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장 출마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진 은수미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이 28일 사표를 냈다. 사실상 출마 선언만 남은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성남시장은 오는 6월13일 예정된 지방선거 중 서울시장 선거만큼 주목을 받는 곳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8년간 시장을 맡으며 여러 가지 실험을 시도했고, 대선 후보로 나설 만큼 인지도가 높은 지역이 됐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6월 지방선거의 전체적인 판세가 더불어민주당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은 편이다. 자유한국당 한 의원은 “사실상 서울과 성남 쪽은 어렵다고 본다”며 “인천이라면 모르겠지만 서울시장, 성남시장을 노리기에는 당의 지지율이 안 나오는 상황이고 여기에 나서는 인물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남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세가 예상되는 이유는 이재명 시장에 대한 지지가 그만큼 단단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성남시장은 이재명 시장이 빠지고 들어가는 자리’이기 때문에 결정적인 변수가 없는 한 판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거라는 게 대략적인 전망이다. 

최요한 평론가는 “성남과 용인은 경기도의 전체적인 진보성을 담보하는 지역이라고 본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유리한 것은 부정할 수 없고, 그 여부가 아마 경기도 전체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은수미 비서관도 이런 판세를 읽고 사표를 낸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 은수미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 사진=민중의 소리 ⓒ양지웅 기자
▲ 은수미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 사진=민중의 소리 ⓒ양지웅 기자
차기 성남시장 후보와 관련해 “이재명이 지지하는 사람이 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재명 시장이 지지하는 후보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이재명 시장은 경기도지사 선거 때문에 누군가를 직접 지원하기는 애매한 상황이다.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 성남시 분당구을)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성남시 수정구) 의원 등판설도 나오고 있지만 현실성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 지역에서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당에서 현역의원들이 나가는 분위기를 꺼려해서, 나갈 생각을 못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지역 의원들이 시장감 정도로 인기가 있거나, 대중성이 있는지도 잘 와닿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수미 비서관으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좁혀질 가능성이 높지만 변수가 있다. 기자 출신인 조신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기획단장이다. 실제로 조신 기획단장은 기획단장 자리를 사퇴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 단장이 김태년 의원과 김병욱 의원에게 출마결심을 밝혔다고 한다.

조신 단장은 참여정부 국정홍보처에서 홍보관리관으로 재직했고 18·19대 대통령선거 때 문재인 대통령후보 비서실 정책팀장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정책기획단 부단장을 맡았다. ‘친문’ 인사로 분류된다. 은수미 비서관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냈고 노동운동 출신이지만 상대적으로 ‘친문, 친노’와는 거리를 두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안팎에선 은수미와 조신의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1일~12일 성남일보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성남시장 후보 1위는 조신 단장으로 나왔다. 오차범위 내에서 그는 13.3%의 지지를 받았고,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1%로 2위를, 신영수 전 자유한국당 의원과 안성욱 성남시 고문변호사는 각각 7.6%, 7.5%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은수미 비서관이 등판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지지율 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 이재명 현 성남시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이재명 현 성남시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자유한국당에선 신영수 전 자유한국당 의원과 박정오 전 성남부시장 등이 ㅎ보로 거론된다. 신영수 전 의원의 경우 2014년 선거에서 이재명 시장을 상대한 경력이 있다. 바른정당에서 한국당으로 다시 복당했기 때문에 등판 가능성이 높다. 

박정오 전 부시장 역시 2014년에 이어 재도전이다. 한국당 내에서는 이미 ‘전략공천’ 이야기가 나온다. 경기도에서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에서 기초단체장도 전략공천한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성남시장 선거가 민주당에 유리한 판세지만 야권 후보가 단일화를 이룬다면 ‘누워서 떡먹기’ 선거는 아니다”라며 “현재 자유한국당에서는 박정오 전 시장이 거론되는데, 성남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엄 소장은 “성남시장에서 민주당이 강세라고는 하지만 또 이재명 시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분위기도 아니다”라며 “자유한국당에서 눈에 띄는 후보가 없긴 하지만 분당과 판교 쪽에는 분명히 보수적인 흐름도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변수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최요한 평론가는 “자유한국당이나 소수의 진보정당은 현재 쪼그라진 상태라서 크게 변수가 못된다고 본다”라며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평당이 어떻게 서로 저지를 하거나 도움을 주느냐, 공동전선을 꾸리느냐에 따라서 판세가 흔들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