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13일 지방선거 이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거취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이는 홍 대표가 스스로 지방선거와 자신의 거취나 당의 미래를 연결시킨 발언을 해왔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홍 대표가 지방선거와 자신의 거취를 연결시켜 언급한 것은 ‘광역단체장 6곳’이었다. 지난해 9월29일 서울 여의도 근처 중식당의 기자간담회에서 홍 대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6곳을 지켜내지 못하면 대표직에서 물어나겠다”고 말했다.

광역단체장 6곳은 홍 대표의 사퇴로 공석 상태인 경남도지사와 보수색이 강한 지역인 경북도시자, 부산 시장, 인천 시장, 대구 시장, 울산 시장 자리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사진=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사진=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이와 관련해 홍 대표는 지난 13일 대구경북 발전협의회 위원장을 자처해 맡기도 했다. 최근 홍 대표의 일정 역시 중앙당 위주가 아닌 지역 일정 위주다. 홍 대표는 12일 부산시청과 자갈치 시장을 방문했고, 13일에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안전 및 생활점검 회의를 열고, 대구의 3D 프린팅 대구센터를 찾았다.

대구경북 안전 및 생활점검 회의에서 홍 대표는 “협의체가 좀 더 적극적으로 TK(대구경북)를 아우르기 위해 협의회 위원장에 출마하려고 한다. 당 차원에서 책임지고 추진하겠다”며 ‘셀프 추천’을 해 위원장을 맡았다. 이미 1월에 ‘대구북구을’ 당협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 홍 대표가 ‘대구경북발전협의회’ 위원장 직도 맡은 것이다.

두 번째로 홍 대표가 선거와 자신의 운명을 엮은 것은 ‘대구시장’이었다. 지난 1월2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홍 대표는 “대구시장을 내줄 경우 자유한국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공직사퇴 마지막 시한인 3월13일까지 지켜보고 우리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며 “대구에서의 선거 판도가 예년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유승민 바른정당(현 바른미래당) 대표와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 김부겸 장관 등이 준비를 하고 있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2월14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홍준표 대표. 사진= 정민경 기자
▲ 2월14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홍준표 대표. 사진= 정민경 기자
세 번째는 경남도지사 선거다. 2월14일 홍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경남지사 후보가 없다고 언론에서 말하는데, 경남지사는 홍준표 재신임으로 선거를 한다”며 “그곳은 내 고향”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나가는 후보와 홍준표 재신임을 걸고 나갈 것”이라며 “과연 홍준표를 재신임 하는지 안하는지 그 결과를 나중에 보자”고 밝혔다.

이어 홍 대표는 경남도지사에 자신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윤한홍 의원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홍 대표는 “윤한홍 의원은 내가 4년 4개월 재직하는 동안 3년을 같이했다. 실무책임자는 윤한홍 부지사”라며 “그 업적에 대한 평가는 공동 책임”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6.13 선거와 자신의 거취를 반복해서 연결해온 홍 대표이지만, 막상 거취에 대한 질문을 다시 물을 때는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4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경남도지사를 배출하지 못하면 당 대표 직을 거는 것이냐는 질문에 “말꼬리 잡기는 하지 말고”라고 답하면서 즉답을 피했다.

또한 1월29일 자유한국당 의원연찬회에서도 “할 일이 남아있기 때문에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도 홍준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홍 대표는 “일부에서 ‘지방선거 패배하면 홍준표 물러나고 우리가 당권을 쥔다’는 사람들이 있다”"며 “선거에서 패배하면 제가 물러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여러분들 다 망한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목표를 다하지 못해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비췄지만, 스스로 반복해 지방선거와 거취를 연결한 만큼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당 대표직을 물어나야 한다는 여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자유한국당 중진들이 홍 대표에게 “시종일관 원맨쇼 하듯 당을 이끌고”, “사당적 욕심”이라는 표현 등을 쓴 성명에서도 볼 수 있듯 지방선거가 진행될수록 당 내 갈등은 심화될 것이고, 지방선거에 패배할 경우 이들을 중심으로 한 홍대표 사퇴론이 힘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홍 대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중진들을 제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홍 대표가 세운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오기도 한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은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보수가 갈 곳을 잃었다고는 하지만 막상 선거를 해보면 핵심지지세력 30% 정도는 자유한국당에 표를 줄 수 밖에 없다”며 “오히려 바른미래당이 자유한국당의 표보다 더불어민주당의 표를 갈라먹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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