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운영위원회에서 김성태 운영위원회 위원장(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운영 태도로 회의가 1시간 가량 지연되고, 급기야 정회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날 김성태 위원장은 업무보고를 위해 회의에 참석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자료제출이 늦다며 좌석에 앉아있던 비서실장을 발언대에 세웠다. 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비꼬는 발언을 해 민주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등 회의가 지연되기도 했다. 빨리 질의를 시작하자는 다른 의원들 요구에도 회의 참석자들을 향해 “회의시간에 웃은 사람 일어나보라”는 식으로 회의 시간을 지연시켰다. 미디어오늘이 김성태 위원장 행태를 모아봤다.

1. “청와대는 박홍근 의원의 처절한 노력 알아봐 달라”

사건의 발단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회의 시간과 관련해 의사진행 발언을 하면서 시작됐다. 오전 회의를 정회하기 전 박 의원은 “간사단이 오전에만 청와대 업무보고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오후에는 국회사무처, 국가인권위원회(업무보고)가 있어서 오전에만 질의를 하기로 합의했었다”고 말했다.

김성태 위원장은 “질의가 19명이나 남았다”며 점심을 먹고 다시 개회를 하자고 제안했다. 보통 국회에서 열리는 오전 회의가 정회하면, 점심시간 이후인 오후 2시에 다시 열린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 업무보고를 오전에만 하기로 했다는 박 의원 주장으로 오후 1시30분에 다시 회의를 개의했다.

▲ 국회 운영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임화영 기자
▲ 국회 운영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임화영 기자
하지만 오후 1시30분에 회의가 열리자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회의에 대한 간사 합의가 있었다고 하지만 마치는 시간을 합의하진 않았다”며 박홍근 의원 의사진행 발언을 문제삼고 나섰다.

김성태 위원장은 “보통 운영위원회는 밤에 끝난다”며 “청와대 임종석 실장과 관계자 여러분은 박홍근 의원의 처절한 노력을 높이 평가해달라”고 말했다. 박홍근 의원이 마치 청와대 업무 일정을 의식해 회의를 빨리 끝내달라고 항의한 것처럼 해석한 것이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그런 식으로 말하면 어떡하냐”며 항의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홍근 의원이 항의한 것은 점심을 늦게 먹더라도 회의를 먼저 끝내고 먹자는 건데, 이런 식으로 비아냥대는 것은 상대의원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이후에도 여야 의원들 항의가 계속되면서 1시30분에 시작한 회의는 2시20분까지 진행되지 못했다. 회의를 빨리 끝내자는 제안 때문에 오히려 회의가 평소보다 지연된 것이다.

2. “회의 시간에 웃는 사람 누구야!”

이때부터 김성태 위원장의 고의적인 ‘회의 시간 끌기’가 시작됐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위원장께서 회의진행을 원활하게 해주셨으면 한다”며 “바로 질의를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성태 위원장은 또 다시 의사진행 발언을 했다.

김성태 위원장이 “질의를 하기 전에 한마디 하고 싶다”고 하자 회의장에서는 웃음과 한탄이 터져나왔다. 약 40분간 지속된 ‘회의 시간’과 관련된 소모적 발언이 계속됐는데도 위원장이 이를 중재하기는커녕 문제를 키우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성태 위원장은 “저 뒤에 앉아서 웃은 사람 손들어 보라”며 “저 흰 와이셔츠 입은 사람, 일어나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남성은 “저 말인가요? 저는 웃지 않았는데요”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 CCTV를 돌려봐서 웃는 표정 나오면 어쩔거냐”며 황당한 지적을 이어갔다.

3. “임종석 실장, 발언대에 서세요!”

회의 시간 지연의 압권은 김성태 위원장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발언대에 세워 지적한 것이었다. 김성태 위원장은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자료요청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며 발언대로 나서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임 실장님, 발언대에 서 보세요. 서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비서실장은 “여기서도 답변이 가능한데 꼭 나가야 하나요?”라고 물었고, 김 위원장은 “따로 나와서 서세요”라고 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오전에 자료제출 요청에 대해 성실히 해달라고 했는데, 자조적으로 비꼬고 웃으신 것은 그거에 대한 반응입니까?”라고 물었다.

▲ 임종석 비서실장이 발언대에 서서 김성태 위원장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임종석 비서실장이 발언대에 서서 김성태 위원장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임 비서실장은 발언대에 서서 “오전에 성실히 답변 드렸다. 자료제출 요청이 집중되어서 미처 못한 부분이 있다. 최대한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며 “왜 화를 저에게 푸시는지 모르겠지만, 소상히 설명드렸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김 위원장은 계속해서 위압적인 태도로 “여기 국회입니다, 네?”라고 묻고 “이제 앉으세요”라고 말했다.

참다 못한 임 비서실장은 “저한테 왜 이러세요, 진짜 모르겠습니다”라며 “저를 왜 불러세우셨는지, 일단 아무 말도 안 하고 나갔는데 부당합니다”라고 항의했다.

김 위원장은 “오전에 회의 진행하면서 의원들 자료 제출 요청에 성실히 임하라고 했는데, 아직까지 제출을 안 하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항의의 입장으로 임 실장을 발언대에 세웠다, 이게 잘못입니까?”라고 물었다.

임 실장은 “따르긴 했으나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자료 요청 검토해서 잘 제출할 테니 시간을 주십사 요청했고, 그 내용 속기록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까지 오자 여야 국회의원들이 “그만 좀 합시다!”, “언제 질의할 거에요!”라며 웅성거리는 소리가 거세졌다. 회의는 급하게 정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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