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제는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대립과 갈등을 격화시키는 민감한 소재다. 전쟁을 해서라도 북핵 개발을 중지시키고,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켜야 한다는 것은 자유한국당과 조중동의 논리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되며 평화유지라는 전제 위에 북핵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또 다른 논리다.

정치집단은 서로 지향하는 목표와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주장이 엇갈리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 갈등보다 통합을, 전쟁보다 평화를 추구해야 할 미디어가 ‘전쟁을 부추기고 스스로 위기를 조장하는 듯한 논리’를 내세우는 모습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만든다는 ‘연합뉴스TV’의 무책임한 제작행태는 묵과하기 힘들다. 오죽하면 언론시민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뽑은 ‘평창 올림픽 최악의 뉴스 TOP 5’ 2위에 올랐겠는가. 종합편성채널 TV 조선, 채널A 등이 최악뉴스 리스트에 단골로 올라가는데 연합뉴스TV가 2위에 올랐다는 것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다.

▲ 2월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공동기수인 남측 원윤종, 북측 황충금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월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공동기수인 남측 원윤종, 북측 황충금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마이뉴스는 “올림픽 한창인데 ‘대북 선제공격’ 외친 연합뉴스TV”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평창 올림픽을 통해 한반도 평화 무드가 조성되자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 언론은 일제히 경계심을 드러냈습니다. 동아일보는 평창 올림픽이 개막한 9일 1면 머리기사로 “북핵 앞의 성화… ‘뜨거운 평창’ 막 올랐다”라는 보도를 뽑아 긴장감을 유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연합뉴스TV의 ‘대북 선제공격론’에 비하면 얌전한 수준입니다”라고 보도했다.

정치적 중립성과 방송의 공정성을 중시해야 할 뉴스전문채널 연합뉴스TV가 “평창 올림픽 기간, 틈만 나면 미국에 ‘대북 선제공격’을 사실상 종용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31일(한국시각) 새해 국정연설을 통해 “최고 수위의 대북 압박”을 천명하자 연합뉴스TV는 ‘대북 선제공격’을 외쳤다는 것이다.

연합뉴스TV ‘뉴스포커스’(2월1일)는 한반도 정세와 트럼프 대통령 연설을 분석한다면서 전문가로 김정봉 전 국정원 실장과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를 초대했다. 민언련은 “이들은 22분 간 이어진 뉴스 대담에서 무려 11회나 ‘대북 선제공격’을 직접 거론했고 진행자인 박상률·박가영 두 앵커는 검증 시도나 사실 확인 없이 맞장구치기 바빴습니다”라고 비판했다.

문제 발언을 할만한 토론자를 섭외한 것부터 연합뉴스TV 제작진의 의도가 포함된 것으로 봐야한다. 더 큰 문제는 TV진행자들의 역할과 자질 문제다. “연합뉴스 TV 앵커는 검증시도나 사실확인 없이 맞장구치기 바빴다”는 비판은 중요한 지적이다.

▲ 1월30일 연합뉴스TV가 방송한 트럼프 대통령 신년연설 갈무리.
▲ 1월30일 연합뉴스TV가 방송한 트럼프 대통령 신년연설 갈무리.
TV 방송 앵커는 토론자의 발언을 제지할 수도 있고 근거가 모호할 때는 즉각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방송법은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 유지의 책임을 방송앵커에게 위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송앵커에게 ‘최후의 보도국장’이라고 부를 정도의 권한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앵커가 토론자에 끌려다니고 문제 발언을 지적하지 못한다면 그 방송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연합뉴스TV의 이런 ‘전쟁 찬가’가 ‘뉴스특보’(2월8일)에서도 반복됐다는 점이다. 민언련은 “이번엔 북한의 열병식이 빌미가 됐습니다. 놀랍게도 전문가로 재차 김정봉·신인균씨가 출연했고 이들은 ‘한반도 전쟁 발언’을 이어갔습니다”라고 비판했다. 신씨는 “북한이 더 개량된 무기들을 선보인다면 과연 미국이 참을 수 있을까, 사실 참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고, 김 씨는 “외신기자를 부르지 않으면 그 자리(북한 열병식 장소)를 공격할 수도 있다고 북한이 생각한다. 그래서 외신기자가 방패가 아니었나 예상된다. 그런데 이 방패를 안 불렀다. 그 방패가 되는 것이 바로 평창올림픽”이라 말했다.

연합뉴스에 대한 신뢰와 취재망을 바탕으로 연합뉴스TV가 지금까지 성장했다면 이제 연합뉴스TV로 인해 연합뉴스가 흔들리는 상황이 되지않을지 우려스럽다. “미국 정부도 부인한 대북 선제타격을 한국의 뉴스가 기정 사실로 만들고, 평창 올림픽을 ‘북한의 총알받이’로 묘사한, 초유의 ‘뉴스 대담’”이라는 지적에 대해 연합뉴스TV는 책임있는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연합뉴스TV는 ‘현송월 스토크 방송’이라는 네티즌들의 비난도 받았다. 연합뉴스TV는 1월21일 현송월 단장에 대해 ‘임신’과 ‘김정은 애인설’을 주제로 토론했다. 연합뉴스TV ‘뉴스특보’에 출연한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2013년 3월8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온 국제 부녀절 행사에 저 여자가 첫 애를 임신하고 거기 나와 노래를 불렀다”며 “앞으로 4~5년 후면 저 여자가 북한의 여성동맹위원장을 리설주와 다투는 인물이 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도 안 씨는 “확인된 것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포함한 북한 예술단 점검단이 지난 1월21일 서울 장충체육관을 방문해 환영하는 시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사진공동취재단
▲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포함한 북한 예술단 점검단이 지난 1월21일 서울 장충체육관을 방문해 환영하는 시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사진공동취재단
대담자가 자신이 한 말에 대해 ‘확인된 것은 없다’는 식으로 말을 했을 때, 방송을 통해  그걸 듣는 시청자들은 어떻겠는가? 믿거나말거나 식의 발언을 연합뉴스TV 가 뭣 때문에 전해야 하는가.  무엇 때문에 이런 방송을 하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런 식의 방송은 TV조선과 채널A가 더 잘하는데 굳이 연합뉴스TV까지 따라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민언련은 이에 대해 “연합뉴스TV는 ‘확인되지 않은 낭설’을 늘어놓는 인물을 출연시키고 방치하며 전파 낭비, 언어 폭력에 가까운 방송을 내보낸 것”이라며 “귀를 의심케 하는 상식 이하의 발언이 반복됐다. 현송월 단장 개인에 대한 갖가지 낭설은 신변잡기 보도의 수준을 한참 뛰어넘었다”고 비판했다.

올림픽 기간, 최악의 방송 보도 1위는 ‘평양올림픽 프레임’을 만들어낸 TV조선이었다. TV조선, 채널A와 함께 최악의 보도 리스트에 연합뉴스TV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연합뉴스가 최소한 절반의 책임은 져야 한다. 국민은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성공하기를 기원할 뿐이다. 특정 미디어와 정치세력이 손을 잡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놀음에 연합뉴스TV 마저 부화뇌동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아닌지 자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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