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서 특정 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홍보성 기사로 덮는 ‘밀어내기’가 금전거래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가 유사한 기사를 묶은 ‘클러스터링’을 선보이자 이에 대응하는 신종 밀어내기·어뷰징이 속출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의 여론조작 행위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홍보마케팅대행사 A업체의 단가표·마케팅 제안서에 따르면 비판기사 밀어내기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A업체는 “포털에 부정적인 기사가 올라왔을 때 기업에 긍정적인 보도자료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1~2시간 내 게재해 부정적인 기사를 보이지 않게 해드립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이 비판적인 기사가 나올 때마다 홍보성 보도자료를 쏟아내면서 비판 기사가 검색 결과에 보이지 않도록 ‘밀어내기’를 한다는 의혹이 이어져왔는데, 실제 음지에서 거래가 이뤄진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 A업체의 네이버 기사 밀어내기 제안서.
▲ A업체의 네이버 기사 밀어내기 제안서.

A업체 관계자는 “네이버 검색 결과에 기사가 다섯 개씩 뜨는데 이걸 밀어내려면 최소 기사 다섯 개가 있어야 한다. 급하시면 예전에 썼던 보도자료를 주시면 우리가 그걸 지금 시점으로 내용을 손 봐서 부정기사를 밀어낼 수 있다”면서 “기사 건당 20만 원씩 받고 가격은 조율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야간이나 주말도 가능하다. 언제나 기사를 보낼 수 있는 언론사 10곳 정도와 계약이 돼 있다”면서 “야간이나 주말에는 기사 건당 30만 원씩 받는다”고 말했다.

A업체는 네이버 클러스터링에 대한 밀어내기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클러스터링은 포털이 뉴스 검색 결과에 유사한 기사를 ‘묶음’ 형태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기사 검색 결과가 단순히 최신순으로 정렬되는 게 아니라 유사한 내용이 담긴 기사는 클러스터링으로 묶어 제공하고 있어 밀어내기가 힘들다는게 그동안 네이버가 해온 주장이었다.

그러나 A업체 관계자는 “클러스터링은 90%정도 밀어낼 수 있다”면서 “부정기사가 클러스터링으로 묶여 있으면 클러스터링으로 밀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즉, 네이버에서 특정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이 묶여 클러스터링이 형성돼 있는 상황이면 긍정적인 소식A와 B를 각각 2~5건씩 언론사에 배포해 기사를 만든다. 그러면 긍정적인 클러스터링 A와 B가 상단에 노출되고 비판적인 기사묶음은 클러스터링 C는 검색 결과에서 밀린다.

클러스터링 밀어내기는 5~10개의 클러스터링 기사세트(기사 최소 10~20개)를 포털에 내보내야 한다. A업체 단가표에 따르면 클러스터링 단가는 최소 250만 원이다. 클러스터링군이 많을 수록 기사가 밀릴 확률이 높기 때문에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할수록 부정기사가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홍보성 기사 클러스터링이 밀어내려던 기사 아래로 갈 수 있지 않을까. A업체는 클러스터링 밀어내기 노하우로 “싼 매체 말고 조선일보 같은 좋은 매체가 하나씩 있어야 클러스터링이 위로 올라간다. 또 같은 내용의 기사라도 다음날에 새로 올리면 같이 묶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 경기도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 경기도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이 같은 밀어내기가 가능한 이유는 포털 제휴 언론사들이 돈을 받는 대가로 특정 기업에 긍정적인 보도자료 기사를 쏟아내는 창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한 인터넷 매체 관계자는 “처음 포털 ‘검색제휴’에 통과되자마자 대행사에서 자신들이 보내준 보도자료를 기사로 쓰면 건당 얼마씩 준다는 제안을 받았다”면서 “이후로도 꾸준히 비슷한 제안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업체의 단가표에는 유력매체들부터 군소매체까지 10만~30만 원 대에 기사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조선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서울신문, 국민일보, 세계일보, MBN, 머니투데이, 매일경제, 조선경제, 서울경제, 아시아경제, 한국경제TV, 헤럴드경제, 파이낸셜뉴스,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 스포츠경향 등 매체의 기사가 거래되고 있었다.

어떤 소재의 기사인지, 어느정도까지 정보를 담을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의 부동산 기사 견적가는 건당 30만 원, 연합뉴스의 일반 기사 가격은 14만 원, 경향신문의 부동산 기사는 22만 원이다.

앞서 지난해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B업체의 단가표도 비슷하다. B업체 관계자는 “온라인 보도의 경우 건당 10만 원에서 30만 원까지 있으며 10만 원짜리는 들어도 모르는 언론사, 30만 원짜리는 조중동”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대행사를 통해 언론사가 돈을 받고 기사를 쓰는 경우는 포털 제휴규정 위반이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대가를 받고 홍보하는 기사를 금지 유형으로 정하고 있으며, 이 같은 행위는 개별 언론사의 포털 제휴 계약서에도 금지행위로 나와 있다.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면 해당 매체의 포털 퇴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클러스터링 기사송고’가 어뷰징으로도 악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인터넷 매체 관계자는 “특정 대행사가 제휴를 맺은 언론사들과 거래를 통해 이슈가 나올 때마다 관련한 새 이슈를 만들어 클러스터링을 먹고 있다”면서 “이 경우 클러스터링 상위에 노출된 기사에만 많은 트래픽이 몰리게 되는데 광고비를 N분의 1로 나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독자들은 일반적으로 포털 메인에 뜬 ‘실시간 검색어’를 클릭해 뉴스를 보는데 클러스터링으로 특정 기사가 묶인 경우 최상단에 붙는 기사에 압도적으로 많은 독자들이 클릭하게 된다는 점을 악용한 어뷰징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실시간 검색어를 기반으로 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특정 매체들이 반복적으로 같은 클러스터링에 묶이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도 신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인터넷 매체 관계자는 “걱정되는 것은 특정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이를 이용해 프레임을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이라며 “실검 화면을 필요할 때 거의 100% 장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네이버 검색 알고리즘이 가진 심각한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