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MBN에 대한 출입정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부스를 빼고 MBN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했습니다. MBN 보도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가짜뉴스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류여해 전 한국당 최고위원이 홍준표 대표로부터 여러 차례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전하는 보도에서 일부 표현의 오류가 있었지만 주장의 진위여부는 여전히 ‘검증’ 영역으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설사 보도에 문제가 있다 해도 자유한국당 조치가 온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찍힙니다. 류여해 전 최고위원 문제를 논외로 하더라도 그동안 홍 대표 발언을 둘러싼 막말·폭언 논란은 끊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1야당 대표 자격론까지 불거질 정도였습니다. 본인에 대해 막말·폭언 논란이 제기됐을 때 홍 대표는 어떤 태도와 자세를 보였던가요. 사과와 반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MBN에 대한 강경한 조치 내린 홍준표…조선일보에도?

아무튼 비판 여론이 이어지고 있지만 홍준표 대표는 물러설 기미가 없어 보입니다. 홍 대표는 자유한국당 조치가 언론자유를 제약한다는 지적을 반박했습니다. 오히려 MBN에 대한 법적 대응을 포함, 강경대응을 이어나갈 것을 시사했습니다. 진주의료원까지 언급하며 ‘끝까지 간다’는 입장을 밝혔더군요. MBN에 대한 조치를 어떻게 하든 그건 홍 대표와 자유한국당의 ‘자유’이지만 유독 MBN에 대해서만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의외입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민중의소리.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민중의소리.
홍 대표는 최근 조선일보를 향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는데 이런 조치를 조선일보에 대해서도 내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튼 ‘끝까지 간다’고 했으니 이 문제가 어떻게 정리될지 한번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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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홍준표 대표의 언론에 대한 강경대응은 예고된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홍 대표는 이미 지난 대선과정에서 언론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명한 바 있습니다. 그 불만이 워낙 ‘수준 이하’라 그런 건지 아니면 언급조차 하는 게 민망할 정도로 문제가 많았기 때문인지 상당수 언론이 이 문제를 주요하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미디어오늘은 홍 대표가 공개적으로 언론을 향해 막말을 하는 걸 방치할 경우 문제가 심각해 질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대선부터 지속적으로 문제를 삼아왔습니다만 다른 언론은 생각이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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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홍 대표는 언론을 향한 불만을 종종 그리고 지속적으로 제기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압권은 지난해 12월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전국 SNS커뮤니티 대표단 워크샵’에서 한 발언이었습니다. 당시 홍준표 대표의 발언은 대략 이렇습니다.

“포털이 저들의 지배 속에 들어가 있고, 언론이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방송이 또 장악이 돼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믿을 곳은 사회관계망네트워크(SNS) 밖에 없다. 여론조사기관은 조작된 국민여론을 언론에 퍼뜨리고 있다. 더 이상 이 나라가 괴벨스가 지배하는 그런 허위선전이 판치게 놔둘 수는 없다.”

이 발언은 홍준표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무죄판결이 있기 전에 나왔습니다. 무죄 판결 이후 홍 대표가 언론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을 공개적으로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 이유입니다. 사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MBN에 대한 출입정지 조치와 소송은 서막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언론에 대한 선제적 조치 차원에서 내린 결정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끝까지 간다’는 홍 대표 발언을 이런 의지표명의 연장선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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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홍준표 대표와 자유한국당 조치가 ‘이런 차원’이라면 이 문제는 단순히 MBN만의 문제로 볼 수는 없습니다. 이미 지난 대선기간 홍 대표는 “홍준표가 대통령이 되면 언론에서 겁이 날 것이다. 그러니까 어떻게 해서라도 대통령 안 시키려고 온갖 00을 다한다” “여론조사는 자기들끼리 짜고 한다. 어떻게 하면 홍준표를 비틀까 한다. 내가 집권하면 없애버린다” “종편 허가권이 정부에 있다. 홍준표가 대통령이 되면 지금 종편을 절반으로 줄여버리겠다”와 같은 발언을 서슴없이 해왔습니다.

정리하면,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한국 언론 전체가 홍 대표와 자유한국당이 MBN에 대해 내린 조치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고, 대응 또한 그런 차원으로 확대가 돼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 지난 2일 오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출입금지 당한 MBN 기자들이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마치고 나오는 장제원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정의철 기자
▲ 지난 2일 오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출입금지 당한 MBN 기자들이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마치고 나오는 장제원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정의철 기자
대선 주자라는 이력과 공당의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언론을 향해 막말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 자체가 문제죠. 하지만 그의 ‘비뚤어진 언론관’에 그동안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언론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이 정도 되면’ 자유한국당 출입기자단 차원에서 취재거부 등을 포함한 공식적인 대응이 나와야 합니다. MBN에 대한 호불호 문제로 접근할 사안도 아니고 개별 언론사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도 아닙니다. 하지만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다른 언론사’나 ‘기자’들은 그렇게 심각하게 보는 것 같진 않습니다. 제1야당 대표가 언론에 대한 불만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나름 근거와 합리성을 갖춰야 정당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홍준표 대표는 이미 지난 대선 때부터 이런 태도와 거리가 멀었음에도 언론은 그냥 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지난 번에도 한번 언급을 한 적이 있는데요, 홍 대표의 언론압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겁니다. 언론이 제대로 준비나 대응을 하지 않으면 홍준표 대표의 언론을 향한 ‘광폭행보’는 6월 지방선거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아니 지방선거에서 ‘괜찮은 성적’이라도 거둔다면 아마 ‘광폭행보’의 보폭은 더 빠르고 ‘광폭하게’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홍 대표의 언론압박에 대한 대응은 이제 전체 언론계 차원에서 진행돼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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