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중앙풀(pool) 기자단이 문호를 개방한다며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기자단 가입 투표를 하겠다고 공지했다. 그런데 중앙풀 기자단 가입 투표 신청 자격 조건이 현실적으로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넘사벽’(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거나 대적할 만한 상대가 없음을 이르는 말)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신규 매체 30여 곳이 춘추관 심사를 통과해 현재 청와대에 출입하는 기자들은 200여명에 이른다. 청와대 출입기자는 크게 풀 기자단과 비풀 기자단으로 나뉜다. 풀 취재 권한이 있는 기자단과 그렇지 못한 기자단으로 분류된다. 세부적으로는 중앙1풀과 지방지풀, 2풀(종편 중심), 상주 기자단 등의 그룹이 있다.

중앙풀 기자단에 속하면 풀 취재 권한이 주어져 대통령 근접 취재를 할 수 있다. 해외 순방 시 대통령 전용기에 탈 수 있는 권한도 우선적으로 주어진다. 풀 취재는 모든 기자들이 취재할 수 없는 제한 조건을 감안해 편의상 소수 인력이 현장에 투입되는 건데 청와대 풀 취재 특성상 대통령 동선을 따라가기 때문에 어느 매체나 욕심을 낸다.

청와대 중앙풀 기자단은 문호를 개방한다는 취지 아래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춘 청와대 출입기자에 한해 신청을 받고 투표를 거쳐 기자단에 가입시키겠다고 공지했다. 문제는 중앙풀 기자단 가입 투표 대상이 되기 위한 자격 조건을 현실적으로 맞추기 힘들어 대부분 매체들은 신청을 할 시도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다.

▲ 1월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청와대
▲ 1월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청와대
중앙풀 기자단은 ‘청와대 출입기자 운영규정’을 들어 최근 6개월 동안 청와대 출입 출석률 70% 이상을 채운 상주 기자이면서 정부 18개 부처와 국회, 국회 법조 등 주요 출입처에 80% 이상 상주 기자를 둔 언론사의 소속 기자에 한해 중앙풀 기자단 가입 신청을 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한 기자는 “그냥 신청하지 말라는 얘기로 들린다”고 말했다. 문을 열어놓긴 했지만 너무 좁은 문이어서 하나마나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다. 정부 부처 18개 부처와 주요 출입처를 합해 20개 이상 출입처 중 80% 상주기자를 두는 것은 대형 매체 이외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취재기자가 20명이 되지 않는 매체 입장에선 불가능한 조건이다. 취재기자가 20명을 넘는다고 하더라도 정부 부처와 주요 출입처에 상주 기자로 인정받아 가입 신청 자격을 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중앙풀 기자단에 이미 가입돼 있는 매체 중에서도 이 같은 조건을 채우지 못한 곳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풀 기자단에 속했던 전직 청와대 출입기자는 “저희 매체도 이런 조건을 못 채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A매체 기자는 신청 자격 공지를 받고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정부 부처에 취재 기자를 상주시키기 위해 등록절차를 밟고 있다. B매체 기자는 “풀 취재 권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보니 중앙풀 기자단에서 투표 가입 공고를 하고 노력을 하는 것처럼 하는데 형식적인 것 같다. 가입 조건 신청 자격이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고 말했다.

자격을 갖춰 중앙풀 기자단 가입 신청이라는 1차 관문을 통과하더라도 최종관문인 투표가 남아있다. 중앙풀 기자단은 가입을 신청해 통과한 매체를 상대로 투표에 부쳐 기자단 재적 인원 3/2 이상 동의를 얻으면 기자단 가입 통과가 확정된다고 전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단 간사를 맡고 있는 노효동 연합뉴스 기자는 ‘기자단 가입 투표 신청 자격 요건을 갖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에 “기존에 규정된 내용을 준용해서 한 것이다. 이 같은 요건을 인지해 왔던 매체들이 많다. 신청 자격 요건 취지는 청와대가 전체 정부를 총괄한다는 의미다. 여러 정부 부처에 네트워크를 가진 매체들이 공신력 있게 활동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노효동 기자는 “가입 신청 자격 조건은 게임의 룰이다. 혹자들은 허들이 높다고 하는데 추후 의견을 들어보겠다. 처음부터 이 문제를 건드리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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