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넥쏘’ 항속거리 609km 공개…‘수소차 중 세계 최고’ >

<현대차 ‘넥쏘’ 한번 충전하면 609km 세계 최장 항속거리 공개>

<현대차, 차세대 수소차 ‘넥쏘’ 항속거리 공개...5분 충전 시 609km 주행>

현대자동차가 5일 <한번 충전으로 대한민국 어디든 간다! 현대차, 넥쏘 항속거리 609km 공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낸 뒤 여러 언론들이 일제히 넥쏘의 ‘항속거리’를 주제로 보도한 기사 제목이다.

현대자동차 보도자료 내용을 그대로 따라 쓰다 보니 단어의 의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기사가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면서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권문식 부회장 등 현대차 관계자와 자동차 기자단이 참석한 가운데 ‘넥쏘 미디어 익스피리언스 데이’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현대자동차는 올 3월 출시 예정인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의 1회 충전 ‘항속거리’를 공개했다.

현대자동차는 “이날 공개된 넥쏘의 1회 충천시 항속거리는 609km로, 기존에 목표로 했던 580km를 뛰어넘을 뿐 아니라 현재까지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수소전기차 중 가장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특히 수소탱크의 수소 저장밀도와 저장용량을 증대시켜 기존보다 더 많은 수소량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를 통해 5분 이내의 짧은 충전시간으로 세계 최장의 항속거리를 구현했으며, 항속거리는 이전의 1세대 모델이었던 투싼 수소전기차(항속거리 415km, 한국기준)보다 약 40% 이상 향상된 수준”이라고 전했다. 넥쏘의 최장 ‘항속거리’가 곧 수소에너지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상징이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현대자동차가 이날 보도자료에서 ‘항속거리’를 언급한 것은 10차례다. 현대자동차가 설명한 것처럼 언론들은 하나같이 넥쏘의 ‘항속거리’를 집중조명하면서 기사화했다. 하지만 ‘항속거리’라는 말은 자동차와 무관하다.

현대자동차는 ‘항속거리’에 대해 “수소 완충 후 복합연비를 기준으로 주행 가능한 최대 거리(복합연비(km/kg) X 수소 완충량(kg))”라고 설명을 달았지만 자의적인 단어 정의에 가깝다.

한자어로 된 항속거리를 우리말로 풀어쓰면 “항공기나 선박이 한 번 실은 연료만으로 항공이나 항행을 계속할 수 있는 거리”(고려대 우리말샘)를 말한다. 항속거리는 속도 및 탑재량 등과 함께 항공기의 성능을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에 따르면 항속거리는 “항공기가 정해진 연료를 적재하고 규정된 비행 조건으로 비행할 수 있는 지면상의 거리”이다.

비행기나 선박에 쓸 수 있는 개념인데 현대자동차 보도자료와 이를 따라 쓴 언론에 따르면 넥쏘는 날 수 있는 자동차가 된 셈이다.

정확한 의미를 따지자면 최대 주행거리라는 말이 적절해 보인다. 수소든 휘발류든 연료를 자동차에 완충했을 때 주행 가능한 ‘최대 주행거리’로 설명하는 게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보도자료가 나온 후 ‘항속거리’라고 따라 쓴 기사만 70여건이다.

한 경제지 기자는 “일간지, 인터넷 구분 없이 하나같이 제목을 항속거리로 쓰는 걸 보고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보도자료를 따라 쓰는 언론의 민낯이라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보도자료를 맹신하거나 속보로 처리하면서 이같이 잘못된 개념을 풀어쓴 기사가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대 주행거리 대신 항속거리라는 개념을 쓴 것은 일반 자동차의 연료와 구분해 수소를 연료로 사용한 최대 주행거리를 차별화해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현대자동차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 사진=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 사진=현대자동차.

자동차 전문 기사를 썼던 한 기자는 “연비는 리터당 주행거리를 말하는데 수소충전 방식에서 최대 주행거리를 표현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않았을까 예상은 된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수소전기차는 현대자동차가 최초이고 완충하는 방법도 현재 개발 단계에 있다. 기존 연료 사용이 아닌 수소를 사용한 개념의 최대 주행거리이기 때문에 항속거리라는 말을 쓴 것”이라면서 “하이브리드 개념으로서 앞으로도 수소 전기차의 최대 주행거리를 항속거리라는 말로 계속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는 한 외국 브랜드 자동차 관계자는 “각 자동차 브랜드마다 개념을 정의하는 말이 다르긴 하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항속거리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저희의 경우 홍보할 때도 그렇고 전기차의 ‘주행 가능 거리’라는 말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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