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64)과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뉴스컴·60·구속기소)는 법원이 인정한 ‘스폰서 관계’다. 박 전 대표가 기사 청탁을 대가로 골프 접대 등 재산상 이익을 제공한 혐의(배임수·증재) 일부가 인정돼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김태업 부장판사)는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뉴스컴은 홍보대행업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로 박 전 대표가 1997년 2월 설립했다.

당초 검찰은 송 전 주필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박 전 대표의 영업 활동을 돕고 기사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현금, 수표, 상품권, 골프 접대 등 총 4947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받았다며 지난해 1월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의 주장은 다음과 같았다. “피고인 박수환은 조선일보 주필 겸 편집인인 송희영에게 2014년 8월경 자신의 지인이 출간한 자서전 소개 기사 청탁, 2014년 10월경 자신의 고객인 외국계 담배 제조사 BAT코리아의 입장에 반하는 정부의 담배 개별소비세 도입 정책에 대한 비판 기사 청탁, 2015년 4월경 자신의 고객인 멀린엔터테인먼트가 개최하는 전시회 소개 기사 청탁, 2015년 7월경 자신의 고객인 GE코리아와 경쟁 관계에 있는 미쯔비시에 불리한 기사 청탁 등 자신의 홍보 대행 영업 활동을 도와달라는 내용의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2007년 12월 초순경부터 2015년 5월25일까지 송희영에게 총 12회에 걸쳐 합계 4947만원 상당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공여했다.”

▲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13일 오후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오른쪽)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송 전 주필은 미디어오늘 기자의 계속된 질문에 침묵한 채 법정을 떠났다. 사진=이치열 기자
▲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13일 오후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오른쪽)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송 전 주필은 미디어오늘 기자의 계속된 질문에 침묵한 채 법정을 떠났다. 사진=이치열 기자
재판부는 “이러한 기사 청탁 이후 조선일보 등에 박수환이 의도한대로 그와 관련한 기사가 게재됐다”며 ‘부정한 청탁’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금품 등 수수액 4947만원 가운데 기사 청탁과의 ‘대가 관계’가 인정돼 배임수재죄 판단 근거가 된 것은 골프접대 147만4150원에 불과했다. 박 전 대표는 2013년 11월~2015년 5월 송 전 주필을 포함해 조선일보 기자 등을 상대로 청평 마이다스CC에서 4차례 골프접대를 제공했다.

이는 재판부가 송 전 주필에게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과 함께 ‘추징금 147만4150원’을 선고한 까닭이다. 박 전 대표와 송 전 주필은 골프 회동에 대해 ‘친목 도모’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뉴스컴이 골프장 회원권을 구입한 것은 박 전 대표가 국내 일간지 기자들을 접대하기 위함이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송 전 주필이 2007년부터 2008년까지 박 전 대표로부터 3500만원어치 수표·현금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기사 청탁 시기(2014~2015년)와 수표·현금 수수 시점(2007~2008년)을 비교하면 6년 이상의 “시간적 간격”이 있다는 점, 박 전 대표가 당시 현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특정한 임무 행위와 관련해 송 전 주필에게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청탁했다고 인정할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기사 청탁과 현금·수표 수수 사이의 대가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검찰이 공소사실에 밝힌 나머지 ‘재물 및 재산상 이익’(4947만원에서 3500만원과 골프접대액을 제외한 금액으로 백화점 상품권 600만원, 현금 400만원, 미화 1000달러 상당의 금품)에 대한 수수 사실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 먼저 박 전 대표가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송 전 주필에게 제공한 3500만원어치 수표·현금부터 따져보자. 

3500만원은 어디서 나온 돈인가

박 전 대표는 송 전 주필에게 (1) 2007년 12월 초순경 1000만원권 자기앞수표 1장 (2) 2008년 3월~6월경 현금 1000만원 (3) 2008년 7월22일 1500만원권 자기앞수표 1장을 제공했다.

흥미롭게도 (1)~(3)은 공통점이 있다. ‘A기업’이다. 박 전 대표는 2007년 하반기 A기업의 ‘2차 경영권 분쟁’ 당시 A기업과 홍보대행계약을 체결했다. 2차 경영권 분쟁이 A기업의 B회장에게 유리하게 마무리되자 B회장이 박 전 대표에게 감사의 표시로 2007년 12월4일 1000만원권 자기앞수표 10장 합계 1억원을 지급했다.

박 전 대표는 3500만원어치 수표·현금에 대해 “2차 경영권 분쟁 당시 B회장을 도와준 송희영에게 B회장의 부탁에 따라 B회장 대신 감사의 표시로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은 ‘금품 전달자’에 불과하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B회장은 검찰에서 “나와 아들 사이에 있었던 우리 집안 문제인 2차 경영권 분쟁에 박수환이 도움을 준 것이라서 내 돈 1억원으로 별도로 감사의 사례를 했다”며 “박수환에게 1억원을 주면서 ‘일을 잘해줘서 감사의 뜻으로 주는 것으로 이번 일에 도움을 준 사람이 있으면 이 돈으로 사례하라’고 했다. 누구를 특정해서 사례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송 전 주필이 A기업의 경영권 분쟁에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B회장이 박 전 대표에게 지급한 1억원에 대해 “종국적으로 박수환에게 귀속되는 것이지 B회장을 대신해 (송희영에게) 전달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사진)는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의 연임 로비에 개입하고 수십억 원대 일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뒤 1심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났으나 지난 1월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사진)는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의 연임 로비에 개입하고 수십억 원대 일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뒤 1심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났으나 지난 1월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사진 = 연합뉴스
박 전 대표는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당초 박 전 대표는 검찰에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송희영에게 백화점상품권 합계 600만원 상당, 현금 합계 400만원, 미화 1000달러를 공여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법정에서는 “내가 송희영에게 현금, 상품권, 고급 양주를 한두 번 준 사실은 있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는 기억하지 못한다”며 “검찰 조사 당시 송희영에게 금품 등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지만 검찰의 강압적인 조사 및 계속되는 소환 조사에 억압돼 허위사실을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재판부는 백화점 상품권 600만원, 현금 400만원, 미화 1000달러 상당에 대한 박 전 대표의 공여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

스폰서보다 긴밀한 송희영과 박수환

재판부는 박 전 대표의 기사 청탁에 따른 송 전 주필의 금품 수수 혐의 대다수를 인정하지 않았지만(검찰이 주장했던 금품 등 재산상 이익 수수 가운데 배임수재죄가 인정된 것은 147만원 상당의 골프접대뿐) 다음과 같은 이유로 두 사람이 스폰서 관계로 유착됐다고 판단했다. 

△박수환은 송희영에게 산업은행장이던 민유성을 소개해줬다. 그후 피고인들은(박수환과 송희영) 2009년경부터 민유성 등과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골프를 치고 2009년 8월14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중국 웨이하이(위해)에 골프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으며 송희영의 주필 승진 축하 모임도 함께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송희영이 2007년 12월경 대우조선해양의 홍보담당 임원이었던 이철상(전 대우조선 부사장)에게 박수환을 소개해줬고 이로 인해 박수환은 2008년 1월경부터 2015년 1월31일까지 대우조선과 홍보대행계약을 계속해 체결하게 됐다.

△박수환은 2007년 하반기에 A회사의 이른바 ‘2차 경영권 분쟁’ 당시 A회사와 홍보대행계약을 체결하고 A회사의 B회장과 함께 송희영을 만났다.

△C은행은 2010년경부터 파생상품 관련 회계 오류, 미인가 백금거래 등에 대한 금감원 검사와 그에 따른 징계 처분, 노조의 장기간 파업에 따른 노사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박수환은 이러한 C은행과 2010년경부터 홍보대행계약을 체결하고 C은행의 부행장과 행장 등에게 송희영을 소개해 이들이 함께 만나는 자리를 주선했다.

△박수환은 2012년 12월경 또는 2013년 1월경 D그룹 등과 분쟁을 벌이던 E와 홍보대행계약을 체결하고 언론 대응, 가족 응대 전략 등 모든 업무를 담당·지도하면서 2013년 하반기에 E에게 송희영을 소개해주고 함께 만났다.

△송희영은 박수환이 뉴스컴을 소개하는 자료의 레퍼런스(추천인)란에 자신의 실명, 직위, 개인 휴대전화 번호까지 기재하는 것을 승낙했다.

△송희영은 (조선일보 논설위원실 주필 겸 편집인이던) 2014년 8월22일부터 2016년 7월29일까지 40회에 걸쳐 자신이 조선일보에 연재하는 ‘송희영 칼럼’ 초안을 박수환에게 보내 사실관계 확인 등 감수를 부탁했고 박수환은 그때그때 위 칼럼 초안을 검토해 바로 송희영에게 답장을 보냈다.

△송희영 동생 F가 2004년 5월11일 한 주식회사를 설립했는데 박수환은 송희영 부탁을 받고 이 주식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알아보지 않은 채 감사로 등재되는 걸 허락했고 실제로는 감사 업무를 하지 않았고 급여도 받지 않았다.

▲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사진=연합뉴스
▲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사진=연합뉴스
재판부는 이러한 사실을 종합해 “박수환이 송희영에게 현금, 상품권, 고급 양주를 주거나 골프 접대 등을 하면서 송희영을 성심껏 모셔왔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들 사이에는 오랜 기간 이른바 스폰서 형태의 상시적인 유착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판결문을 보면 박 전 대표는 2010년 6월4일 송 전 주필에게 자신의 고객인 제스프리(뉴질랜드 키위 브랜드)가 한국에 공급하는 키위 홍보를 위해 KBS TV 프로그램에 제스프리가 추천하는 의사를 출연시켜달라고 부탁하는 메일도 보냈다.

실제 제스프리가 원하는 의사가 출연했지만 재판부는 “KBS 방송국은 조선일보와 관계없는 언론사이므로, 조선일보의 주필 겸 편집인인 송희영은 KBS TV 프로그램에 출연할 출연자를 결정하는 업무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고, 비록 결과적으로 박수환 측이 원하는 출연자가 출연했지만 송희영이 주필 겸 편집인으로 조선일보로부터 위탁받은 사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명시적·묵시적 청탁으로 보지 않았다. 

앞서 나열한 사례로 송 전 주필이 박 전 대표의 고객들을 만나 고객들 입장을 들어준 것과 뉴스컴을 소개하는 자료의 레퍼런스 란에 송 전 주필의 실명, 직위, 개인 휴대전화 번호까지 기재하는 걸 승낙했던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부정한 청탁으로 보지 않았다. 

[송희영 재판 판결문①] 송희영 재판도 인정한 ‘안종범 업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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