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전 주필 류근일은 여전히 조선일보에 자신의 글을 싣고 있다. 2016년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꼽은 ‘올해의 나쁜 필진’ 중 하나인 바로 그 류근일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6년 11월에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해 당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저건 헷까닥 했어”라고 말한 그 류근일이다.

류근일 전 주필의 칼럼은 그동안 편향성과 황당한 논지 전개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16년 4월, 그는 뉴데일리 칼럼을 통해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제재’는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기 전에, 전 세계의 뜻”이라며 “이에 반대하는 것은 전 세계에 반대하는 것이 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20일 조선일보에 게재된 칼럼도 마찬가지다. 류근일 전 주필은 이날 ‘평창 이후 한반도 자유화의 역전극을’ 제하의 칼럼을 통해 “‘평창 쇼’는 조작(造作)이고 작위(作爲)였다”고 단정하며 “‘평창 후’엔 김정은의 핵 놀음과 미국의 강경 대응이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이렇게 되는 게 오히려 본연의 현실이다”라고 주장했다.

류 전 주필은 “두 가지 의미 있는 현상을 주목할 만하다”며 “하나는 NL(민족해방) 운동권 권력에 대한 2030세대의 광범위한 환멸이 일어난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근거로 네티즌 ‘벌레 소년’의 랩송, ‘평창유감’, ‘종북의 시대’, ‘다 올라’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게 그것이라고 했다. 리얼미터의 2월2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19~29세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는 66.3%, 30대의 지지는 73.1%로 나타났지만, 류근일 전 주필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하다.

조선일보 2월20일자. 류근일 칼럼
조선일보 2월20일자. 류근일 칼럼
아울러 류 전 주필은 “‘평창 쇼’는 그 근대화-자유화-개인-개방-지구화 흐름의 버팀목, 한·미 동맹을 엿 먹이려 한 술책”이라며 “‘평창 후’는 이 역류(逆流)를 뒤집기 위한 ‘한반도 자유화’ 투쟁을 열어가야 한다. 이 투쟁은 북(北)을 향해선 세습 폭정(暴政) 종식 투쟁이 될 것이고, 남(南)을 향해선 ‘386 문화혁명’ 종식 투쟁이 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 이후로도 “한반도 싸움은 대한민국 허물기와 김정은 허물기 중 어느 게 먼저 닥칠 것이냐의 시간 싸움”이라느니 “‘한반도 자유화’ 투쟁과 미국의 ‘김정은 숨통 죄기’가 절묘한 시너지를 일으켜야 한다”느니 하는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와 같이 류근일 전 주필은 여전히 무슨 말인지도 모를 황당한 얘기를 칼럼으로 쓰고 있고, 국내에서 발행 부수가 가장 많다는 조선일보는 여과 없이 류 전 주필의 황당한 주장을 내보내고 있다. 물론 대한민국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류 전 주필의 칼럼은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언론 지면에 실리기엔 부적절하다.

더구나 류근일 전 주필은 박근혜 정부 당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 연결돼 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보수단체‧기업체 금전 지원 주선(매칭) 사업’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류근일 전 주필의 인터넷 카페 ‘탐미주의 클럽’은 LG와 연결돼 있었다.

류근일 전 주필은 이와 관련한 주간경향의 취재에 “10여명 정도 모여 오프라인 미팅을 한 적은 있지만, 각자 회비를 내서 하는 수준이었다. 어디 후원을 받을까 생각을 해본 것은 사실이다. 전경련에 후원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를 했지만 탐미주의클럽이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지원 자격이 안 된다는 답만 받았을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류 전 주필은 이어 “전경련이라면 또 모르겠는데 LG그룹으로부터 지원받은 적은 없는데 왜 국정원 보도자료에 ‘탐미주의클럽’이 언급되어 있는지 모르겠다”며 “매칭을 했다면 누군가 류근일 명의의 계좌에 돈을 송금하고 그것을 받아 써야 하는데 그런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주간경향 기사를 보면 당시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 공보간사를 맡고 있는 장유식 변호사도 “보고과정에서 직원이 자기의 성과 내지는 기여를 과장 내지는 부풀려 보고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류근일 전 주필의 칼럼들은 국정원이 봤을 때 ‘지원 대상’으로 올려질 만큼 편파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한겨레21에 따르면 류 전 고문은 국정원의 지시로 만들어진 ‘언론닷컴’에 필진으로 참여한 바 있다. 물론 이들이 국가정보원의 개입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한겨레21 취재에 응한 ㄱ씨는 “직접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간접적으론 다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지난달 2일 신년사를 통해 “정치적으로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의 사시(社是)를 되새겨야 한다”며 “정의옹호(正義擁護)와 불편부당(不偏不黨)은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와 다른 의견이라고 외면하거나 반대하지 말고, 오직 엄정한 사실에 기반해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근일 전 고문의 칼럼은 과연 여기에 부합하는가? 언제까지 조선일보에서 류근일 전 고문의 칼럼을 봐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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