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청 기자실이 한바탕 난리가 났다.

27일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직원이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기자실로 들어 닥쳤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는 인천시청이 기자실에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이날 직원을 인천시청 기자실로 파견보냈다. 권익위는 인천시청 출입기자단 소속 기자들이 쓰고 있는 고정석 부스를 인천시청이 특혜로 제공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민원을 접수 받았다.

기자실 운영과 관련한 부정청탁금지법 유권해석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민간기관이 합리적 사유를 들어 자체 기준에 따라 기자들에게 기자실을 제공하는 것은 사회 상규상 허용된다. 기자실을 제공받은 후 기자단은 고정석을 둘 수 있다. 다만 기자단의 자율적인 운영 방침에 따른 것이라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해당 기관이 고정석을 지정해 출입기자에게 배분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면 특혜로 볼 소지가 있어 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권익위는 인천시청 기자실 운영에 특혜 제공이 있었는지를 따지기 위해 현장 점검을 나온 것이다.

그런데 권익위 직원이 이날 오후 기자실을 방문하기 전 기자들과 대변인실 직원은 고정석에 붙어있는 매체명을 떼버렸다.

인천시가 특혜를 제공한 게 아니라면 고정석을 운영해도 법 위반 사항에 걸릴게 없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인천시청 중앙기자실은 기자들이, 지방기자실은 대변인실 직원이 고정석에 붙어있는 매체명을 떼버린 것이다.

결국 기자실 운영의 특혜 제공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온 권익위 직원은 인천시청 기자실이 마치 고정석 없이 열려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현장 조사를 마쳤다.

인천시청 대변인실은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현장 점검 전 고정석에 붙어있던 매체명을 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왜 대변인실 직원까지 나서 고정석으로 운영돼온 기자석의 상징인 매체명을 떼버렸는지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기자실 부스는 부정청탁금지법 제정 이후 해석에 따라 특혜 제공으로 볼 소지가 있어 부스에 붙어있는 매체명을 떼고 운영되고 있다. 보통 출입기자단이 고정석처럼 자리를 점하고 있지만 겉으로 봤을 때 열려있는 브리핑 공간처럼 기자실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경기도청 기자실도 고정석으로 돼 있었던 기자실 부스의 매체명을 떼고 운영 중이다.

인천시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권익위에 인천시청이 기자실에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며 “내용은 칸막이 기자실을 고정석으로 배치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오픈형으로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는데 논란이 돼서 현장 점검을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실이 자율적으로 고정석을 운영하는 건지 관점이 달라서 현장 점검을 왔고 지적사항에 대해 답변 자료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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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실 운영에 문제가 없었다면 왜 권익위 직원이 현장 점검을 하기 전 매체명을 뗐는지에 대한 질문에 “감사실로부터 현장 점검 온다는 얘기를 통보 받고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매체명을 뗀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자실도 시청공간으로 개방식으로 운영하는 게 원칙인데 자주 오는 기자들 자리가 고정석으로 굳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창선 인천시청 대변인은 “시청에서 제공하는 물품이 특혜라는 민원이 있었지만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 기자실 운영이 김영란법 위반 사항으로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소명서를 넣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기자실이 고정석으로 돼 있지 않고 열려있는 공간이라고 고지한 안내 표지문을 달아야 한다는 권익위 권고 의견을 수용해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익위는 “인천시청 기자실 운영 중 고정석 자리가 기자단의 자율적인 운영에 따른 게 아니고 시청 쪽에서 특혜를 제공한 것이라는 민원이 있어 현장 점검을 한 것으로 안다”며 “사전에 고정석에 붙어있던 매체명을 뗐는지 여부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천시청 출입기자 A씨는 “평소에는 명패를 걸고 고정석에 기자들이 앉아있는데 권익위 조사 현장 조사 소식을 듣고 명패를 뗀 것 자체부터 출입기자와 대변인실이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 어떻게 보면 위법 내용이라는 판단 하에 증거 조작을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고정석이 지정돼 거기에 따른 비용, 전화비나 부스비 등을 따져보면 특별한 혜택을 주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기자 브리핑실은 오픈돼야 한다는 게 원칙인데 특정매체의 기자만 결과적으로 사용한 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자실 고정석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특권으로 여겨져 갈등을 낳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7월 충남도가 출입기자실을 이전하면서 고정석을 없애고 개방형 브리핑실로 전환하겠다고 하자 출입기자단은 안희정 도지사와의 만찬과 기자간담회를 보이콧하고 기존처럼 고정석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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