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치적 표현물을 규제하는 기능을 민간에 넘긴다. 이를 위해 추진단을 만들기로 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조직개편TF 논의를 통해 비상설 기구로 자율규제 추진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정책과제로 ‘정치적 표현물의 자율규제 전환’을 내건 데 따른 후속조치라고 할 수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민간기구 성격을 갖고 있긴 하지만 정부여당 추천 심의위원이 다수인 상황에서 ‘후진적 정부 검열기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통신심의의 시정요구 권한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가 자율규제로 이양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앞으로 추진단은 자율규제 대상 획정, 전환 방식 등에 대한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 현행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조직도.
▲ 현행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조직도.

TF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조직구조도 대거 개편된다. 비대해진 부서들이 통폐합 되고 업무를 집중하는 게 골자다. 1국과 2국으로 나눠진 방송심의국은 하나의 국으로 통합된다. 별도로 운영되는 지상파TV팀과 지상파라디오팀은 지상파팀으로 통합된다. 케이블 등 유료방송 채널을 담당하는 팀 역시 기존 정보교양채널팀과 연예오락채널팀 2개에서 하나로 통합된다.

위원들 간 회의 기구인 소위원회는 기존 방송, 광고, 통신 3개에서 광고소위를 방송소위에 통합해 2개 소위로 재편된다. 광고소위와 방송소위는 위원 구성이 다르지 않고 광고 역시 방송의 일환인 점을 감안해 통합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신설되는 부서도 있다. 방통심의위는 통신분야의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인 상황에서 디지털 성범죄 전담팀을 만들고 긴급심의제를 운영할 방침이다. 방송분야의 경우 홈쇼핑채널의 과장광고 문제가 끊이지 않고 안건이 많은 점을 고려해 홈쇼핑심의팀을 신설한다. 연구센터를 신설하고 조사분석팀과 조직연구팀을 운영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이 같은 조직개편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정치 심의’조직이라는 오명을 벗고 시청자, 이용자의 권익보호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강상현 위원장은 지난달 취임사를 통해 사회적 약자의 권익보호 기능을 강조하며 “본연의 설치 및 운영 목적에 더욱 부합하도록 조직과 인사, 제도 및 규정을 바꾸어 나갈 것이며, 그러한 목적에 배치되는 부분을 ‘적폐 청산’ 차원에서 정리 및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외에도 방통심의위는 홍보팀 조직을 홍보실로 강화하고 외부인사를 채용하는 개방형 채용방식으로 대변인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심리상담실도 신설된다. 방통심의위 업무 특성상 직원들이 잔혹한 영상 등을 매일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심리상담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방통심의위는 2월 말까지 개편안 논의를 마무리짓고 3월 초 기자간담회를 통해 관련 내용을 설명할 계획이다. 최종 논의과정에서 일부 개편 내용은 바뀔 수 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방통심의위 규칙 변경이 필요한 사안이고, 이는 방통위설치법에 따른 입법예고 대상”이라며 “전체회의에서 입법예고를 거치겠다고 보고하고 관보에 20일 동안 게재한 후 의견수렴절차를 거쳐 개편안이 확정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TF를 통해 논의되고 있는 내용은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증진시키기 위한 가칭 ‘자율규제 추진단’의 설치여부일 뿐, 자율규제의 주체, 대상이 되는 표현, 그리고 자율규제의 방식 등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또한 방통심의위는 “방통위설치법 제정안이 밝힌 대로 위원회는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행정부로부터 분리하여 설치된 민간독립기구이므로 ‘민간에게 넘긴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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