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가 국제통화기금(IMF)이 최저임금 정책을 비판했다며 “IMF가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률을 악화시켜 국내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경고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IMF가 발표한 한국연례보고서를 읽어보면 IMF는 “최저임금의 인상은 전반적인 소비 확대로 이어질 것”, “오직 7%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으므로 경쟁력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최저임금 인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IMF 보고서는 최저임금의 ‘추가 인상’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IMF 보고서는 최저임금 인상의 장단점을 모두 설명했는데, 자유한국당은 보고서가 언급한 부정적 측면만 부각했다. 

IMF는 최근 임금주도성장 등 최저임금 인상 기조를 계속 유지해 왔는데 마치 IMF가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왜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윤재옥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 사진출처=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 페이스북.
▲ 윤재옥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 사진출처=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 페이스북.
19일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최저임금과 관련해 국제통화기금이 지난 13일 발표한 한국연례보고서에서 한국의 최저임금에 대해서 경고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IMF가 이례적으로 특정정부 정책을 꼭 집어서 부작용을 지적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재옥 부대표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률을 악화시켜서 결국 국내경제에 악영항을 줄 것이라는 경고메시지를 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이어 윤 부대표는 “올 1월 실업급여 신규신청자수가 15만 2000 명으로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1년 전보다 3만7000여 명이 늘어났다고 한다”며 “새 정부 들어서 당국의 최저임금, 법인세 인상, 노동개혁 후퇴 등이 일자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윤 부대표는 “정부는 근본 원인은 돌아보지 않고, 대증요법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3조억 원에 달하는 일자리 안정자금과 같은 재정지원에 매달리지 말고,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하라는 IMF의 경고를 귀 기울여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IMF가 발간한 보고서를 읽어보면 IMF는 현재의 최저임금 인상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고 ‘추가 인상’에 우려를 표했다. 보고서는 “최저임금 인상은 소비를 촉진시킬 것”이라며 “특히 적은 임금을 받는 사람들은 수입이 눈에 띄게 늘어날 것 소비성향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 IMF가 지난 13일 발간한 한국연례보고서 중 최저임금에 관한 부분 중 일부. 최저임금이 소비를 촉진할 것이라는 부분이 제목으로 돼있다.
▲ IMF가 지난 13일 발간한 한국연례보고서 중 최저임금에 관한 부분 중 일부. 최저임금이 소비를 촉진할 것이라는 부분과 함께 부작용도 설명하고 있다. 
또한 보고서는 “오직 7%의 노동자들만이 최저임금을 받기에 경제 경쟁력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저숙련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은 가능성도 있으며, 특히 생산자 입장에서 소비자가 추가 비용을 주지 못하는 업종에서 이런 상황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보고서는 “2018 년에 계획된 최저 임금 인상은 성장을 뒷받침해야하겠지만 더 큰 증가를 구현할 때는 주의해야한다”며 “따라서 추가인상을 하기 전에는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먼저 평가하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IMF 보고서를 살펴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전체적인 소비를 촉진하고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추가 인상'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 IMF 보고서를 살펴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전체적인 소비를 촉진하고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추가 인상'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윤 부대표는 IMF 조언 중 부정적인 것만 선별해 발언했다. 윤재옥 부대표가 이러한 발언을 하게 된 것은 언론 탓도 있다. 대다수 언론은 IMF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보다 ‘추가인상’에 우려를 표한 것을 제목으로 뽑았다.

‘IMF, 韓 최저임금, 선진국 수준…추가 인상 신중해야’(조선비즈), ‘최저임금 과속하면 경제 망친다는 IMF의 경고’(서울경제), ‘IMF도 우려한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국민일보), ‘IMF 최저임금 추가 인상 신중해야’(한국경제), ‘한국 최저임금 추가 인상 신중해야, IMF의 권고’(부산일보)가 대표적이다. 기사 내용에는 IMF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언급한 것을 모두 설명하긴 했으나, 제목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부각한 보도가 많았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IMF의 조언 중 긍정적인 면을 제목으로 뽑았다. ‘IMF, 한국 최저임금 인상, 경제성장 뒷받침할 것’(경향신문), ‘IMF 최저임금 인상, 성장에 도움…추가 인상은 신중’(한국일보)가 이들 신문의 제목이었다.

우석훈 경제학자는 20일 미디어오늘에 “IMF는 계속해서 고용을 늘리려면 최저임금을 높이라는 기조를 유지해왔고, IMF가 최저임금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평가했다는 것은 보고서를 읽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석훈 경제학자는 “IMF는 돈을 쓰더라도 소득이 적은 쪽을 올리는 편이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며 “이번에 낸 보고서 하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임금주도 성장’을 말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 경제학자는 “물론 부작용이 없는 제도는 없기 때문에, IMF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좋은점과 문제점을 모두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모두 좋기만 한 제도는 존재하지 않기에 부작용에 대해서도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