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난타를 당하고 있다.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방송인 김어준씨가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게시물이 올라왔고, 동일인이 ‘장난이다’라며 글 삭제를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무분별한 내용의 비난 글이 올라오는 걸 막지 못했다며 게시판 운용을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됐다.

정치권은 진영논리로 포장해 국민청원 게시판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재옥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해묵은 진영논리로 사실관계가 어떻든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친정부 네티즌들도 문제지만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더 문제”라고 주장했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국민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본래 취지와 달리 아이돌 팬들의 다툼이나 특정인에 대한 집단 린치 등 억지스러운 요구가 쇄도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홈페이지 실명인증 및 회원 가입 후 청원 게시물을 익명으로 올릴 수 있게 하고, 청와대 답변시 작성자 아이디 일부를 공개토록 하면 무분별한 청원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인사들이 게시판 내용에 대해 곤혹스러운 입장을 밝혔다는 걸 강조하는 언론보도도 쏟아진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국민 의견 수렴은 좋지만 행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거나 국가의 행위를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달라는 (청와대에)요청을 하겠다”고 말했고, 임종석 비서실장은 “답변하기 부적절한 성격의 내용들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일부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국민청원 게시판 순기능을 강조하며 게시판 운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실명제 전환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실명제는 국민청원게시판의 본질인 익명을 보장한 소통에 정면으로 거스르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청원 게시물 중 답변 요건(동의 20만명 이상)을 채워 정부가 내놓은 답변은 ‘초중고 학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요청에 대한 내용이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교과서 집필 기준과 검정 기준에 양성 평등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양적, 질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이번 청원을 계기로 2011년 이후 멈춘 초중고 인권교육 실태조사를 연내에 재개해 성 평등 교육을 포함한 체계적인 통합 인권 교육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답했다.

청와대는 국민청원 게시판이 소통에 목말라하는 시민들의 요청을 충족시키는 창구가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거나 답변할 의지가 없는 정부의 폐쇄성 때문에 새 정부 들어 국민의 목소리가 쏟아졌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소통에 목말라하는 국민들이 그만큼 많다는 걸 방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임종석 실장이 “어쨌든 답변하겠다고 약속한 이상 곤란한 질문이라도 원론적 답변이라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 것도 국민청원 게시판의 취지가 소통에 있기 때문에 답변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정혜승 뉴미디어비서관실 비서관은 실명제 전환 등과 같은 조치를 논의하고 있느냐는 미디어오늘의 질의에 “현재 실명 게시판 전환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국민청원 게시판은 누구든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실명을 인증하는 대신 소셜 로그인 방식을 채택해 운영하고 있다. 익명으로 올리는 구조이다 보니 중복된 내용을 올리고 서명을 받으려는 어뷰징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청와대는 모니터링을 하고 삭제하고 있다. 명예훼손성 게시물 역시 모니터링을 거쳐 삭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허위사실과 같은 게시물 성격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게시판에 공지돼 있다.

▲ 청와대 국민소통 게시판 페이지.
▲ 청와대 국민소통 게시판 페이지.

다만, 청와대는 허위사실 유포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통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장치만 두겠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정 비서관은 “국민 청원에 대한 폐해를 지적하는 일부 보도가 있지만 저는 폐해보다 순기능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며 “분노와 한탄이라도 국민의 목소리이고 그걸 담아내는 기능도 한다. 정부가 해결사는 아니지만 국민의 질문에 답하는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정 비서관은 “청원 게시판이라도 없었으면 속 터질 뻔했다는 분도 있다. 청원에는 수준 높은 얘기만 올리라는 허들이 있는 게 아니다”며 “국민적 관심을 모은 청원에 대해 일단 문제가 많다고 전제하면서 청원 폐지까지 요구하는 일각의 목소리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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