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검찰에 고발한 은행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이 은행 관계자를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심상정 의원은 6일 국회에서 ‘은행권 채용비리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일 하나은행 관계자가 의원실을 방문해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해명한 답변을 공개했다. 하나은행은 금감원이 발표한 채용 비리 의혹 22건 중 가장 많은 13건의 비리 의혹에 휩싸인 기관이다.

특히 특정 대학 출신의 면접점수를 임의로 올려 합격시키고 대신 수도권 출신 지원자의 점수를 하향 조정해 불합격된 사례가 드러나면서 대학가에서도 하나은행 불매운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심상정 의원실이 제출받은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하나은행에 지원한 서울대 출신 A씨는 임원 면접 점수 5.00점 만점에 2.00점을 받는데 그쳤지만 4.40점으로 조정돼 합격했다. 또다른 서울대 출신 B씨도 임원 면접 점수는 2.60점이었지만 4.60점으로 조정돼 합격했다.

반면 한양대, 카톨릭대 출신 지원자는 임원 면접 점수에서 4.80점을 받았지만 3.50점으로 하향 조정돼 불합격됐고, 동국대, 명지대, 숭실대, 건국대 출신자들도 기존 점수에서 3.50점으로 하향조정돼 탈락됐다. 특정학교 출신을 우대했다는 이유 말고는 합격 처리 기준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나은행 측은 당초 전형 공고에도 공지하지 않았던 ‘글로벌 우대, 입점대학 우대’라는 사유를 들어 정당한 공개채용이라고 해명했지만 분노만 샀다.

이런 가운데 하나은행 관계자가 심상정 의원실을 방문해 내놓은 해명에서도 특정 대학 출신이어서 합격시켰다는 말을 버젓이 늘어놨다.

심상정 의원실이 정리한 ‘하나은행(○○○ 그룹장) 의원실 방문’ 대화 내용에 따르면 ‘SKY 출신자 7명의 점수를 올리고, 합격권내 기타 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의 점수를 내리는 방식으로 합격 불합격을 시킨 것과 관련해 서울대 2인을 합격시킨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하나은행 관계자는 “우수인재 채용을 위해 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심상정 의원실이 ‘서울대 출신이지만 임원 면접점수는 탈락이다. 서울대 출신이면 우수인재인가’라고 되묻자 하나은행 관계자는 “서울대 출신이 하나도 합격이 안돼, 우수인력인 서울대 출신을 합격시킨 것”이라고 답했다. 능력을 보지 않고 특정대학 출신의 경력을 보고 최종 합격 여부를 결정했다는 해명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위스콘신 출신을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합격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점수조정이 있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측은 서울대 등 이른바 SKY 출신 지원자들을 우대한 이유로 SKY 출신 합격자가 2015년 19%에서 2016년 10% 수준으로 줄었고, 반대로 지방대 출신 합격자가 12%에서 46%로 늘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역시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심상정 의원실은 지적했다.

심 의원실은 “채용 비중을 지방대학과 SKY, 서울 수도권 대학으로 구분할 시, 지방우대 채용을 제외하고 SKY 대학 대비 서울 수도권 대학의 비중은 25% 내외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금감원이 발표한 채용비리 의혹 중 공분을 사고 있는 대목은 은행의 회장 측근을 우대한 내용도 있지만 특정대학 출신이 우대돼 합격했다는 부분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출신 대학이 바뀌지 않는다면 공정한 기회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채용 비리 의혹에서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SKY 출신 지원자가 합격하고 불합격된 대학 소속의 대학생들이 하나은행 카드를 반으로 자르는 등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의 인사말. 사진=하나금융그룹 홈페이지
▲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의 인사말. 사진=하나금융그룹 홈페이지

6일 시민사회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다른 은행을 제외하고 하나은행을 지목해 “출신대학 차별하며 면접 점수 조작하는 은행권의 채용비리는 근절돼야 한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출신학교에 따른 차별 행위는 헌법과 고용정책기본법에 위배되고, 또한 면접점수를 조작한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출신대학에 따른 특혜 채용으로 합격 → 불합격으로 운명이 뒤바뀐 지원자가 저 점수표를 본다면 억장이 무너질 것”이라며 “은행이 요구했던 스펙과 필기시험, 면접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조바심 나는 마음을 다잡으며 오랜 시간을 준비했을 터인데, 그 노오력은 결국 출신대학이라는 조작과 비리로 얼룩진 유리천장에 가로막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회 교육문화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인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해당 법에 따르면 사업주가 채용 시에 특정 출신학교를 우대하거나 점수를 차등 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법을 위반했을 때 인권위의 권고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까지 가능하다.

이들은 “국회가 법 제정을 미루는 동안, 청년들은 철저한 ‘을’로써 지금 이 시간에도 기업 내에서 만연한 출신학교 차별로 인해 납득되지 않는 박탈감, 불합리함을 느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법 통과를 촉구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통화에서 “출신대학 특혜로 피해를 본 지원자를 원고로 모집해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하나은행 측 답변과 검찰 고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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