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 살던 거북목 통증이 지난 가을 극에 달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마사지를 받아볼까 생각했다. 태국 마사지가 좋을까 하여 검색해본 결과는 놀라웠다. 성매매 후기나 강간과 다름없는 무용담이 줄을 이었다. 태국인들은 크게 두 종류로 묘사됐다. 남자 손님을 자극해 ‘쌈만원’이라며 손으로 유사성행위를 하는 성매매를 제안하거나, 강간이나 추행을 당해도 아무런 저항도 못 하거나. 이 글들을 보고 태국 마사지 업소를 취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인터뷰는 주로 마사지샵 안에서 이뤄졌다. 손님으로 들어가 신분을 밝히고 주인 몰래 인터뷰를 하는 식이었다. 달리 접근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태국인 한두 명을 섭외해 외부에서 영상 인터뷰를 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불가능한 계획이었다. 태국인들의 한 달에 많아야 이틀을 쉬었다. 일을 안 할 땐 숙소에서 단체로 생활했다. 밖에서 출입국사무소에 잘못 걸리면 바로 강제출국되는 신분이었다. 나와서 인터뷰를 한다는 건 큰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기도 하고 그럴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번역기를 써가며 안에서 인터뷰를 했다.


태국인 마사지사들은 저마다 폭행, 임금체불, 성추행 등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성매매 요구나 성추행은 일상이었다. 이들은 대체로 사전에 브로커와 성매매 조건을 전부 합의하고 왔다고 했다. 마사지만 할 것인지, 손으로 하는 유사성행위까지 할 것인지, 그 이상을 할 것인지. 업주가 영업방침을 정하면 브로커는 조건에 맞는 마사지사를 데려오는 식이었다. 그런 옵션이 있다는 것도 충격이었지만, 더 충격인 건 그것들이 일상적으로 무시된다는 점이었다.

마사지만 하건 유사성행위까지 하건 손님들은 대개 그 이상을 요구한다고 했다. 강제로 만지려 한다든지 옷을 벗기려 한다든지. 거부하면 때린다든지. 건전, 퇴폐업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피해경험이 있었다. 마사지만 하기로 하고 왔는데 업주가 유사성행위를 강요했다는 사람도 10명 중 2명이나 있었다. 이 모든 경우에 저항이나 신고를 해봤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간 마사지업소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바깥에 드러나지 않는 이유였다.

▲ 이선욱 닷페이스 에디터.
▲ 이선욱 닷페이스 에디터.
태국인 마사지사들은 말을 할 수 없었다. 태국인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한국에선 시각장애인 아닌 사람이 하는 안마는 모두 불법이기 때문이다. 태국인들은 관광비자로 들어와 불법으로 취업한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걸리면 바로 강제출국이 된다. 그래서 폭행을 당해도 신고할 수 없다. 인터뷰에 응한 태국인의 대부분이 이산이라는 가난한 농촌지역 출신이었다. 적게는 둘, 많게는 10명 가까운 대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건너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폭행보다 돈을 못 받고 쫓겨나는 걸 가장 두려워했다.

영상이 나간 후 자발적으로 불법을 저지르는 이들을 왜 옹호하냐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태국인들에게 불법으로 건너온 책임이 없지 않다. 하지만 불법을 저지른 대가가 이런 폭력과 성착취여도 되는 걸까. 태국인을 고용하다 걸린 업주들은 200만 원 내외의 벌금을 물고 영업을 계속한다. 브로커들은 꼬리가 잘 잡히지도 않는다. 이들에겐 폭력 같은 대가가 돌아오지 않는다. 마사지사, 업주, 브로커 모두가 불법을 저지르지만 유독 태국인 마사지사에게만 가혹한 책임이 돌아간다. 다 같이 불법에 공모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유독 약자들에게만 크게 돌아간다는 점. 이 점이 태국마사지 업소를 취재하며 다시 확인한 한국 사회의 특징이었다. 이 점을 드러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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