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응원단의 독도가 포함된 한반도기 사용 문제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속적으로 독도가 포함된 한반도기 사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우리 정부는 IOC 권고에 따라 독도를 한반도기에서 빼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북측 응원단은 응원석에서 독도를 포함한 한반도기를 사용하고 있다. 당장 일본과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경기에서도 북측 응원단은 독도를 포함한 한반도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5일 스가 유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정례브리핑에서 인천선학국제빙상장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평가전에서 독도가 포함된 한반도기가 계양된 것에 대해 한국 정부에 항의했다.

우리 정부는 ‘정치적 사안’을 스포츠와 연결 짓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IOC 권고를 고려해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기하지 않기로 이미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 측이 평가전에서도 독도를 포함한 한반도기 사용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자 외교부는 “일측이 제기했던 그 행사(평가전)는 평창올림픽 공식 일정과는 별개로 추진된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주최행사라는 점을 (일측에)설명했다”고 밝혔다.

국제 행사인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IOC의 권고를 받아들여 독도를 포함하지 않은 한반도기를 사용하고 그외 주최가 다른 행사는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북한응원단이 단일팀 경기에서 독도를 포함한 한반도기를 사용한 것을 두고 또다시 일본 측이 반발하고 있다.

▲ 2월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북한 응원단이 한반도기를 펼치며 응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월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북한 응원단이 한반도기를 펼치며 응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1일 NHK 기자는 강원도 평창 메인프레스센터2 강원룸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미디어 브리핑에서 “어제(10일) 남북 단일팀 경기가 열린 관동하키센터에서 독도가 새겨진 한반도기가 보였다”며 “독도가 들어간 깃발은 제한된다고 들었는데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관중석에서 북측 응원단이 독도를 포함한 한반도기를 흔든 것에 대해 깃발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NHK 기자는 이어 “아이스하키 일본전이 있는데 그럼 그 때도 독도가 포함된 한반도기가 등장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성유백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대변인은 “세리머니에 사용하는 것과 공식적인 깃발은 다르다”며 “올림픽에서는 관중들이 각 국가의 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이 허용된다. 북한 사람이 인공기를 들고 와도 된다”고 말했다.

NHK 기자는 하지만 “그렇다면 북한 응원단이 독도가 들어간 깃발을 흔드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냐”며 재차 확인을 요구했고, 마크 아담스 국제올림픽위원회 대변인은 “각 국가의 유니폼과 국기는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면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면서 “우리가 이 문제를 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다소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일례로 국가 주도 도핑 문제로 개인 자격으로 참가한 러시아는 국기를 사용할 수 없지만 관중석에서 러시아 국기 사용은 허용된다. 하지만 독도를 포함한 한반도기는 공식 국기로 볼 수 없다. IOC 권고에 따라 관중석에서도 독도를 포함하지 않은 한반도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 수 있다. 일본 기자의 문제제기도 이 같은 주장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독도를 포함한 한반도기 사용에 민감한 일본 측의 문제제기에 이어 영국 매체 더타임스는 한반도기에 있는 제주도를 독도라고 표시해놓고서 독도를 “일본이 소유한 섬”이라고 표현해 물의를 일으켰다.

더타임스가 설명한 사진에는 남북공동 입장 때 사용한 독도가 포함되지 않은 한반도기 사진이었는데 제주도를 빨간색 원으로 표시하고 독도라고 오기를 해놓고 “일본이 소유한 섬”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항의가 빗발치자 더타임스는 “한반도기에는 분쟁 중인 섬이 포함되지 않았다. 실수를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독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분쟁’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논란이 확산 중이다.

북측도 이 같은 논란을 인지하고 있다. 북측은 IOC 권고를 따라 독도를 포함하지 않은 한반도기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북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0일 “이번에 우리는 겨울철올림픽경기대회에서 이용할 통일기에 독도를 표기할 데 대한 원칙적 요구를 지속적으로 제기하였다”면서 “이번 올림픽경기대회에서 북과 남이 이용할 통일기(한반도기)에 독도를 표기하지 못할 근거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매체는 “독도는 법적 근거로 보나 역사적 근거로 보나 우리 민족 고유의 영토로서 그 영유권은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다”면서 “이번 겨울철올림픽경기대회 기간에 통일기에 독도를 표기하는 것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문제도 아니고 또 따지고들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논평했다.

특히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정치적 사안을 스포츠와 연결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하면서 독도가 표기되지 않는 통일기를 이용할 데 대한 그릇된 결정을 채택하였다”면서 “남조선 당국은 제 땅에서 자기의 영유권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수치를 느껴야 하며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정부가 IOC 권고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은 국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김점구 독도수호대 사무국장은 “독도가 없는 한반도기 사용 결정은 일본에 대한 저자세 외교의 결과이고, 독도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인식 수준, 그리고 향후 전개될 저자세 독도 정책의 출발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사무국장은 “한반도기에서 독도를 빼야 한다는 IOC 권고 결정에 일본의 입김이 작용했으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라며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IOC에 독도가 들어간 한반도기 사용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IOC 결정에 대해 항의하는 등의 조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국장은 “한반도기는 남과 북이 모든 사상과 이념을 초월하여 하나가 되는 상징이고,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분명한 사실과 우리의 독도 수호 의지를 나타내는 상징”이라며 “ 국제체육대회에서 독도가 들어간 한반도기를 사용한 선례가 있고, 대다수 국민들은 독도가 포함된 한반도기 사용을 바라고 있다. 독도가 들어간 한반도기 사용은 독도의 주권국 대한민국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지난 7번의 남북 공동입장에서 독도를 포함하지 않은 한반도기를 사용했지만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과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당시에는 독도가 표시된 한반도기를 사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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