많다. 그 인프라를 수익 사업과 연결시켜야 한다. 공개 프레젠테이션 때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연합뉴스 신임 사장 공개모집 접수가 끝났다. 연합뉴스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오는 5일 연합뉴스 사장 공모 지원자 중 5명 이내의 공개 설명회 대상자를 서류심사를 통해 선정하고 오는 6일 오전 10시부터 연합뉴스 사옥 연우홀에서 공개 설명회를 진행한다. 이날 설명회는 연합뉴스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된다. 사추위는 공개 설명회 내용을 심사해 3명 이내의 후보자를 뉴스통신진흥회 이사회에 추천할 예정이다. 진흥회는 오는 8일 면접을 통해 최종 후보자를 확정하고 오는 28일 연합뉴스 주주총회에 최종 후보자를 추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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