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지방선거,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출마했던 고승덕 변호사는 미국에 거주 중인 자신의 딸이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아버지는 교육감으로서 자질이 없다”는 요지의 글을 올리자 지지율이 급락했다. 이에 고승덕 후보는 6월3일 서울 강남역 유세에서 “못난 아버지를 둔 딸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 장면은 딸에게 직접 사과한 것도 아니고, 팔을 올리는 모습과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지극히 부자연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이 장면은 그야말로 온갖 패러디를 낳았는데, 가장 주목받았던 패러디 중 하나가 바로 ‘the HOOT’이란 유튜브 유저가 만든 일렉트로닉 기타 합성버전이었다.

the HOOT은 이 패러디 영상을 통해 고승덕 후보의 말을 박자에 맞게 편집해 사용했다. “못난 아버지를 둔 딸에게”에서 ‘둔 딸’을 계속 이어붙여 ‘둔둔따레’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메탈 음악의 특성에 맞춰 “미안하다!”를 하이라이트로 사용했다. 고승덕 후보의 부자연스러운 동작과 액션은 메탈 음악에 맞춰 ‘작품’으로 완성됐다. 

이 패러디는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에 퍼지며 몇 일 만에 1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작성자님 약드셨써여?”, “수능금지곡ㅋㅋ”, “이건 진짜 예술작품이다”, “역사에 남을 편집이네요... 비슷한 스펙 장비를 쓰고도 이보다 잘 만들 자신이 없어서 맥을 팔려고 합니다 ㅋㅋ”, “여기서 나갈수가 없어. 머리속에 계속 둔둔따레 둔둔 따따레” 등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후에도 ‘the HOOT’의 패러디는 거침이 없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와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도 패러디 대상이 됐다. 최근 가장 많이 패러디 대상이 된 사람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다. 안철수 대표의 “누굽니까!”, 류여해 전 최고위원의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같은, 소리를 지르거나 자연스럽지 않은 모습들이 패러디의 대상이 된다. 

이 패러디들은 ‘00메탈’이란 이름으로 확산 중이다. 고승덕 당시 후보의 패러디는 ‘애비메탈’, 류여해 전 최고위원의 ‘이건아니메탈’, 안철수 대표의 ‘누구메탈’, 박근혜씨의 탄핵을 축하하며 만든 ‘파국메탈’ 식이다. 고승덕 전 후보와 안철수 대표, 류여해 전 최고위원의 ‘메탈삼대장’ 특집도 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3일 오후, 노량진 인근에서 the HOOK을 만나 패러디 영상을 제작하게 된 계기와 영상의 숨은 이야기에 대해 물었다. 아래는 the HOOK과의 1문 1답.

▲ 지난 2월3일 서울 노량진역 인근 카페에서 인터뷰 중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the HOOT'. 사진=정상근 기자
▲ 지난 2월3일 서울 노량진역 인근 카페에서 인터뷰 중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the HOOT'. 사진=정상근 기자
- 화제가 된 영상들은 언제부터, 왜 만들기 시작했나?

“2014년 고승덕 변호사가 유세 중에 했던 ‘미안하다’부터 시작했다. 정치와 음악을 섞게 된 긴 사연 같은 것이 있는데, 원래 제주도에서 살다가 음악을 하고 싶어서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몇 년간 음악을 했다.

어릴 때는 서울만 가면 같이 음악을 할 사람 많을 것 같았고, 밴드의 멤버를 모으기도 쉬울 것 같았다. 그러면 살아갈 길이 보이지 않겠나 했는데, 길이 안 보였다. 같이 할 사람도 없었고, 음악을 하면서 클라이언트들이 돈을 안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가 나는 음악은 안 되겠다 싶어 공무원 시험을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생각하니 기타를 팔기 너무 아깝더라, 처음 기타를 산 게 중학교 때였는데, 이 기타를 팔려니 인생의 절반을 부정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취미로 하고 정 안되면 장식용으로 놔둬도 되니까 결국 안 팔았다.

그리고 공부를 하려 했는데, 한 달 해보니까 이런 방식의 공부는 나랑 잘 안 맞았다. 그래서 낙심하고 있었는데 그때 우연히 SNS를 들어가 보니까 고승덕이…. 내가 엉망진창인 것 같은데 세상도 엉망진창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충 3시간 만에 그 영상을 만들었다.

원래도 취미 삼아 일기를 쓰듯 그냥 기타를 쳐서 유튜브에 올려왔다. 그때는 옷도 잘 차려입고 했는데, 어차피 안본다 싶어서 옷도 대충 입고 만들었는데, 그게 그렇게 바이럴이 될 줄 몰랐다.”

- 클라이언트들이 돈을 안줬다는 것은 무슨 얘기인가?

“사람들이 음악 쪽에서만 그런 것인지, 다른 쪽으로도 그런 건지, 어떤 사람이 나에게 음악을 의뢰했다. 그럼 내가 만들어서 주면, 이 사람이 듣고 좋으면 괜찮다고 하고 돈을 주면 되고, 부족하면 수정해 달라고 하거나, 당신은 우리랑 안 맞다고 거부하면 된다.

그런데, 그것보다는 네가 과거에 얼마나 히트곡을 많이 썼는지가 중요한거다. 클라이언트들이 음악을 판단하는 건 없다. 게다가 곡을 달라고 할 때는 3일 만에 써서 달라고 하면서 입금은 3개월이나 걸리는 일도 있었다. 그나마 3개월 걸려서라도 주면 다행이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잠수타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면 하나의 프로젝트가 잘 돼서 돈을 받는다 하더라도 다음 프로젝트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이 돈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 수익은 얼마나 됐나?) 수익은 거의 없었다. 개인 레슨이 있을 때는 수익이 있는데 없을 때는 계속 없다. 거의 라면만 먹고 살다가 이러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회사를 들어가자고 결심했다.”

- 지금은 무슨 일을 하고 있나?

“광고 PD를 하고 있다. 이게 조심스러운 것이, 내가 하는 일이 유튜브 채널에서 성향이 한 쪽으로 치우친 느낌이 있고, 내 개인적인 성향이 표출되다 보니, 회사가 알려지면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나도 혼자만의 시간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라 회사 생활을 못할 것 같았는데, 지금 회사가 잘 맞다”

- 다시 영상 얘기로 돌아가서, 고승덕 영상을 봤던 사람은 얼마나 되나?

“조회수로 치면 200만이 넘었다. 정말 신기했다. 사실 유튜브는 내가 홍보하고 다닌 것도 아니고 일기 쓰듯 올렸던 것이라 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기타를 치는 영상이었는데 아예 댓글이 한국어로 된 댓글이 없었다. 외국인이 돌아다니다가 얻어걸려서 영어로 잘 봤다고 하는 정도였다. 그래서 댓글 알림을 켜놨는데, 갑자기 한 시간 동안 댓글 알림이 엄청 울리는 거다. 한국어 댓글을 보니 신기해서 어디서 보고 온 거냐고 물어봤는데, 모든 커뮤니티에 인기 게시물로 가 있었다고 하더라”

- 이후 만들어진 영상들은 어떻게 기획돼 나오는 것인가?

“계산이나 기획을 한 것이 아니다. 해봤자 안 볼 것이고, 대충해도 안 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도 안보는 채널에, 아무도 안 듣는 음악을 해서 올린 건데, 그게 바이럴이 된 것이다. 나는 소프트웨어를 빠르게 다루는 건 타고난 게 있는 것 같다. 영상 PD를 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편집이 빠른 편이다”

- 지금은 안철수 대표에게 가장 영감을 받는 것인가?

“딱히 그분이라서가 아니라, 그분이 소스가 많았다. ‘누굽니까’라던지, ‘가즈아’ 같은 경우가 그랬다. 그런 소스를 제공하는 것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많다. 그런데 내가 음성을 따는데 배경음악을 크게 깔아놓은 경우가 많아서 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는 배경음악이 없는 것이 많았다. 박근혜씨는 소리를 지르는 게 없긴 한데, 그분은 횡설수설이 특징이다. 그걸 다 엮어서 문장을 재배열해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런게 아니면 역시 소리지르는 것이 가장 좋다.”

- 혹시 풍자 당사자에게 연락이 오거나 한 일은 없나?

“한 번도 없다. 내가 패러디 작업을 할 때 생각하는 것은, 아무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거라곤 하지만 당사자가 피해받고 고통스러워하는데 그것도 표현의 자유로 넘어갈 순 없다는 것이다. 당사자가 고통스러워한다면 사과하고 영상을 삭제할 생각인데, 한 번도 그런 적은 없다. 물론 그분들의 팬이 불편하다고 하고 지우라고 하는데, 패러디 당사자가 아니고 친인척도 아니어서 신경 안 쓰고 있다”

- 기타는 본인이 직접 치는 것인가? 영상에는 기타만 나오던데 다른 악기들은 다른 분들이 직접 친 것인가?

“판관 포청천 같은 경우 대법원 앞에서 쳤다. 대법원이란 장소와 포청천이 잘 어울리니까, 하지만 치는 건 집에서 녹음해놓고 길에선 치는 시늉만 한다. 맨날 집에서 치니까 똑같아서 다양하게 하려고 한 것이다. (- 집에서 치면 밑에서 올라오는거 아닌가?) 일렉 기타라서, 컴퓨터 연결해서 헤드폰 쓰고 하기 때문에 밖에서는 소리가 안 나온다.

다른 악기의 경우 베이스랑 기타는 내가 연주하고, 드럼과 피아노는 미디로 마우스로 입력해서 하고 있다. 가끔 콜라보로 다른 드러머랑 할 때는 그분이 영상에 나올 때도 있다. 영상에 드럼이 안 나오면 컴퓨터로 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 해당 영상에 나온 노래는 창작곡인가? 아니면 상황에 맞게 있는 곡을 사용하는 것인가?

“커버곡을 할 때는 커버곡이라고 적어놓고 원곡도 적어놓는다. 그리고 ‘00메탈’ 같은 정치풍자는 자작곡이다. 유튜브도 그렇지만 페이스북에도 영상을 같이 올리는데 남의 곡을 커버 해서 작업하면 저작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 영상을 만들다 보면, 보시는 분들의 반응이 느껴지는가? 뿌듯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나?

“항상 뿌듯하다. 악플 보다 반응이 없는 것이 제일 답 안 나오는건데, 실제로 악플 다는 사람도 봤지만 그것보다 좋은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이 고맙다. 나도 다른 영상 보다가 댓글을 잘 안 남긴다. 그런 댓글 남기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다. 좋은 댓글이 달리고 피드백을 해주시면 다음에 더 좋은 것을 해야겠다는 느낌이 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있나?

“대부분의 ‘ㅋㅋㅋ’ 라는 댓글이 많아서…. 구독자 중 한 분이 장르를 ‘드러그 메탈(약빤 메탈)’이라고 댓글로 남겨주셨다. 그 말이 재밌어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 영상콘텐츠를 만드는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나?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다른 분들에 비해 단기간에 확 몰입하는 집중력이 좋은 것 같다. 반대로 산만한 것도 많다. 내가 유명하진 않은데, 구독자 만 분이 조금 넘었는데, 유명 유투버들에 비하면 적지만 과분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면 입에 발린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처음에는 아무도 안 봤으니까.

요즘엔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사람들이 좋아해 주시는 걸 찾아 균형을 맞춰가고 싶다. 이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만 하면 내가 재미없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다. 자신만의 특별한 게 없으면 안 본다. 크리에이터는 1등 할 필요가 없다. 달리기가 아니니까, 그보다 자신만의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

그게 하루아침에 안 될 것인데, 사실 나도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그걸 알아가기 위해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 그럼 조금씩 가까워지지 않을까”

- 유튜버 일을 전업으로 할 생각은?

“전업으로 하지는 않을 것 같다. 회사에 만족한다.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그리고 기타로 먹고 살만큼의 실력은 아니다. 다양한 것을 잘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먹고 살 만큼 하나를 잘하는 것은 없다. 프로의 세계는 어마어마한게 많아서, 나보다 훨씬 잘치시는 분들도 기타 만으로 생활하기는 힘들다.”

- 앞으로 또 페르소나(?)가 될 정치인은 누구인가?

“누구든지, 소리 지르는 사람 있으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도 한 번 해보고 싶다. 정치적이 아닌 것 중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있으니까 영화 국가대표의 OST 커버영상을 올리려 하는데, 여성 보컬이 없어서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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