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구성원이 거부했던 사장의 마지막은 비참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고대영 KBS 사장이나 김장겸 MBC 사장의 끝은 해고였다. 이들은 모두 자사 구성원의 파업을 부른 ‘파업 유발자’였다. 두 언론사는 현재 정상화 과정에 있다.

마찬가지로 ‘파업 유발자’인 최남수 YTN 사장은 이들과 결이 다르다. 그는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 임명됐다. ‘낙하산 사장’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언론장악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인사도 아니다. 김재철·김인규 등 영화 ‘공범자들’ 주인공들과 결이 다른 인사라는 점은 예각을 세우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가 YTN 사장으로 적합한 인물인지는 의문이다. 자질과 품격의 문제다. 최 사장은 7일 오전 tbs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노종면씨는 취재 경험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보도국장을) 아예 안 시키겠다는 게 아니고 더 좋은 후보를 시킨 다음에 훈련 기간을 거쳐 조금 늦게 하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 최남수 YTN 사장은 7일 오전 tbs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진행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왼쪽)와 최남수 YTN 사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tbs
▲ 최남수 YTN 사장은 7일 오전 tbs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진행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왼쪽)와 최남수 YTN 사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tbs
노종면 기자는 2008년 MB정부 방송장악에 맞섰다. 그해 10월 해고된 뒤 지난해에야 복직했다. 해직 3225일 만이었다. 최 사장 말대로 ‘취재 경험’이 없어 문제라면 그건 노 기자 책임이 아니라 그를 해고한 회사와 정권 탓이다. 물론 노 기자는 해직 후 ‘뉴스타파’ ‘국민TV’에서 앵커 활동을 이어갔다.

최 사장은 지난달 8일 기자회견에서도 “YTN 사태 원인은 원천적으로 노종면 기자에게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며 노 기자를 겨냥했다. 그가 이날 배포한 자료에는 ‘말 바꾸기’, ‘언론관’, ‘조직관’ 등으로 구분한 노 기자의 ‘문제점’이 빼곡 적혀 있었다.

언론사 사장이 특정 사원을 겨냥해 비판하거나 회견을 여는 것은 드문 일이다. 고대영·김장겸 사장도 그런 행태는 보이지 않았다. 사원 하나에 휘둘리는 자신의 무능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최근 분주하다. 지난 2일에는 이른 새벽부터 옆집인 서울 상암동 MBC 사옥을 찾았다. 이날 그는 MBC 오전 뉴스 프로그램 ‘뉴스투데이’에 출연했다. 지난 5일에는 CBS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과 논쟁을 펼쳤다. 공영 언론 사장이 타사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 역시 이례적이다. 대표이사가 자기 회사 치부를 남 앞에 스스로 드러내는 꼴이기 때문이다.

기자가 제보자 증언을 바탕으로 그의 한일 역사관을 문제 삼자 그는 기자에게 “어느 업체인지 알려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이를 거부하자 “주신 정보만으로 추론이 가능하다”며 압박했다. “참석자 증언을 듣는 건 최소한의 방어 조치”라는 논리로 공영 언론 사장이 업체 관계자들에게 전화한다면 그들은 그 행위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 최남수 YTN 사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YTN 사옥 사장실 앞 로비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조합원 60여 명에게 둘러싸인 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최남수 YTN 사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YTN 사옥 사장실 앞 로비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조합원 60여 명에게 둘러싸인 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명박·박근혜에 대한 칼럼과 글로 그는 연거푸 사과했다. 과거 최고 권력자에 대한 칭송 논란이 일자 그는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성희롱 트위터 논란 때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그러면서도 “사퇴할 사유는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가 생각하는 사퇴 사유는 무엇인가. 최 사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상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친 사장”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tbs에 출연한 그는 진행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김 총수보다 더 밝은 모습이었다. 지난달 24일 사회 각계 원로들의 ‘최남수 퇴진’ 기자회견에서 언론인 임재경 선생(전 한겨레 부사장)은 다음과 같이 최 사장을 일갈했다. “언론인은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공공방송사 수장이 되겠다는 사람이 후안무치로, 부끄러움을 모른다.” YTN 구성원들은 부끄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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