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새노조)가 KBS 이사회의 사장 후보 압축 결과를 비판하며, 지난 10년 동안 정권의 KBS 장악과 맞서 싸워 온 인물이 차기 사장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KBS 새노조는 20일 성명을 내고 “(사장 후보자 압축 결과는) 충격과 실망 그 자체”라며 “이사들이 진정 KBS를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고 싶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KBS 이사회는 이날 오후 서류 심사를 진행해 사장 공모에 지원한 후보자 13명을 3명으로 압축했다. 양승동 PD, 이상요 세명대학교 교수, 이정옥 전 KBS 글로벌전략센터장이 3배수 후보자로 결정됐다.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새노조는 “이른바 적폐 이사들이 선택한 후보가 누군지는 자명하며 이에 대해선 평가조차도 아깝다”며 “문제는 이른바 다수 이사들이 선택한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는 후보들”이라고 주장했다.

새노조는 “특정 후보의 인품과 살아온 길을 부정하거나 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장이 KBS 구성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KBS 개혁과 적폐 청산이라는 과제를 실천할 수 있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노조는 “새 사장 선출은 적폐 청산과 개혁을 염원하는 우리 조합원을 비롯한 KBS 구성원들의 지난한 싸움의 결과”라며 “지난 10년 동안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KBS 장악에 맞서 싸우는 데 행동하지 않은 사람은 KBS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새노조는 또 “개인적인 인품의 훌륭함을 떠나 그렇지 않은 후보들은 모두 ‘제2의 최남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박진수)는 최남수 YTN 사장 퇴진을 촉구하며 지난 1일 파업에 돌입했다. 최 사장은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에 맞선 YTN 구성원들의 투쟁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새노조는 “지난 10년 간 정권의 방송 장악에 맞서 함께 싸운 인물, 양심적인 KBS인들의 눈물과 한숨에 함께 아파하지 않은 인물은 결코 KBS 사장으로 올 수 없다”며 “만일 이러한 염원에 위반되는 사람이 선정될 경우 언론노조 KBS본부는 재파업을 포함한 퇴진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새노조는 “142일을 싸운 우리에게 이사회가 또 한 번의 고통과 시련을 주지 않을 것이라 믿어본다”고 이사회에 당부했다.

한편 새노조는 시민자문단 평가 절차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이들은 “시민자문단이 올바른 평가를 내릴 것으로 믿지만 반나절에 불과한 짧은 숙의 시간은 분명 염려스러운 부분”이라며 “국민의 의견을 받는 절차도 제대로 홍보되지 않아 접수된 의견이 69건에 불과한 점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KBS 이사회는 KBS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8일부터 19일까지 KBS 사장 후보자에게 묻고 싶은 시민들의 질문을 받았다. KBS 이사회는 이 가운데 일부를 추려 오는 24일 정책 발표회 질의 응답에 반영할 계획이다.

KBS 사장 후보자 3인은 시민자문단 평가를 거친 뒤 26일 KBS 이사회에서 최종 면접을 보게 된다. KBS 이사회는 시민자문단 평가 점수 40%, 이사회 면접 점수 60%를 합산해 최종 후보자를 임면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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