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의 광고판매를 대행하는 종편 미디어렙이 소유제한을 위반한 채 설립됐으나 방통위가 허가를 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진상조사 요구가 거세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3일 논평을 내고 “방통위에 종편 미디어렙 허가·재허가 과정의 경위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언련은 또한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투명하고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진행하길 강력히 촉구한다”며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민감사를 청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사진=방통위 제공.
▲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사진=방통위 제공.

지난 21일 방통위는 TV조선·채널A·MBN의 광고판매를 대행하는 미디어렙사들의 일부 주주들이 미디어렙에 참여할 수 없는 대기업, 지주회사, 광고대행자 또는 이들의 특수관계자이거나 일간신문 또는 이들 기업의 특수관계자가 허용된 지분을 초과해 소유한 사실을 공개하며 시정명령 제재를 내렸다.

이날 방통위는 종편 미디어렙의 불법행위를 지적하고 제재를 하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TV조선과 MBN 미디어렙의 경우 최초 설립 때인 2014년부터 소유제한을 위반했다는 점에서 당시 부실한 심사를 통해 허가를 내준 방통위의 과실이 분명한 상황이다.

(관련기사: 일부 종편 미디어렙, 태생부터 불법이었다)

민언련은 “심각한 위반사항을 제대로 점검하지 못한 방통위 사무처와 이를 허가 의결한 방통위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면서 “당시 의결에 참가한 방통위원들과 실무를 담당한 사무처 책임자에 대해 엄정한 조사를 진행한 후 응당의 징계와 처벌을 하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소유제한 위반은 종편 미디어렙 허가 취소 또는 영업정지 결정이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 종편은 “추후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서약사항을 위반하였음이 밝혀질 경우 허가취소 등의 처분을 감소하겠다”는 서약서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고의로 소유제한을 초과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고 △서약서의 법적 효력이 분명하지 않으며 △최초 허가 유효기간 3년 내에만 행정처분이 가능한데 기간이 지났다는 등의 법률자문 결과를 들어 허가취소나 영업정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민언련은 “애초 필요도 없는 서약서를 놓고, 당시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은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책임은 왜 짚지 않는가”라며 “방통위가 투명하고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진행하지 않을 시, 민언련은 방통위의 종편 미디어렙 허가·재허가 과정 전반과 종편 승인·재승인 심사 과정 전반에 대해서 국민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역시 성명을 내고 “미디어렙 허가 심사 및 재허가 심사과정 뿐 아니라 실무를 담당한 국장 및 과장 등 사무처의 책임 소재를 엄중히 물어야할 사안”이라며 “방통위 내부의 책임 규명은 한 마디도 없었고 미디어렙에 대한 시정명령만이 내려졌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근본적으로 종편에 1사1미디어렙이 아닌 복수의 종편이 하나의 미디어렙을 통해 영업을 하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MBN '경제포커스' 코너 '이슈포커스'의 한 장면. MBN은 협찬을 받고 시사프로그램에 홍보성 코너를 제작한 사실이 드러나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 MBN '경제포커스' 코너 '이슈포커스'의 한 장면. MBN은 협찬을 받고 시사프로그램에 홍보성 코너를 제작한 사실이 드러나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미디어렙은 방송사와 광고주가 직접적인 영향력을 주고 받는 것을 막기 위해 설립됐다. 그러나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체제에 묶인 KBS, MBC 등과 달리 종편은 1사1미디어렙을 허용하면서 사실상 미디어렙을 자사 광고국 또는 자회사처럼 운영해왔다. 2015년 선데이저널의 폭로와 민언련의 모니터를 통해 MBN이 시사프로그램에서 돈을 받고 특정 공기업을 홍보하는 등 불법적 광고영업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결합판매 등을 통해 민영 미디어렙에 사회적 책무를 부여하는 방안은 4기 방통위 차원에서 논의할 계획”이라면서도 “1사1렙 체제를 개편하는 방안은 현재로서는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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