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SK브로드밴드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했지만 정작 다수 노동자들은 자신이 비정규직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최저임금이 오르자 사측이 ‘꼼수’를 쓴다는 주장도 나온다.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조합원 대상 실태조사(온라인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30명 중 84.5%는 “(자신을) 여전히 비정규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왜 이렇게 인식하는 걸까.

앞서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7월 협력업체에 간접고용됐던 설치 및 수리기사·영업직·상담원 등 4500여명의 노동자들을 자회사 홈앤서비스로 고용한다고 밝혔다. 당시 SK브로드밴드는 ‘민간기업 최초’라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고용안정과 상생협력 우수사례로 평가했다.

▲ 유료방송 설치기사의 노동환경. (해당 사진은 이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희망연대노조 제공.
▲ 유료방송 설치기사의 노동환경. (해당 사진은 이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희망연대노조 제공.

정규직 전환은 여전히 간접고용을 고수하고 있는 타 업체보다 진전된 정책인 건 맞다. 하지만 자회사를 통한 전환에 그쳤고, 처우개선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 홈앤서비스 전환 이후 나아진 점”을 묻자 64.2%의 응답자는 “변한 게 없다”고 답했다. 고용불안이 없어졌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은 응답자는 24.3%에 그쳤다. 정작 “임금 및 복지가 향상되었다”고 느끼는 응답자는 4.3%에 불과했다.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83.2%가 “낮은 임금”이라고 답했다. 불만사항을 묻자 59.8%가 “저임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에 따르면 홈앤서비스 노동자 대부분의 기본급은 최저임금 수준인 158만 원에 불과하다. 내근직의 경우 최저임금에 미달한 148만 원 가량을 받고 있다.

희망연대노조 관계자는 “호봉제가 아니기 때문에 연차가 높아도 기본급은 동등한 수준”이라며 “고정급으로 기본급과 식대, 변동급으로 받는 수당을 합쳐도 평균 수입이 200만 원을 조금 넘는 정도다. 기존에 노조가 설립되지 않은 협력업체 출신들은 최저임금에 미달된 임금체계로 유지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 2015년 2월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 전광판에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강세웅 조직부장과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장연의 연대팀장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였다. 사진=이치열 기자.
▲ 2015년 2월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 전광판에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강세웅 조직부장과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장연의 연대팀장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였다. 사진=이치열 기자.

홈앤서비스는 정규직 전환 후에도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시절 임금구조를 유지하려 하는 등 처우개선에 소극적인 자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오르자 홈앤서비스는 내근직 노동자는 그동안 별도로 책정된 ‘보전수당’을 최저임금에 적용하거나 영업직 노동자의 경우 기본급 148만 원에 ‘고정영업수당’(10만 원)항목을 넣어 최저임금과 동등한 수준으로 맞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상시적인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직접고용을 통해 사회적 의미를 만들겠다는 애초의 취지는 퇴색되고 있다”면서 “SK는 자회사 뒤에 숨어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는커녕 자회사 설립을 미화하는 데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화려한 정규직 전환 선언은 강조됐지만 이후 처우 개선이 미미하다는 점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홈앤서비스 출범 보도자료가 배포된 날 포털 네이버 기준 관련 기사가 40건 쏟아졌다. 그러나 희망연대노조가 조합원 설문조사를 공개하고 기자회견을 한지 하루가 지난 8일 오후 기준 네이버 검색 결과 관련 기사는 3건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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