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탐사 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장충기 문자 일부를 공개했다.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언론사 간부들과 주고받은 문자에는 언론과 자본 권력의 유착을 확인할 수 있어 지난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주진우 시사IN 기자와 배우 김의성씨가 진행한 이날 스트레이트에서는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조준희 전 YTN 사장이 장 전 사장에게 보낸 문자가 공개됐다.

조 전 사장은 “존경하는 사장님, 경하드립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장 전 사장에게 보냈다. 경하의 사전적 의미는 ‘공경하여 축하함’이다. 보통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쓰는 말로 통용된다. 합병은 삼성 미래전략실이 주도했으며 장 전 사장은 대관 업무를 총괄했다. 다수의 언론들은 삼성 광고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장 전 사장에게 민원을 전하는 식으로 이득을 챙겼다.

조 전 사장은 IBK 기업은행장 출신이다. 지난 2015년 3월 YTN 사장에 취임했다. 당시 금융계 인사의 방송사 사장 임명은 유례없는 일이라 ‘낙하산·밀실 인사’ 논란을 불렀다.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 조 전 사장은 지난 5월 대선이 끝난 직후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왔다.

▲ MBC 탐사 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지난 4일 첫 방송에서 ‘장충기 문자’ 일부를 공개했다. 조준희 전 YTN 사장은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사진=MBC
▲ MBC 탐사 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지난 4일 첫 방송에서 ‘장충기 문자’ 일부를 공개했다. 조준희 전 YTN 사장은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사진=MBC


그는 지난 1일 특수 엘리베이터 제작업체인 송산특수엘리베이터에 취임했다. 이 업체는 조 전 사장의 YTN 재임 시절 ‘강소기업이 힘이다’라는 YTN 프로그램에 소개된 바 있다. 이에 언론노조 YTN지부는 성명을 통해 “언론사 사장이 자사 프로그램에 소개된 기업에 회장으로 간다는 게 상식에 맞는 일인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스트레이트가 공개한 문자에는 김영모 문화일보 광고국장 문자도 있다. 김 국장은 “만세! 온마음으로 감축드립니다”라고 장 전 사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김 국장은 2016년 8월에도 장 전 사장에게 ‘각골난망’이라는 표현과 함께 “어려운 여건에서도 문화일보를 배려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소용될 일이 있으시면 하시라도 하명해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바 있다. 

김 국장은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과거와 비교하면 신문시장은 크게 위축됐다”며 “어떤 광고주든 광고를 주는 것 자체가 고마운 면이 있다. 삼성뿐 아니라 모든 광고주에게 그렇게 표현한다”고 말했다.

장충기 문자가 논란이 된 이후 각 신문사에서 ‘김영모에게 배우라’고 영업부서를 다그쳤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신문 언론과 광고주 자본과의 관계는 역전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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