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감학원 수용피해자 4691명의 기록이 담긴 자료가 공개됐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이를 토대로 전면적인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한 선감학원 피해 생존자들은 지난 5일 선감학원 진상규명 등을 위한 관련법 입법 청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 5월29일 일제 조선소년령에 따라 경기도 안산시 대부면(당시 경기도 부천군) 선감도에 세워진 수용 시설로 이곳에선 1982년 폐쇄 때까지 강제노역 등 인권 침해가 발생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과 선감학원 피해자 대책모임은 7일 “선감학원에 강제수용됐던 피해자들의 참혹한 실상이 처음으로 확인됐다”며 경기도가 보관하고 있던 선감학원 퇴원아대장 4691건(기간 1955년~1982년, 퇴원연도 미상 120건 포함)을 열람하고 분석한 최초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진 의원 등은 “제출된 최종 보고서는 선감학원 내의 불법 행위를 고발하는 중요한 증거”라고 밝혔다.

경기도의회는 2016년 2월24일 ‘경기도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같은 해 3월4일 ‘선감학원 희생자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2017년 상반기에 진상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당시엔 ‘원아대장’이 공개되지 않아 선감국민(초등)학교 생활기록부 등을 갖고 대략적으로만 조사가 진행됐다. 진 의원 등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특위 활동만으로는 과거 정부 기록을 확보해 사건의 진상을 드러내는 데 큰 한계가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 선감학원 원생들 입소 당시 연령. 자료=진선미 의원실 제공
▲ 선감학원 원생들 입소 당시 연령. 자료=진선미 의원실 제공

진 의원 등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퇴원연도가 미상인 원아대장 120건과 1955년부터 1982년까지 28년간의 원아대장 4571건 등 총 4691명의 원아대장을 경기도가 보관 중이었다. 자료에 따르면 퇴원연도 기준으로 1964년 560명, 1962년 508명, 1963년 332명 등으로 주로 1960년대 초반에 집중적으로 부랑아 단속 및 수용이 이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입소 당시 연령을 보면, 8~13세가 1920명(40.9%)으로 가장 많았으나 7세 이하도 62명(1.3%)이나 수용됐다.

원생들의 본적지 등을 분석한 결과 인천을 포함한 경기도를 본적으로 하는 원생이 1410명(30.1%), 서울이 507명(10.8%)으로 가장 많았으나 전남(광주 포함) 381명(8.1%), 충남(대전 포함) 355명(7.6%), 경남(부산 포함) 304명(6.5%), 전북 213명(4.5%), 강원 211명(4.5%), 경북(대구포함) 167명(3.6%) 등으로 전국 각지에서 아이들이 잡혀 온 것으로 나타났다.

입소 기간의 경우 3개월 이하가 1508명(32.1%)으로 가장 많았으나 3~5년 이하 310명(6.6%), 5년 이상 171명(3.6%)으로 장기간 수용된 원생들도 상당수 확인됐다.

▲ 선감학원 원생들 퇴원사유 현황. 자료=진선미 의원실 제공
▲ 선감학원 원생들 퇴원사유 현황. 자료=진선미 의원실 제공

자료에 따르면 사망자는 24명(0.5%)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피해자 증언을 종합할 때 ‘무단이탈’로 밝혀진 833명 중에도 상당수 사망자가 있을 수 있다. 복수의 생존자들이 사망자로 거론한 여아무개씨는 선감학원을 탈출하려다 익사, 시체가 열흘 만에 떠올라 해안가에 묻혔다. 피해생존자 김아무개씨(70)는 여씨를 자신이 직접 묻었다고 증언했다. 원아대장에 여씨는 ‘무단이탈 제적’이라고 표기돼 있었다.

선감학원 피해자 등을 주제로 최근 논문을 발표한 하금철 비마이너 기자는 7일 미디어오늘에 “사망자가 1955년부터 1982년까지 고작 24명이라는 건 생존자 증언과 너무 다르다”며 “(사망자들은) 여씨처럼 실제 사망했으나 선감학원 측 방기로 무단이탈로 표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생존자 증언을 바탕으로 희생자 유해가 묻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 6곳을 확인했으나, 이중 4곳은 이미 방조저 건설로 인한 도로 개설 등으로 지형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GPR탐사와 GPS측량 조사를 통해 이장묘를 포함해 135기의 분묘가 확인됐고 그 주변에도 약 35기 이상의 분묘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유해 존재여부 역시 실질적인 발굴조사가 진행돼야 알 수 있다.

▲ 경기창작센터에 전시된 선감학원 시찰 모습
▲ 경기창작센터에 전시된 선감학원 시찰 모습

진상규명을 위해선 국회에서 과거사 정리 관련 법이 필요하다. 선감학원 피해 생존자들은 진 의원과 함께 지난 5일 국회에 ‘선감학원 아동 국가폭력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입법에 관한 청원’을 제출했다.

진 의원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과거사정리법)을 발의한 바 있다. 과거사정리법은 현재 진선미·소병훈·추혜선 등 많은 의원이 각각 발의해 국회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2005년 12월부터 5년간 활동했던 진실화해위의 활동을 재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과거사정리위원회 재개와 과거사정리기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꾸려지고 이곳에서 선감학원 문제가 다뤄질 경우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기록관을 통해 ‘원아대장’을 확보하는 등 진상규명에 힘쓰고 있는 안경호 4·9통일평화재단 사무국장은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가폭력의 가해자는 국가다. 지방자치단체(경기도) 차원이지만 국가가 피해 실태 조사를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이와 같은 일련의 활동들은 국가가 직접 이 사건을 조사할 때 (원아대장 등을)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법을 통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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