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기자들 사이에서 ‘받은글’(지라시) 하나가 돌았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사면복권해준 것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뭔가 역할을 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사실이었다. 지난 1일 일부 기자들과의 만찬자리에서 정봉주 전 의원은 “청와대가 왜 복권을 해줬을까. 그냥 싸인이 아니라, ‘빅싸인’이라고 본다”며 “복권을 이 시기에 해줄 것이라고 전혀 알지 못했다. 복권을 해줘도 2020년 선거가 임박해서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지금이라고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복권이 됐는데 계속 방송만 하고 있다면 나를 ‘풀 먹는 사자’라고 볼 것 같다”며 서울시장 도전 이유를 밝혔다. 그는 “당 대표 등 당권에는 관심이 없다”는 말도 했다.

그는 이미 박원순 서울시장과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가 서울시장 출마하는 것을 꺼려하는 인상을 받았다. ‘국회로 가셔야 하지 않냐’는 식으로 2020년 총선을 노리라는 듯 이야기를 했다. 청와대에서도 부담스럽다는 기류를 느꼈다. 그런데 반대로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그럼 날 왜 복권 시켰느냐.”

▲ 정봉주 전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정봉주 전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정 전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 3선 도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시장이 지금까지 서울행정을 한 것을 보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영화 제목이 생각난다. 이명박-오세훈 이후 박원순 시장이 아주 잘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지금 서울시가 하는 일은 민생 국장급이 하는 일이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제1도시가 지금보다 더 활력을 줘야 한다.”

정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 이유는 또 있다. 그는 서울시장이라는 직책에 대해 “서울시장은 국가를 경영할 수 있는 자신감 있는 사람이 하는 자리가 맞다”며 “서울시장이 대권을 가기 위한 다리 아니냐고 물을 때 ‘맞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민주당 집권 20년을 위해서는 두 번째 주자가 중요하다. 그 주자는 여기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시장 출마가) 대중들이 생각하는 폴리테이너(정치+엔터테이너) 정봉주에서 행정가 정봉주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전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안철수 나와라’ 이렇게 외치고 싶다. 안 대표가 안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 그와 붙어서 ‘고수 정치’가 뭔지 보여주고 싶다. 안철수 대표는 타 분야에서 이룬 업적을 가지고 정치를 하고 있다. 지금 안 대표는 정치를 난도질 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국민들 삶이 행복해질 수 없다. 서울시장에 나와서 제대로 한 번 붙고 싶다.”

정봉주 전 의원은 서울시장 공식 출마선언 시기가 2월 말~3월 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전에 더불어민주당 재입당도 결정해야 한다.

“출마 선언 시기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서 결정할 것 같다. 사실 이 전 대통령이 2월7일 정도 소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평창올림픽에 흠을 내지 않기 위해 그 시기가 좀 변동될 수 있다고들 한다. 나의 정치는 사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행동과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이를 보고 결정할 것이다.”

정 전 의원은 여전히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굵직한 ‘특종’을 준비 중이다. 그는 “아직 더 조사를 하고 있지만, 조만간 큰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나와 주진우 기자가 가장 많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서울 여의도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사무실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정봉주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는 쉽지 않은 도전일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만 해도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우상호, 박영선, 민병두, 전현희 의원이 출마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정봉주 전 의원의 경선 지지율이 한자리 수일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의 출마가 서울시장 경선의 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데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정 전 의원도 쉽지 않은 도전임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밋밋한 선거는 밋밋하게 지게 돼있다. 선거는 판을 흔들어놔야 한다.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치가 바뀌는 것이 국민의 행복이다. 밋밋한 선거의 최대 희생자는 유권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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