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단골 패널이 최근까지 자신이 출연했던 프로그램을 심의하게 됐다. 국민의당이 정치평론가 박상병 교수를 선거방송심의위원으로 선임해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오늘이 방송업계 및 학계·정치권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5일 전체회의를 열고 2018년 지방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 인선을 완료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기간마다 운영되는 특별기구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교섭단체 정당, 학회, 방송업계 등에서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선거방송심의위가 공식 발족하는 12일 위원 명단을 공개할 계획이다.

그런데 선거방송심의위원 중 국민의당이 추천해 위촉된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시사 프로그램에 단골 패널로 출연하며 정치적 견해를 밝혀왔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2015년 12월26일 MBN 뉴스와이드에 출연한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
▲ 2015년 12월26일 MBN 뉴스와이드에 출연한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

박 교수는 방송에 몇차례 출연한 정도가 아닌 시사토크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패널이다. 2016년 총선 기간인 2월14일부터 3월9일까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종편, 보도채널 시사토크 패널을 분석한 결과 전체 패널중 출연 횟수 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선임 직전인 지난 2일까지 MBN ‘뉴스와이드’와 지난달 30일 KBS라디오 ‘공감토론’에 출연해 정치평론을 하기도 했다.

다음주부터 박 교수는 자신이 최근까지 고정출연하며 관계를 맺어온 프로그램들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심의해야 한다. 그가 선거방송심의위 출범일인 12일 이후 방송에 출연할 경우 본인의 발언이 ‘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규정상 결격사유는 아니다”라면서도 “선거와 관련한 견해를 밝혀온 분이 심의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추천 단체가 정한 인사가 ‘당원’이라는 결격사유에만 해당되지 않으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선임을 좌우할 권한이 없다.

방통심의위에 따르면 과거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인사가 선거방송심의위원을 맡게 될 경우 방송출연시 관련 발언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심의 대상인 방송의 출연자에 대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규정이 보완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박상병 교수가 그동안 국민의당 입장을 옹호해왔다는 점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통상적으로 정당이 선거방송심의위원 추천권을 갖고 있긴 하지만 결격사유에 당원을 명시한 건 최소한의 공정성은 갖춰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정당 추천이라고 하더라도 학계나 법조계 인사 추천이 이뤄져온 것도 같은 이유다.

지난 대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때는 자유한국당 팟캐스트 진행자였던 류여해 당시 수원대 교수를 자유한국당이 선임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특정 정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사가 위원으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그동안 박상병 교수는 ‘친노’ ‘친문’에 비판적이면서 안철수 의원을 지지하는 등 국민의당의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발언을 일관적으로 해왔다.

2016년 8월26일 채널A 쾌도난마에 출연한 그는 “친박은 이제 진박 당으로 가고 있죠. 뭐 이렇게 됐다고 봐야죠. 친노 그룹은 친문으로 가고 있는 겁니다. 이쪽은 왼쪽 끝입니다. 정당 체제에서. 우리가 이 양쪽으로 패권주의화로 똘똘 뭉쳐지는 더 견고해지는 것을 정치적인 적폐라고 얘기합니다. 정치적인 적폐는 청산의 대상”이라며 ‘친박’과 ‘친노’ ‘친문’을 적폐라고 규정했다.

2016년 4월8일 김홍걸씨의 민주당 입당에 대해 그는 MB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호남을 볼모로 삼아서 압박을 한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4월14일 MBN ‘아침&매일경제’에 출연한 박 교수는 안철수 의원의 아내인 김미경 교수의 채용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26일에는 KBS라디오 공감토론에서 국민의당 합당과 관련해 “이 정당(바른정당)과 손을 잡고 더 넓은 공간으로 간다는 것은 호남에서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당원들의 요구이기도 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방송의 공정성 측면에서 정치 평론가가 특정 정당의 특정 계파와 같은 목소리를 낸 이후 해당 정당으로부터 자리를 받게 되는 점 역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정당과 무관한 정치평론가의 발언은 독립적일 것이라고 시청자가 받아들이기 쉽기 때문이다. 종편 평론가들이 선거 기간만 되면 특정 정당에 공천을 받는 관행이 이어지는 것과 같은 문제다.

2018년 지방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은 박 교수 외에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방통심의위 추천) △김동준 공공미디어 연구소장(더불어민주당 추천) 김민준 법무법인 가우 변호사(자유한국당 추천) △안효수 전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천) △이장희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대한변협 추천) △한상혁 케이블TV방송협회 미디어국장(케이블TV방송협회 추천) △권순택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관훈클럽 추천) △정미정 동덕여대 강사(언론개혁시민연대 추천)가 선임됐다.

한편 추천 과정에서 방통심의위가 추천단체에 위원을 이틀 만에 추천하라고 공문을 보내는 등 일정이 지나치게 촉박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방송심의위 추천단체 관계자는 “지난주 목요일 공문이 왔는데, 다음 날인 금요일까지 위원을 추천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선거 기간에 맞춰 12일까지 위원회가 구성돼야 하는데 그 전의 방통심의위 마지막 전체회의가 5일이기 때문에 지난주 금요일까지 보내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100일 전까지 선거방송심의위가 구성돼야 하는데, 선거방송심의위 위원 임명 권한을 지닌 방통심의위가 지난달 30일 구성되면서 일정이 촉박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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