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삼성 측이 대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에 따르면 이학수 전 부회장은 검찰에 혐의를 시인하는 자수서를 제출했으며 삼성의 소송비 대납이 청와대, 즉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의 요구로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의 승인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이에 대해 18일 “이명박 정권과 삼성의 은밀한 뒷거래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결국 삼성은 박근혜 정권 때처럼 권력과 유착하며 특혜를 누려온 것이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와대는 삼성의 뒤를 봐주고, 삼성은 대통령에게 뒷돈을 챙겨주는 낡은 정경유착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KBS에 따르면 이학수 전 부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던 김백준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대납 요청이 있었다”고 밝히며 “삼성 측은 이에 따라 2009년 3월부터 10월 사이에 서너 차례에 걸쳐 우리돈 약 40여억원을 미국의 대형 로펌 에이킨검프에 지급했다”고 밝혔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1월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과 관련된 검찰의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이명박 전 대통령이 1월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과 관련된 검찰의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그리고 소송비용 대납은 이학수 전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했으며, 이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승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전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사면을 기대했다는 취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특검이후 회장직에서 물러났던 이건희 회장이 회장으로 복귀하기 위해 사면이 필요했으며 이에 정권과 ‘뒷거래’를 했다는 것, 즉 뇌물을 주고 받았다는 의미다.

또한 이로 인해 삼성은 박근혜 정권 뿐 아니라 이명박 정권에서도 정권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 지원하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와 관련해 “이번 진술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1심 판결과 달리 2심 판결에서 삼성을 피해자로 둔갑시킨 것이 얼마니 어처구니없는 판결이었는지를 확인시켰다”고 지적했다.

김현 대변인은 “검찰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삼성의 뒷거래에 대해 전모를 밝혀주길 바란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측근과 최측근들에 의해 진술되는 범죄 사실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때가 아니라 지금이라도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18일 삼성의 다스 소송비용 대납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미국 소송에 관여한 바 없다”며 “이 사안을 이건희 회장 사면과 연결하는 것은 악의적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당시 이건희 회장은 이듬해(2010년 2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122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IOC 위원 자격을 박탈당할 처지에 있었다”며 “체육계 원로, 여야 의원 등 각계 인사들이 이 회장의 사면을 강력히 건의했고, 국민적 공감대도 있었. 사면 결과 이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큰 공헌을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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