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홍보가 잘 되지 않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진단’입니다. 26일 전체회의에서 방통심의위는 홍보팀을 홍보실로 확대하고 외부인사 참여가 가능한 ‘대변인직’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긴 조직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날 이상로 위원은 굳이 대변인직을 만들고 ‘개방형 직위’로 하는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강상현 위원장은 이렇게 답합니다. “방통심의위의 이미지가 부정적인 면이 있다. 정부조직개편이나 개헌 논의에서 방통심의위의 중요성이 있음에도 (조직) 축소론이 나온다. 대외홍보가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부에 전문가가 있다면 좋겠지만 이번 기회에 채용을 개방해 이미지를 제고하자는 측면이 있다.”

▲ 2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 2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방통심의위는 이날 ‘개혁’차원에서 ‘자율규제 전환 추진’을 비롯한 조직개편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홍보 강화방안이 포함된 점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지난 4년동안 방통심의위를 출입하면서 느낀 문제의 원인은 ‘홍보’에 있지 않습니다. 그동안 방통심의위가 비판을 받아온 이유는 홍보를 못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에만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는 정치심의를 일삼았기 때문이고 상식에 반하는 ‘꼰대 심의’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방통심의위에 조직 축소론이 나오는 이유를 홍보 부족과 연관짓는 것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멀쩡한 민주주의 국가라면 지금과 같은 권한과 규모를 가진 심의기구가 있는 경우가 드뭅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0년 “사실상 행정기관이 인터넷 게시물을 통제하는 것으로 검열의 위험이 높다”면서 통신심의 및 시정요구 권한을 ‘민간자율단체로 이양하라’는 권고를 내린 것도 이 때문입니다. 2016년 프리덤하우스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민감한 갈등 사안에 대해 합법적인 콘텐츠를 검열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방송심의의 경우 기준이 모호한 공정성을 잣대로 정치심의가 이어지는 데 대한 비판도 여러차례 제기된 바 있습니다.

물론, 외부 인사 영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개방형직위는 내부인사로는 해결하기 힘든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리인데 홍보파트가 이에 해당하는 전문분야일지는 의문입니다.

또한 개방형 직위가 낙하산 인사를 위한 자리로 활용된 바가 적지 않습니다. 언론노조 방통심의위 지부 역시 성명을 내고 “적폐청산과 조직혁신이 시급한 이 시점에 굳이 개방형 직위 대변인실장이라는 위인설관(爲人設官)으로 낙하산 인사 의혹을 사지 않기 바란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4기 방통심의위는 정치심의, 꼰대심의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고 그 의지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실천으로 옮기면 ‘개혁’은 충분합니다. 홍보는 본질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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