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방한한 펜스 미국 부통령이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해 북한 소행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낳고 있다. 또한 그는 유엔조차 천안함 침몰원인이 북한의 어뢰공격이라고 인정했다는, 사실과 다른 부정확한 주장을 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9일 오후 경기도 평택의 해군 제2함대사령부 내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해 천안함 선체 잔해를 둘러보고 탈북자를 만났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천안함 선체 앞에서 천안함이 북한 어뢰 공격을 받았고, 유엔도 이를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펜스의 발언 내역은 주한 미국 대사관에 전문이 올라와 있다. 주한 미 대사관의 펜스 발언록에 의하면, 펜스는 “내 뒤에 있는 천안함은 북한의 어뢰 공격을 받은 대상이었다”며 “또한 국제사회와 심지어 유엔조차도 북한이 공격에 관여했다고 확인했는데도 북한은 여전히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배의 침몰과 46명의 희생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주한 미 대사관에 올라온 펜스 발언록 일부이다.

The Cheonan ship behind me was subject to a torpedo attack by North Korea in 2010. And while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nd even the United Nations, confirmed that North Korea engaged in the attack, as I stand before you today, North Korea still refuses to accept responsibility for sinking this ship and costing 46 lives that we remember today.

▲ 지난 9일 펜스 미국 부통령이 경기도 평택의 해군제2함대 사령부 천안함기념관을 방문해 천안함 침몰의 원인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주한미대사관
▲ 지난 9일 펜스 미국 부통령이 경기도 평택의 해군제2함대 사령부 천안함기념관을 방문해 천안함 침몰의 원인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주한미대사관
▲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9일 해군제2함대사령부에 방문해 천안함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주한미국대사관
▲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9일 해군제2함대사령부에 방문해 천안함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주한미국대사관
이 같은 펜스의 주장을 두고 부적절한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1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부적절한 행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천안함이라는 것은 가슴아픈 일이지만, 남북간의 논란이 많은 사안이고, 국내에선 그 증거의 진상, 진실에 대해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문제”라며 “남북간 모처럼 갈등 해결 계기로서 단일팀 만들고, 고위급이 접촉하는 상황에서 논쟁이 많은 사안을 부각시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고, 의도적이고 정치적 행보라는 점에서 매우 적절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이 시점에서 방문한다는 것은 특히 주변국들이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해 합의된 견해를 갖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천안함을 방문해서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적인 것”이라며 “중국 러시아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소행이라는 점에 대해) 일치된 견해를 갖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조차 인정했다는 펜스 부통령의 발언을 두고 이 위원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의 입장이야 북한 어뢰라는 한국 입장을 지지한다는 것이지만, 유엔이 (북한소행을) 인정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는 의장 성명을 통해 2010년 3월 26일 공격으로 초래된 대한민국 함정 천안함의 침몰에 ‘깊은 우려(deep concern)’를 표명한다고 밝혔을 뿐 공격 주체가 누구인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라는 언급이 없었다.

그런데도 단정적으로 유엔조차 북한이 어뢰 공격에 관여돼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펜스 부통령의 천안함 방문과 거론 모두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8년 째 천안함 명예훼손 재판을 이어오고 있는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위원(현 서프라이즈 대표)도 펜스 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신 전 대표는 1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평화와 화합의 상징이라는 스포츠제전인 평창 동계올림픽에 와서 천안함과 탈북민을 만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신 전 대표는 “그동안 미국이 천안함 사건 초기엔 북한 소행이라 지목한적도 없고, 증거가 없다거나 배 내부의 문제라는 주장을 폈으며, 정부의 발표이후에도 남한 정부의 발표를 지지한다는 식의 소극적인 입장을 펴왔다”며 “그런데 이번엔 미국 부통령이 노골적으로 북한 소행이라고 밝힌 것은 특이한 일”이라고 꼽았다.

그는 “미국이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으로 최대한 활용하려 한 것이 드러난 것”이라며 “지난 8년간 천안함 재판은 앞으로 남은 재판을 통해 그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 테고, 펜스 부통령도 북한에 대해 사죄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천안함을 침몰시킨 원인으로 지목돼온 이른바 북한산 1번 어뢰. 천안함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사진=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위원
▲ 천안함을 침몰시킨 원인으로 지목돼온 이른바 북한산 1번 어뢰. 천안함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사진=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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