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여권 추천 이완기 이사장이 재직 중인 상황에서 잇따라 이사장급 이사를 선임했다. 방문진은 이사장 교체 논의가 가능하다면서도 방통위가 이사장 선임에 관여하는 점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4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문화진흥회 지영선 전 이사 보궐 몫으로 김상균 전 광주MBC 사장을 임명하기로 의결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연장자가 이사장을 맡는다는 관행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위원 간 합의해 추대했다”고 밝혔다. 방문진은 여권 이사 중 최연장자가 이사장을 맡는 게 관행이었는데 김상균 이사는 이완기 이사장보다 5세 많은 69세다.

▲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방문진 사무실에서 안건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방문진 사무실에서 안건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앞서 방통위는 지난달 이완기 이사장보다 연장자인 지영선 이사를 임명하면서 이사장 교체를 시사한 바 있지만 지 이사는 임기 한 달 만에 돌연 사퇴했다. 건강상의 이유가 있다는 게 지 이사측 해명었으나 건강에 문제가 있다면 이사직을 수락하는 것부터 이해하기 어려워 이사 간 ‘파워게임’에서 밀린 결과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 가운데 방통위가 지영선 이사의 후임 몫에 이완기 이사장보다 연장자이자 MBC 입사 선배인 김상균 전 사장을 선임하면서 이완기 이사장 교체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방송문화진흥회에서는 이사장 선임을 다시 논의할 수 있다면서도 방통위가 직간접적으로 입장을 드러내는 데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이완기 이사장은 “연장자가 (이사장을) 하시는 게 좋겠다는 내부 합의가 자연스럽게 이뤄져 호선을 다시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다만 방통위에서 의도적으로 자꾸 (이사장) 얘기를 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방문진 B이사 역시 “(김상균 이사의) 인품이나 덕망, 신망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논의하는 데 무리는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절차적으로 방통위에서 이사장을 임명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방통위 입장을) 과대해석하면 안 될 것 같다”고 밝혔다. C이사는 “내부적으로 (이사장 교체로) 정리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방문진과 방통위 간 갈등설은 국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지난 7일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방문진 업무보고 자리에서 “방통위원이 최연장자 추대하겠다고 뜻을 밝히니 이사장도 불편하고, 이사장 자리 차지해야 하는 지영선 이사도 불편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이번 논란이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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