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KBS 기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직접적인 가해자 외에 2차 가해에 관여한 KBS 관계자들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KBS는 해당 사안에 대해 감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KBS 보도국에서 일했다고 밝힌 A씨는 지난 23일 SNS를 통해 2012년 KBS 간부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A씨는 지난 2012년 6월15일 1박2일 부서 MT에서 당시 팀장이었던 백 아무개 기자가 본인을 강제로 추행했다고 밝혔다. A씨는 피해와 관련한 구체적인 경위와 장소, 시점과 더불어 당시 동석했던 KBS 관계자들의 실명을 언급했다.

A씨는 “(피해 당시)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지 6개월 밖에 안 된 입장이어서 이 일을 문제제기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막막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참고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성추행 피해 이후 KBS 구성원들로부터 사실상 ‘2차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A씨는 사건 2주 후 가해자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보도국 간부에게도 해당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A씨는 그러나 가해자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본인이 피해 사실을 직접 말한 적 없는 이들로부터 피해 사실에 대한 질문을 받아야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후 KBS기자협회보에 성폭력 피해 관련 기사가 실렸던 일도 지적했다. A씨는 “이 시기는 제가 고소를 진지하게 생각하며 다른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던 타이밍”이라며 “이 기사는 피해자의 입장을 지워버리고 피해자를 충격에 빠뜨리는 매우 잘못된 기사”라고 비판했다.

A씨는 “일련의 일을 겪은 후 저는 아직까지도 이 일로 인한 심리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피해 사실을 마음속에서 지우기 위해 지금까지 6년을 노력했다”며 “직접 피해 내용과 2차 가해를 겪은 일을 제 마음 속에서 절대 지울 수 없고, 현재는 이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사실상 포기했다”는 심경을 전했다.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가해자로 지목된 백 기자는 KBS 보도를 통해 성폭력 가해 사실을 부인했다.

백 기자는 (MT) 뒤풀이를 준비할 때 부원 전체가 자리와 짐 정리를 하는데 A씨만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같이 하자고 말했으나 이를 무시하고 방에 들어간 것에 화가 나, 방에 누워 있는 A씨를 일으키려는 과정에서 발이 미끄러지면서 자신이 A씨 몸 위로 넘어졌다고 주장했다.

KBS기자협회는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사회 각계 비리와 부조리를 비판하는 기자, 그리고 기자들로 구성된 보도국에서 이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이는 처참한 윤리의식을 보여준 것”이라며 “회사는 이 사건의 진실을 정확히 밝혀낼 수 있도록 철저히 감사하고, 사실로 밝혀진다면 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KBS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감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KBS 홍보팀은 24일 “사실 관계를 철저히 파악하기 위해 이미 감사에 착수했다. 당시 피해 사실뿐만 아니라 사후 대응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2차 피해가 있었는지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며 “감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사규에 따라 엄정하게 징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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