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7기 기자들이 지난 9년 방송 장악에 맞서 싸우지 않은 사장 후보자는 KBS를 이끌어 갈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1년 KBS에 입사한 27기 기자 18명은 22일 오후 성명을 내고 KBS 이사회가 발표한 사장 후보자 중 부적절한 후보들이 포함됐다며 방송 장악과 맞서 싸운 후보만이 새로운 KBS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31기 기자 7명도 연서명에 동참했다.

27기 기자들은 “전국의 KBS 보도 부문 구성원은 KBS 기자협회와 KBS 전국기자협회 주도 하에 150일에 이르는 제작 거부 투쟁을 펼쳐 왔다. 국민들로부터 ‘너희들도 공범’이라는 비난을 뒤집어쓸 지경으로 정권의 앞잡이나 다름없는 신세로 전락한 KBS 뉴스를 되살리기 위해서였다”며 “새로운 사장은 KBS 뉴스를 되살릴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새 사장은 지난 세월 KBS 내부에 또아리를 튼 채 뉴스를 망치고 조직을 파탄 낸 인물들에 대해 제대로 죄를 묻고 책임을 추궁하는 적폐 청산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며 “이는 사장 혼자만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크고 작은 난관을 돌파할 구성원들의 절대적 신뢰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이들은 KBS 사장이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조건으로 △지난 9년 이명박·박근혜 방송장악 시기 동안 정권에 맞서 함께 싸운 인물 △누구보다 앞서 KBS 취재 제작의 자율성과 독립을 수호하기 위해 희생과 헌신을 아끼지 않은 인물 등을 제시했다.

이들은 “함께 싸우지 않은 사람은 지난 10년을 안다고 할 수 없다”며 “KBS 양심적 구성원들이 이명박 정권에 짓밟히고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은폐 축소에 맞설 때 무슨 투쟁을 했는지 알 길 없는 인물들이 어딜 감히 이름을 올린단 말인가”라고 물었다. 이들은 또 “우리 기자들은 그럴싸한 말과 화려한 경력 따위는 믿지 않는다”며 “이것은 10년 가까이 썩어 문드러져 국민들의 조롱과 경멸 대상으로 전락한 KBS를 되살리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만일 우리 기자들이 인정할 수 없는 인물을 끝내 사장 자리에 앉힐 경우 이는 제 2의 최남수, 제 2의 고대영에 불과할 따름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이번 새 사장 선임을 이끌어낸 국민과 KBS 구성원, 그리고 누구보다 참담한 심정으로 KBS 보도 정상화를 위한 투쟁에 나선 기자들의 열망을 짓밟지 말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전했다.

KBS 이사회는 지난 20일 이사회에서 13명의 KBS 사장 후보자를 3명으로 압축했다. 최종 후보자 3인은 지난 2008년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사원행동’ 공동대표 출신 양승동 KBS PD, MB정부 ‘국정원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이상요 전 KBS PD(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이정옥 전 KBS 글로벌전략센터장이다.

이들은 오는 24일 정책 발표회에서 시민자문단 평가를 받은 뒤 26일 KBS 이사회 최종면접을 거칠 예정이다. KBS 이사회는 시민자문단 평가와 면접 결과를 4대6 비중으로 합산해 최종 후보자 1명을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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