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및 위계에 따른 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MeToo’(미투·나는 고발한다) 운동이 초·중·고등교육 현장에까지 확대됐다. 제보를 받는 SNS 페이지 운영자는 “교사와 관리자 간, 교사 간, 교사와 학생 간, 학생 간 등 학교 구성원 간에 수많은 성폭력 사건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이며 피해자와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의 글 게시자 A씨는 지난 2월28일 교육현장 성폭력 사건을 제보받는 페이스북 페이지 ‘스쿨미투’에 30년 전 남성 담임교사로부터 당한 강제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 사진=스쿨미투 페이스북 페이지(@schoolmetoo)
▲ 사진=스쿨미투 페이스북 페이지(@schoolmetoo)

“88년 ㅊㄷ국민학교 5학년 0반 담임이었던 ㅎㅂㄹ을 고발한다”고 운을 뗀 A씨는 “그는 자신의 반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했으나 아무 징계없이 장학사를 거쳐 서울00교육장까지 지내고 퇴임했다”고 적었다.

A씨는 “친구들이 야외수업을 할때 저만 교실로 불러서 무릎에 앉히고 쓰다듬더니 제 입술에 자기 입술을 가져다댔다. 제가 싫은 티를 내자 '아빠하고 뽀뽀안해? 아빠라고 생각해'라고 하며 계속하더니 자기 혀를 내밀어 핥았다”며 “그러더니 '너도 혀를 내밀어봐'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A씨는 “당시 야외수업을 할때면 한명씩 교실에 불려들어가 비슷한 일을 당한 친구들이 우리 반에 한둘이 아니었다”고 적었다.

A씨의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알고 학교를 방문해 항의했으나 해당 학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A씨의 어머니는 다른 피해 학생 학부모들에게 연락해 집단항의를 제안했으나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학교로부터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거절했다.

A씨는 “그 후 어떤 행사자리에서 그가 00교육장으로서 인사말을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집을 알아내 가족에게 폭로할까 00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릴까 하다가 잘못한 건 그 인간인데 제가 힘들어 하는 게 억울해서 그냥 잊기로 하고 참고 살았다”고 밝혔다.

A씨는 “초등학생을 성추행한 자가 이후 다른 직책을 수행하면서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내지 않았을 거라고는 믿지 않는다”며 “ㅎㅂㄹ은 지금이라도 가해사실을 인정하고 저를 포함한 피해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A씨는 이어 교육계를 향해 “초등학생을 성추행해 30년이 지나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사람이 징계는 커녕 교육계의 요직을 수행하고 평화롭게 은퇴하도록 용인한 교육계 승진제도는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사진=스쿨미투 페이스북 페이지(@schoolmetoo) 캡쳐
▲ 사진=스쿨미투 페이스북 페이지(@schoolmetoo) 캡쳐

간부교사들의 일상적 성희롱 행태도 폭로됐다. 초등학교 교사라고 밝힌 B씨는 지난 1일 미투 동참 글을 통해 “첫 담임 때부터 2년 동안 저를 많이 도와주고 챙겨준 학년 부장 L교사가 어느 날 회식 자리에서 술에 많이 취해 헤어질 때 제 두 손을 잡고 쓰다듬으면서 내가 샘을 좋아한다는 식의 말을 하며 손을 놓지 않고 계속 잡고 있었다”고 밝혔다.

B씨는 “그 이후에 똑같은 일이 반복됐고 저는 그 분과의 회식 자리를 피하는 선택을 통해 그 일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후) 그냥 친한 사람끼리의 따뜻한 격려의 스킨십일 뿐인데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그 사람이 나를 어린 여자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존중했다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뒤집어 놓았다”고 적었다.

경기도 내 한 학교에서 근무하는 C씨는 교장·교감의 성차별을 고발했다. 지난 2월26일 ‘#일상같은성희롱’ 태그를 달고 글을 쓴 C씨는 첫 부임한 학교의 남자 교감이 ‘새댁도 결혼하면 한 달 동안 한복을 입고 생활하듯 한 달 동안 정장을 입으라’ 강요했고 때때로 자신을 찾아와 ‘예쁘게 입으라’ ‘옆에 아줌마들처럼 입지 말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같은 학교의 교장은 항상 ‘아줌마들은 기분 안나빠 하는데 C씨가 아가씨라서 기분 나빠 할 수도 있는데’라며 말을 시작했다. 교장은 C씨에게 얼른 결혼할 것을 강요하며 ‘알지? 여자는 학교 하나 옮길 때마다 값어치 떨어지는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쿨미투는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의 폭로를 계기로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운동에 대해 “#MeToo 운동은 갑작스럽게 시작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던 여성혐오와 강간문화에 대해 많은 여성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며 서로를 지지하고 있는 운동”이라며 “학교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유해주실 여러분의 용기 있는 목소리를 기다린다. 우리들의 목소리가 쌓이고 높아져 갈수록 사회를 바꾸는 힘도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