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평창올림픽 고위급 대표단으로 오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문재인 대통령이 단독으로 회동하는 일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올림픽 이후 남북정상회담까지 가능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영남 위원장 방남과 관련해 “북한 최고수반이 내려온 것이다. 김 상임위원장의 방한은 이번이 최초”라며 그의 파견에 대한 무게감이 크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김 상임위원장과 어떤 일정을 만들어갈지 검토 중”이라고 말해 문재인 대통령과 단독 회동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2016년 9월 제17차 비동맹운동 정상회의에 참석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 연합뉴스
▲ 2016년 9월 제17차 비동맹운동 정상회의에 참석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 연합뉴스
북한은 4일 밤 평창올림픽 개막일인 오는 9일 2박3일간 김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정부 측에 전달했다. 대표단은 김 상임위원장과 3명의 단원 그리고 18명이 지원 인원으로 구성됐다.

단독 회동은 현재 협의되지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되면 북과의 대화 자리를 만들어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김 상임위원장의 방남은 북한의 공식 서열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사의 방문이다. 한국을 방문한 북한 인사 중 최고 고위급 인사 방문에 해당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번 김영남의 방남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김정은의 ‘통큰 결단’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북의 국내정치에서 영향력은 미미하지만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정상외교를 담당해왔다는 점에서 위상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성장 연구실장은 “물론 김영남이 남북관계나 북핵 문제에 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은 없으므로 문 대통령과 김영남 간의 회동을 남북정상회담으로 간주하기는 곤란하다”면서도 “이번에 김영남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면 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하고 싶다는 김정은의 의사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개최 이후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하기 전 김영남 위원장을 방남시키겠다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약속했던 것처럼 평창올림픽 때 방한하는 김영남 위원장을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메신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연구실장은 “김영남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더라도 한국 정부는 김영남 방남을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계기로 활용해야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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