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시창 YTN 기자(37)는 흐르는 시간이 아깝다. 그리고 아쉽다. 굳건한 JTBC와 변모하는 SBS, 정상화 과정인 공영방송까지. 경쟁사들은 앞서 가거나 제 자리를 찾아간다. 다시 거리로 나서야 하는 YTN 상황이 안타깝다.

지난달에는 2007년 다스 실소유주 의혹 수사에 대비해 작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문건도 입수했다. 추가 보도가 필요했다. 대신 그는 마이크를 내려놨다. “일 욕심이 크지만 파업이 당연히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 그는 요즘 파업에서 오전 집회를 준비한다.

양 기자를 지난 2일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서 만났다. 양 기자는 “YTN은 MB 적폐의 최대 피해자”라며 “물론 취재가 중요하지만 한 발 물러나 생각해보면, YTN 신뢰도가 무너진 이유는 MB발 낙하산 사장에 있지 않나. 적폐 고리를 지금 끊지 않으면 영영 신뢰를 회복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2008년 MB 특보 출신 구본홍 YTN 사장 선임은 ‘방송장악’ 신호탄이었다. 사장 반대 투쟁에 나섰던 언론인 6명은 해고됐다. 그들이 모두 복직하기까지 무려 9년이 필요했다.

▲ 최남수 YTN 사장이 지난 2일 오후 7시45분께 서울 상암동 YTN 사옥 사장실에서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조합원 60여 명에게 둘러싸인 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최남수 YTN 사장이 지난 2일 오후 7시45분께 서울 상암동 YTN 사옥 사장실에서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조합원 60여 명에게 둘러싸인 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OBS에서 이직한 양 기자는 지난 2015년 하반기 YTN에 입사했다. 그가 YTN에서 무력감을 느꼈던 시기는 ‘최순실 게이트’ 때였다. 양 기자는 “최순실 사건은 정치, 사건, 법조팀 가운데 어느 곳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지 불분명한 이슈였다. 특별취재팀이 필요했다”며 “당시 YTN에선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서로 떠넘기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K스포츠·미르재단은 거의 건들지도 못했다. JTBC의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 이후 YTN 보도국에서 긴급회의를 한 적 있다. 개인적으로 많이 부끄러웠다. 무력감, 원망, 자책, 부끄러움이 많았다. 너무 늦었지만 이번만큼은 제대로 해보고 싶다.” 그에게 파업은 재도약을 위한 발판인 셈이다.

양 기자가 소속된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최남수 YTN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총파업 중이다. △노종면 보도국장 재지명 등을 논의했던 지난해 12월 노사 합의 파기 △MB 칭송 칼럼 논란 △성희롱 트위터 논란 등을 부적격 사유로 들고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양 기자는 “나는 내부에서 ‘온건파’”라고 했다. 보도국 정상화가 시급하니 최 사장으로부터 일단 보도국 독립을 보장받고, YTN 정상화 첫 발부터 떼어보자는 쪽이었다. 하지만 최 사장은 지난달 노조와의 합의를 파기했고 여전히 양측의 진실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양 기자는 “깜이 안 되는 사람”이라는 한마디 말로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JTBC, SBS, KBS, MBC 등 경쟁 매체들을 보고 있자면 ‘우리가 이러고 있으면 진짜 안 되는데’라는 절박감이 생긴다. 그래서 지난해 젊은 기자들 사이에서 3자 협의(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당시 최남수 사장 내정자·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를 바랐던 여론이 적지 않았다. 최남수라는 사람이 괜찮아서 그랬던 것이 아니다. 너무도 급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을 그들(YTN 경영진)은 이해하지 못한다. 단지 YTN과 일을 사랑하는 마음일 뿐인데…. 깜도 안 되는 사람에게 발목이 잡혀 있으니 울화통이 터진다.”

최근 양 기자는 MB 취재를 하면서 취재원으로부터 “내부 단속부터 잘하시라”는 쓴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취재원으로부터 YTN이 신뢰받지 못하는 것이다. 부끄러움은 왜 후배들의 몫인가. 양 기자는 YTN 경영진과 간부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지난 10년 동안 YTN이 공정 보도를 해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오죽했으면 MBC에 비해 YTN이 덜 무너져서 그런가 싶었다. MBC처럼 아예 무너졌다면…. 그나마 ‘보도’라는 게 가능했던 것은 무너지는 중에도 최선을 다한 선후배들 때문이었지 그들 간부들 때문은 아니었다. 왜 간부들은 영광만 취하려고 하는가. 근본적 사태 파악과 문제의식이 없는 것이다. 그들이 자리에 있는 한 방송 정상화가 불가능하다. 구성원들이 마이크와 카메라를 내려놓은 이유다.”

▲ 양시창 YTN 기자가 지난 2일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양시창 YTN 기자가 지난 2일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양 기자는 이번 파업을 낙관한다. 그는 “복귀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저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에 시청자 여러분께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씀을 드리기 송구한 면이 있다. 그러나 공정방송 혜택은 모든 시청자들에게 돌아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한 감시자로 다시 태어날 YTN을 기대해달라는 말씀을 조심스럽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그는 파업 중인 동료들과 함께 YTN 사장실을 찾았다. 출근한 최 사장에게 사퇴를 촉구하기 위함이었다. “너무나 시간이 아까워죽겠어요. 빨리 사퇴하세요.” 그의 절절한 외침이 최 사장에게 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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