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출근 직후 돌연사한 대한항공 하청노동자를 둘러싸고 과로사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업무량이 증가한만큼 인력을 고용하지 않는 ‘짜내기 경영’이 돌연사의 원인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22일 발표한 소논문 ‘항공기 지상조업의 노동실태와 개선방향-한국공항(주)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한국공항이 작업을 맡은 항공편수는 2010년 14만3347편에서 2016년 18만4303편으로 28.5%(4만956편) 가량 증가했으나 현장노동자는 2913명에서 3160명으로 불과 7.5%(220명) 가량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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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워킹페이퍼 '항공기 지상조업의 노동실태와 개선방향-한국공항(주)을 중심으로'(사회공공연구원, 2018)
▲ 출처=워킹페이퍼 '항공기 지상조업의 노동실태와 개선방향-한국공항(주)을 중심으로'(사회공공연구원, 2018)

이 연구위원은 이 격차가 2017년에 더 심화됐을 것이라 분석했다. 2017년 고용된 현장노동자는 전 해보다 187명 감소한 2973명이었기 때문이다. 물량이 꾸준히 증가한 추세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지난 1월 개항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공항 사업부문은 더 확대됐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즉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물량은 28.5%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노동력은 약 2.1%(60명) 증가했다.

‘항공기급유 공급량’도 업무량 증가를 방증하는 간접지표다. 항공공항 사업보고서를 종합한 결과, 2010년 854백만(G/L)이던 급유량은 2011년 894백만, 2013년 948백만, 2014년 976백만 등으로 꾸준히 증가해 2016년 1098백만까지 늘었다. 2010년 대비 28.5%(244백만G/L)이 증가했다.

현장직원들에 따르면 현장노동자수 통계가 드러내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전체 노동자 수만 유지됐을 뿐 신입 계약직 직원의 비율이 늘어남에 따라 노동강도는 더 세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1월 동안 사직자 현황을 보면 총 퇴직자 220명 중 70명이 경력직원이고 150명이 신입 계약직 직원이다. 한국공항엔 신입직원을 1년 계약직으로 채용한뒤 다시 1년을 갱신하면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관행이 있다.

램프조업 현장노동자 A씨는 지난 1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지상조업은 일의 특성상 숙련이 되지 않으면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기 힘듦에도 경력이 나간 자리를 신입이 메꾸고 있다. 같은 조에 경력직원이 나갈 때마다 일이 정말 힘들어진다”면서 “신입·경력을 불문하고 일이 힘드니 퇴사율이 높다. 신규채용을 해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에 따르면 한국공항은 “매출과 손익에서도 성장하고 있으며 자산과 부채 관련 지표도 안정적”이어서 경영상태가 양호했다. 매출액은 2010년 3637여 억 원에서 2016년 4421여 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10년 171여 억 원, 2013년 186여 억 원, 2016년 249여 억 원 등 2014년을 제외하면 2010년부터 항상 100억 원을 상회했다.

▲ 출처=워킹페이퍼 '항공기 지상조업의 노동실태와 개선방향-한국공항(주)을 중심으로'(사회공공연구원, 2018)
▲ 출처=워킹페이퍼 '항공기 지상조업의 노동실태와 개선방향-한국공항(주)을 중심으로'(사회공공연구원, 2018)

이 연구위원은 이 같은 상황을 만든 요인으로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모회사 대한항공의 단가 압박과 한국공항 자체의 무성의한 노무관리다.

한국공항 사업매출을 가늠할 수 있는 간접지표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한국공항 간 계약 단가는 꾸준히 감소했다. 이 연구위원은 ‘항공운수보조 사업매출’을 ‘항공편수’로 나눴다. 그 결과 2011년엔 228여 만 원이었던 금액이 2013년 221만 원, 2015년 206만 원, 2016년 201만 원 가량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대한항공과 체결하는 ‘지상조업 단가계약’도 유사한 추세를 따를 것이라 추정 가능하다.

이 연구위원은 “원청인 대한항공은 더 이상 한국공항을 돈벌이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6천 여 명의 한국공항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면서 “여전히 대한항공은 자신들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서 자회사에게 경영부담을 전가시킨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소속 노동자들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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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램프여객부 조업팀의 수하물 탑재·하역 작업 모습.
▲ 램프여객부 조업팀의 수하물 탑재·하역 작업 모습.

한국공항 지상조업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지난해 12월13일 이기하씨(49)의 사망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씨는 2017년 9월엔 9일, 10월엔 7일, 11월엔 7일을 각각 12시간 이상 근무했다. 이씨는 출근시간이 새벽4~5시부터 밤까지 제각각인 탓에 4~5시간 밖에 취침하지 못하고 출근한 때도 잦았다.

이씨는 사망 일주일 전엔 하루 14시간을 일했다. 항공기 12대의 화물을 적재하고 하역하는 작업을 제대로 된 휴식시간 없이 연속으로 처리했다. 또한 이씨는 6인 1조가 해야 하는 일을 인력이 부족해 3명 혹은 4명과 처리했다. 이씨의 일은 근력·체력 소모가 큰 데다 외부에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눈·비·한파 등에 그대로 노출됐다. 

△과도한 일 근무시간(1일 8시간 초과) △과도한 월 근로시간 △근무날 간 부족한 휴게시간 △근무 중 부족한 휴식시간 등은 한국공항 노동자 대부분이 겪고 있는 문제다. 항공정비부서의 한 노동자는 지난해 11월19일부터 한 주 동안 총 65.5시간을 일했다.

한국공항은 대한항공 및 대한항공과 계약한 외국항공사들의 지상조업을 맡는 대한항공 자회사다. 지상조업은 수하물 탑재 및 하역, 항공화물 조업, 항공기 급유·정비·기내식 등의 서비스를 말한다. 대한항공은 한국공항 지분의 59.54%를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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