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개헌 정국이다. 여당이 개헌안을 마련하자 조중동과 경제지는 ‘색깔론’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가 누락된 게 사회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일 것이고 경제민주화 관련 조항들이 자유시장경제를 무너뜨린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검찰 내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이를 은폐한 정황이 있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사과했다. 언론은 입을 모아 대책위원회가 성역 없이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 개헌안 발표

더불어민주당이 개헌의원총회를 통해 최대 쟁점인 권력구조와 관련해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한다는 당론을 확정했다. 또 선거제도는 비례성 강화를 근간으로 한다는 점도 밝혔다. 앞서 1일 민주당은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을 명시하고 토지공개념 강화, 국민소환제 도입, 생명권 및 안전권을 신설하는 등 기본권을 대폭 강화하는 개헌안을 발표했다.

민주당이 이날 발표한 개헌안은 다소 모호하지만 사실상 4년 중임제를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은 “대야 협상용으로 대통령 임기와 연임 여부를 못 박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여당안으로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채택한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야당의 협상참여가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라 대통령 임기 등 세부내용에는 여지를 뒀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 역시 “구체적인 정부 형태와 선거제도 개편안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야당과의 협상을 고려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면서 “민주당은 도시는 소선거구제, 농촌은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는 도농복합형 선거구제, 지역별 정당득표율보다 지역구 의석수가 적을 경우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례성이 강화된 선거제도 개편은 국민의당, 정의당 등이 요구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조중동-경제지, ‘색깔론’ 공세

이날 조중동과 양대 경제신문은 민주당의 개헌안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 신문은 민주당이 헌법 제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 정책’을 ‘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 정책’으로 발표했다 철회한 일을 두고 사상을 의심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해석은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다 포함한다”면서 “다만 헌법이 허용하는 사회민주주의를 전체주의적인 공산주의, 사회주의, 인민민주주의 등과 구별하기 위해 자유라는 단어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 3일 보수신문 사설 제목.
▲ 3일 보수신문 사설 제목.

조선일보 역시 “자유민주에서 자유를 빼는 것은 국가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라며 “이들이 개헌 문제를 보는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다”고 밝혔다. 특히 조선일보는 사설 뿐 아니라 ”교과서 집필기준 초안서 자유가 빠졌다“ ”법률에도 담지 못했는데 사회적 경제, 토지 공개념 헌법에 대못박기 시도“ ”진보측 ‘자유민주주의는 유신헌법의 잔재’... 자유단어 삭제 주장“ 등 여러 기사를 통해 개헌안에 집중적인 이념공세를 폈다. 앞서 조선일보는 한국당도 관여한 국회 개헌특위자문위 보고서에 대해서도 이념적 편향성이 강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두번째 타깃은 경제-사회 분야 조항이다. 민주당은 ‘사회적 경제’를 명시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토지공개념 강화’방안을 제시했다. 그러자 보수신문들은 당장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건설되는 것처럼 반응했다.

중앙일보는 “사회적 경제와 토지 공개념을 강화하는 내용들이 선의로만 해석되지 않는다”면서 “국가의 정체성을 흔들려는 저의가 느껴지는 까닭”이라고 밝혔다.

경제지도 마찬가지였다. 매일경제는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인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우리는 사회주의 경제 체제의 실패를 수도 없이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는 “국가권력이 경제적 자유를 제약하고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면 그것은 계획경제와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한겨레 “조선일보 한국당의 색깔론 악의적”

한겨레는 개헌안에 대해 격한 반응을 보인 한국당과 조선일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한겨레는 사설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의 악의적 개헌 색깔론”에서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이 일제히 색깔공세를 펴고 나섰다”면서 “사소한 실수를 꼬투리 잡아 주사파 본색, 사회주의 체제로 변경하려는 목적이라고 단정하니 할 말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 표현이 누락된 데 대해 “과정을 짚어보면 누가 봐도 실수임이 분명히 보인다. 대변인이 착오였다고 공식 발표도 했다”면서 “(조선일보는) 자극적 제목으로 대서특필했다. 자유한국당은 무슨 교시라도 받들듯 이 문제를 트집 잡으며 벌떼처럼 공격을 퍼부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가 정한 프레임에 따라 한국당이 움직인다는 지적이다.

▲ 3일 한겨레 사설.
▲ 3일 한겨레 사설.

이어 한겨레는 한국당의 이 같은 공세의 배경을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뜻일 것”이라며 “나라의 근본인 개헌문제까지 색깔 딱지를 붙여 정쟁 불쏘시개로 삼으려는 한심함이 혀를 차게 한다. 자유한국당이 보수언론의 시대착오적 이념공세를 무분별하게 추종하는 한 결코 새로운 보수로 거듭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법무부장관 사과, 대책위 구성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다. 서지현 검사가 지난해 박 장관 등 법무부 관계자들에게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렸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 대해서다. 앞서 서 검사가 박 장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을 밝혔으나 법무부는 ‘받은 사실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정했으며, 면담 요구에 뒤늦게 대응했고 인사상 불이익이 없다고 밝히는 등 미흡한 결론을 내렸다.

▲ 3일 경향신문 기사.
▲ 3일 경향신문 기사.

법무부는 이날 ‘법무부 성희롱 성범죄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은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이다. 1986년 부천 경찰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였던 권 원장은 여성, 인권분야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이날 언론은 법무부의 대처를 지적하며 근본적 문제 해결로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향신문은 “더욱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법무부의 불투명한 태도”라며 “어떻게든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조사단은 박 장관이 현직 장관이라는 이유로 감싸려 해선 안 된다”면서 장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모든 진실을 파헤치고 뒤틀린 검찰 조직문화를 뜯어고치는 것”이 오명을 벗는 길이라고 밝혔다.

#미투 물결 확산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서 검사의 폭로로 시작돼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을 조명했다. 사건 이후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년 전 자신이 취업하려 했던 로펌 대표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밝혔다. 이효경 민주당 경기도 의원은 6년 전 동료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공개했다. 익명게시판앱인 블라인드에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 항공 승무원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주기적으로 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파장이 큰 상황이다.

경향신문은 “그동안 성폭력 피해자들은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면서 “피해사실을 호소해도 피해자 구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은 물론 오히려 2차 피해를 걱정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우리 사회는 이들의 피해와 고통에 오랫동안 너무 무관심했다”며 “용기를 낸 이들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한겨레 역시 “곳곳에서 더 많은 공론화가 필요하다”면서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고 피해자들이 조직에서 당당하게 살아남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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