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사내 감사에서 제작진에게 임금 일부를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상품권 페이’가 이미 지적됐지만 바로잡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 이하 SBS본부)는 지난 9일 “노동조합 파악 결과, 외부인력에 대한 임금 일부를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관행이 SBS 자체 기준을 어긴 행위라는 점이 지난 2013년과 2015년 사내 감사에서도 반복적으로 지적됐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내 감사에서도 지적할 만큼 문제 있는 관행이었지만, 이후에도 아무것도 변한 건 없었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SBS본부는 “감사 지적을 일선 제작 현장과 경영 지침에 반영했더라면 문제가 된 ‘상품권 페이’ 같은 부조리는 좀 더 일찍 바로 잡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경영진에게 있다. SBS본부는 “‘상품권 페이’ 문제는 성과만능주의를 앞세운 해묵은 경영 철학이 만든 괴물”이라며 “나날이 가중되는 경영진의 제작비 절감 압박 속에 일선 제작진은 모자란 제작비를 상품권으로 충당하며 근근이 버텨왔고, 이익만 내면 그만이라는 성과만능주의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현장의 문제적 행태에 멋대로 면죄부를 뿌려왔다”고 지적했다.

▲ SBS 윤리경영팀은 각종 갑질 제보를 받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SBS본부
▲ SBS 윤리경영팀은 각종 갑질 제보를 받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SBS본부

사내 감사기능도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 SBS본부는 “감사 실무를 맡은 윤리경영팀이 경영책임자인 사장 아래 배속돼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성과만능의 경영 관행에 제동을 걸고 부조리를 근절할 권한이 없고 의지마저 갖기 힘들었기 때문”이라며 “노동조합은 노사협의회 등을 통해 윤리경영팀을 감사위원회 산하로 독립 배치해 투명성을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노조는 해당 제안을 수차례 했지만 사측이 ‘효율성’을 이유로 거절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회사에 개혁을 요구했다. SBS본부는 “‘제작 PD 한두 명의 문제가 아니라 SBS 전체가 자성하고 바로 잡아야 할 사안’이라는 1월18일 사측의 발표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문제의 뿌리인 ‘성과만능주의 경영 철학’과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며 “SBS 방송노동자들과 외주, 비정규 인력을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과 부당한 관행으로 내몰아야 겨우 이익을 낼 수 있는 낡은 경영 전략을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SBS 방송노동자들의 ‘갑질’ 문제도 지적했다. SBS본부는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일선 현장의 최종 실행자로서 ‘갑질’의 당사자는 바로 우리 자신”이라며 “다양한 내외부 인력의 협업 체계가 구축된 방송 제작 특성상 다수의 SBS 조합원들은 현장의 권력 관계와 위계적 질서 속에 ‘갑’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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