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사측이 지난 12일 “더 이상 협상은 없다”며 대화를 거부한 가운데 뉴시스 노동조합이 13일과 14일 두 번째 시한부 파업에 돌입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뉴시스지부(지부장 신정원)는 지난 7일 사측과 노조 집행부 등이 마련한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해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참가자 중 약 60%의 반대로 합의안을 받지 않았다. 노조는 지난 7일과 8일 시한부 파업에 돌입했다.

김형섭 부지부장에 따르면 투표 부결 이후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아 수정안을 마련했다. 핵심은 연봉제 직원에 대해서도 호봉제 자동승급분을 보장하자는 것이었다. 뉴시스 호봉제 직원의 경우 약 2.7%의 자동승급분이 있고, 임단협 결과에 따라 최종 임금이 결정된다.

노조 수정안에선 연봉제 직원에 대해서도 자동승급분을 인정하는 것을 보장하도록 했다. 또한 성과급뿐 아니라 연봉 협상 자체도 노사협의회의 협의 범주에 포함하는 것을 수정안에 넣었다. 뉴시스지부는 해당 안을 갖고 지난 12일 회사에 교섭을 신청했다.

▲ 언론노조 뉴시스지부 조합원들이 13일 사내에서 경영진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언론노조 뉴시스지부 조합원들이 13일 사내에서 경영진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회사는 “노조가 파업을 했기 때문에 잠정합의안을 백지화하겠다”며 “원점(기본급 동결, 단협안 모두 거부 등)으로 돌아갔다. 앞으로 사측 안을 제시하지 않을 거고, 노조 안도 검토하지 않겠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또한 남문현 편집국장은 “평창동계올림픽의 정상적인 취재를 위해 파견한 체육부와 사진부 취재진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날 오후 1시를 기해 철수조치 한다”고 공지했다. 노조가 평일 오전 9시부터 6시까지만 근무하고 야근 등을 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한 조치라고 했다.

뉴시스지부는 시한부 파업 첫날인 13일 오전 8시30분께 서울 중구 뉴시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김 부지부장은 “회사 입장을 요약하면 더 이상 임단협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노조를 파트너로 보지 않고, 노조를 굴복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자들은 취재 현장을 떠나야 하는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조성봉 조합원(사진부)은 “오늘은 국정농단 세력의 정점인 최순실씨 선고가 있는 날이다. 사진기자로서 얼마나 이 취재를 기대해왔겠느냐. 현장도 중요하지만 뉴시스를 지키기 위해 우린 이 추위에 땅바닥에 앉아 있다”고 말했다.

평창에서 취재를 접고 돌아온 동료를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재훈 조합원은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보면서, 생각보다 개막식이 잘 돼서 쓰고 싶은 게 많았는데 (현장에 있던 스포츠부·사진부 기자들은) 어땠을까 싶다”며 “그 마음을 가라앉히고 오는 게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기 위해 버스를 타고 검찰에 출석했다. 뉴시스는 다른 언론사보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사진을 찍으며 같이 올라온 적이 있지만 그 사진들은 하나도 못 나갔다. 파업이었기 때문이다. 10년 전과 똑같은 상황”이라며 “뉴시스가 좋아서 돈 더 준다고 해도 다른 데 안 갔다. 경영진은 말로만 가족이라고 할 게 아니라, 조금 더 고민하고 구성원을 토닥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시스는 현재 신입기자를 포괄연봉제로 채용 중이다. 지난해 연봉제로 채용된 김성진 조합원은 “연봉제 첫 기수인 우리를 어떻게 꼬드겨서 일 시켰는지 충분히 알고 있다”며 “밤낮으로 수당도 주지 않고 일을 시키겠다는 거냐. 포괄연봉제 채용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신사로서는 말도 안 되는 부족한 인력으로 일당백, 밤낮으로 선배들이 고생하는 걸 봤다”며 “일한 만큼 대가를 받지 못해도 좋은 기사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일해왔는데 회사는 편집국에 CCTV를 달고 정당한 요구를 한 기자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비판했다.

▲ 신정원 언론노조 뉴시스지부장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뉴시스 본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신정원 언론노조 뉴시스지부장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뉴시스 본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신정원 지부장은 노조의 단합을 당부했다. 신 지부장은 “노조는 이 국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회사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며 “(노사 합의는) 우리만의 바람이었나 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임금에 시달려도 현장을 누비던 기자들이 취재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면서도 “조합원에 대한 미안함을 잠시 접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두 번째 시한부 파업에 돌입한다. 내가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뉴시스지부는 이날 집회를 마치고 ‘경영진에게 바라는 점’ 등을 적은 리본을 사내 곳곳에 달고 그간 미사용 연차 및 받지 못한 시간외 수당 관련 진정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오는 14일에는 오전 8시부터 전 조합원 피케팅, 오후 2시부터는 귀향 집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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