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몰랐다” “실수였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 미디어렙이 소유제한을 위반한 사실을 뒤늦게 발견해 제재를 내렸다. 담당 부서는 “당시에는 문제를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동아일보와 특수관계자가 채널A 지분을 법정 한도인 30%를 초과해 소유하고 있던 것을 4년 만에 파악해 제재를 내렸다. 그때도 담당 부서의 답은 같았다.

정말 몰랐을까? 종편과 종편 미디어렙사들이 방통위가 감독을 못하는 타이밍에 기습적으로 주주 구성을 바꾼 게 아니다. 이미 주주 구성이 법을 위반한 상태에서 TV조선과 MBN의 미디어렙, 채널A 세 곳 모두 2014년, 2017년 두 차례나 승인·재승인 심사를 받았다. 주주의 적정성 등은 당연히 심사에 반영되는 항목인데도 당시에는 몰랐다는 게 방통위의 해명이다.

▲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사진=방통위 제공.
▲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사진=방통위 제공.

소유제한 위반은 종편과 미디어렙 재승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소유제한은 국회에서 무리하게 신문 방송 겸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시 야당의 요구로 그나마 여론독과점을 막기 위한 방지장치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방통위의 ‘실수’로 국회의 입법은 휴지조각이 됐고 시기를 놓쳐 제대로 된 처벌도 요원해졌다.

‘진실을 알게 된 타이밍’도 공교롭다. 박근혜 정부 내내 몰랐던 것을 갑자기 2017년 정권교체 이후에야 알게 됐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진짜 실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방통위의 태도가 잘못됐다. 두 사안 모두 방통위는 ‘종편의 문제’와 ‘제재 사실’만 보도 및 브리핑자료에 언급했다. 자신들의 ‘과실’이 분명함에도 이를 드러내지 않았다. 이 중대한 사안을 방통위는 서면 브리핑으로 대체하며 공개된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실수라 하더라도 중대한 사안이라면 진상조사, 담당자 처벌이 필요하지만 계획조차 없다.

지난 정부 방통위를 되짚어보면 수상한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종편 재승인 심사 때 오보·막말·편파방송 법정 제재 4건 이하를 유지하라는 조건이 나왔지만, 정작 선거 기간 동안의 방송은 예외라는 사실이 재승인 후 제보를 통해 밝혀졌다.

뉴스타파가 방통위가 사업자에 부과해야 할 100억원 대 과징금을 덮었다는 정황을 보도했고, 1심에서도 보도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방통위는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SK브로드밴드의 결합상품 가입자가 몇 년째 큰 규모로 축소신고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밝혀지기도 했다. 어김없이 “실수였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앞서 시민사회는 종편 미디어렙 봐주기 의혹에 관한 ‘진상조사위원회’를 제안했는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논란이 된 정책 전반을 다룰 적폐청산기구를 구성할 필요성이 있다.

특정인이나 세력을 적폐로 몰자는 게 아니다. 앞서 언급한 사안들처럼 은폐 정황이 있는 중대한 의혹에 관해 공개적인 조사를 통해 명백히 따지고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혹들을 제대로 털고 가지 못한다면 그 누가 방통위를 공정한 규제기구라고 생각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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