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64) 운명은 오는 13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425호 법정에서 결정된다. 지난 2016년 8월 김진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이 송 전 주필 비리 의혹을 실명 폭로한 뒤 이어졌던 재판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송 전 주필 변호는 법무법인 ‘바른’이 맡고 있다.

먼저 그가 받고 있는 혐의는 다음과 같다. 송 전 주필은 2007~2016년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뉴스컴) 대표(60)가 운영하던 홍보대행사인 뉴스컴 영업을 돕고 기사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수표, 현금, 골프 접대 등 총 4947만 원에 달하는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 불구속 기소됐다. 또 대우조선해양에 우호적 글을 써 주고 인사 로비를 해주는 명목 등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도 있다.

송 전 주필 측 변호인은 재판 초 “송 전 주필은 40년 가까이 취재 기자, 논설위원 등으로 재직하고 2008년부터 등기 이사를 맡아 회사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과 교분을 유지했다”며 “검찰이 이런 상황을 배제하고 단편적인 면만 떼어서 피고인(송희영)의 범죄 행위로 구성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68)의 연임 로비에 개입하고 수십억 원대 일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뒤 1심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났으나 지난달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송 전 주필과 박 전 대표의 재판에선 ‘권언유착’ 정황이 속속 폭로됐다.

▲ 2016년 12월26일 오전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이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별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 2016년 12월26일 오전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이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별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대우조선 사장 연임 위해 뛴 송희영

먼저 대우조선 사장들의 연임을 위해 송 전 주필이 뛴 정황이 재판에서 드러났다. 송 전 주필은 2006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대우조선을 이끈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 연임에 유리한 기사를 써주는 대가로 남 전 사장으로부터 일등석 항공권과 숙박비를 제공받는 등 39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전직 대우조선해양 홍보 담당 임원 이아무개씨에 따르면, 송 전 주필은 민유성 당시 산업은행장과 2009년 8월17일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거행된 쌍둥이배 명명식에 배우자와 함께 참석하고 남 전 사장 등과 전세기를 타고 유럽에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송 전 주필은 남 전 사장이 대우조선 경영권을 유지하고자 추진했던 ‘국민주 공모 방식 매각’의 타당성을 담은 칼럼 및 사설을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수차례 게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에 따르면 송 전 주필은 2008년 4월 “대우조선의 진짜 오너가 누구인데”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대우조선의 ‘대기업 매각 대안’으로 ‘국민주 공모 방식 매각’을 제시했는데 이를 고맙게 여긴 남 전 사장은 고가 시계를 선물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밖에도 그는 “재벌에게 뭘 못 줘서 그토록 애가 타나”(2010년 10월2일자) “재벌 ‘총수문화’, 바꿀 건 바꿔야 한다”(2011년 5월18일자 사설)는 제목의 칼럼·사설을 통해 재차 국민주 공모 방식 매각을 제안하는 내용을 게재했다. 

또 2011년 9월 박 전 대표와 남 전 사장과 함께 유럽 여행을 하던 중 대우조선이 중공업사관학교를 창설해 고졸 채용을 대폭 늘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고졸 채용 늘리니 대학 가려는 전문高 학생 줄었다”(2011년 9월14일자 사설) “대우조선이 간부후보로 고졸 뽑는다는 반가운 소식”(2011년 10월13일자 사설) 등의 사설을 게재하기도 했다는 것이 검찰 주장이다.

송 전 주필은 남 전 사장 측근이자 후임인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재임기간 2012년 3월~2015년 5월) 연임을 로비해주는 대가로 현금·상품권 등 17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송 전 주필이 2015년 2월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고 전 사장 연임을 청탁했고 그 대가로 고 전 사장에게 자신의 처조카 취업을 청탁했다는 검찰 주장도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송 전 주필이 박 전 대표의 영업 활동을 적극 도왔다는 것인데, 검찰은 “송 전 주필과 박 전 대표는 친목 모임을 만들어 중국으로 골프 여행을 다니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송 전 주필은 부정 청탁인 줄 알면서 금품을 받고 박 전 대표의 영업 활동에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2010년 6월께 박 전 대표가 송 전 주필에게 제스프리(뉴질랜드 키위 브랜드) 홍보를 위해 방송국 TV 프로그램에 특정 인사를 출연시켜달라고 추천했다는 주장도 재판에서 거론됐다.

“송 전 주필 조카 면접 때는 술냄새 나”

대우조선해양이 2009년 송 전 주필의 조카를 특채로 입사시키기 위해 회사 채용 규정까지 어겼다는 법정 증언도 있었다. 송 전 주필 조카는 입사 지원 기준인 토익 점수는 물론 인적성평가·신체검사 등 대부분 항목에서 부적격이었지만 대우조선에 입사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첫 공판에서 나온 대우조선 인사채용 담당자 이모씨 진술 조서에 따른 내용이다.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토익점수가 700점이 넘지 않으면 탈락인데 송 전 주필의 조카 강모씨는 415점이었다”며 “인적성검사는 2등급 이하면 채용이 안 되는데 강씨는 2등급이었으며 신체검사에서도 간수치가 높고 추간판탈출증이 의심돼 부적격 판단을 했었다”고 밝혔다.

또 이씨는 “(송희영 조카인) 강씨는 면접을 보러 와서도 술냄새가 나 당황했다”며 “외국인 면접관의 면접을 진행해도 점수가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채용 담당하는 (스스로가) 창피할 것 같아서 아예 시행을 안 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대우조선의 영어사명인 DSME가 무엇의 약자인지도 모르는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은 지원자”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남상태 당시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한 명을 찍어서 채용하고 서울에 근무하도록 지시해 무조건 채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은 송 전 주필이 그의 동생을 통해 박 전 대표로부터 받은 1000만 원 권 자기앞수표를 세탁하려 한 사실을 공개했다. 송 전 주필 동생은 “누구에게 받았는지는 모르나 지인에게 수표를 주고 현금화해서 다시 받은 기억이 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수표를 현금화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송 전 주필과 그의 동생 모두 누구에게 받았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이는 누가봐도 비상식적”이라고 주장했다. 

효성 ‘형제의 난’에도 등장하는 송희영

지난해 11월 공판에선 박 전 대표가 효성그룹 ‘형제의 난’ 당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대립하던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PG 사장을 돕는 대가로 최대 100억 원의 성공 보수를 받기로 약정한 사실이 법정에서 최초 공개됐다.

이 과정에도 송 전 주필이 등장했다. 박 전 대표는 조현문 전 사장에게 유리한 보도 자료를 배포하기 위해 조현준 회장 비리를 폭로한다고 협박하는 등의 계획을 마련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 회장은 공판에 출석해 “박 전 대표가 2013년 2월 본사에 찾아와 효성 중공업PG 매출 성장의 주역인 조 전 사장이 퇴사해 변호사의 길을 가려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으면 ‘서초동에 가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으나 사실과 달라 거부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조 회장에게 “박 전 대표가 송희영 전 주필에게 조 전 사장 명의의 보도자료를 보내 조선일보에 인용 보도된 것을 알았느냐”고 질문했고 조 회장은 “몰랐다”며 “송 전 주필이 그러지 않았으리라 생각하지만 좀 원망스러운 것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 징역 4년과 추징금 1억여 원 구형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송 전 주필에게 징역 4년과 추징금 1억648만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기자들이 준칙과 윤리강령을 정립해 쌓아온 신뢰가 이 범행으로 무너졌다”며 “송 전 주필이 박 전 대표와 장기간 유착돼 금품을 받고, 사설 등의 청탁을 받으면서 조선일보 평기자가 느끼는 배신감과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사안의 중대성을 양형에 무겁게 고려해달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피고인들은 수사 과정에서 한 몸이 돼 상식에 맞지 않는 말을 하기도 했다”며 “허위 사실을 주장해 재판부 눈을 가리려 하는 등 개전의 정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의 금품·향응수수, 특정인, 기업과의 유착 폐단이 반복되는 동안 조선일보 기자들은 출입처에서 속칭 ‘뻗치기’를 하며 노력해왔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 사건의 본질은 유력 언론사 고위 간부와 홍보대행사 대표의 유착관계”라며 “송 전 주필은 개인 이익을 위해 언론인 책무를 저버리고 조선일보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현저히 손상시켰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공정한 과정과 정당한 평가가 아니라 인맥과 청탁이 결과를 지배하는 사회적 폐단은 이들이 한 불법적인 토양 위에 싹튼 것”이라며 “지금도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언론인의 자존감과 언론에 대한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해선 이들의 단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전 주필은 최후진술에서 “뜻하지 않은 정치 파동에 휩쓸려 수사를 받는 약 1년 동안 끔찍한 세월을 보냈다”며 “박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저를 공격한 것을 계기로 권력 기관이 총출동해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 했을 때 화가 나기도 했지만 칼럼이나 기사로 오랫동안 민폐를 끼친 것에 대해 감당할 업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송 전 주필은 “인격수양이 부족한 제가 검찰 수사 이후 일상적 전화, 이메일, 식사 자리마저 편치 않게 된 건 슬프기 그지없는 일”이라며 “회복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판단이 나와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송 전 주필 변호인은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선처를 바란다고 청탁하거나 위탁받은 사무가 적법하다면 부정한 청탁이라고 할 수 없다”며 “가급적 사람들을 많이 만나 여러 관점의 설명과 의견을 듣고 진지하게 검토하는 건 언론 종사자의 임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마저 변화시킨 송희영

송 전 주필 사건 이후 조선일보에도 변화가 있었다. 조선일보 노사는 송희영 전 주필 사건 이후 조선일보 윤리위를 발족시켰다. 윤리위는 지난해 12월25일 신문 제작 과정에서 신문사와 기자들이 지켜야 할 원칙을 담은 조선일보 윤리규범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윤리규범은 취재 보도와 직업 윤리 두 분야에서 기자들이 지켜야 할 원칙과 가치를 밝히고 이를 실천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직업 윤리와 관련해선 ‘공정한 보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선물·접대를 받지 않는다’,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금전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등 직업인으로서 기자가 지켜야 할 윤리 원칙 7가지를 제시했다. 또 기자가 받아서는 안 되는 금품·향응 종류에 ‘과도한 할인 혜택’까지 포함시키며 윤리 기준을 끌어 올렸다. 

송희영 사건 이후 조선일보 평기자들은 노보를 통해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 규명 및 사과 △이를 위한 독립적인 조사 기구 구성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감찰과 조사 기능을 갖춘 윤리위원회 구성 등 구체적 방안 마련 △간부 사원에 대한 다면 평가 도입 등을 요구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행이라는 명분으로 이어졌던 취재 방식, 취재원과의 만남 등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조선일보는 이번 기회에 보다 신뢰받는 신문으로 거듭나야 한다. 우리 스스로에 대한 도덕적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전 주필은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선고 전망’에 대해 “내일 재판 결과가 나오니 판결문을 보고 이야기하자”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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