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박진수·YTN지부) 총파업 2일차인 2일 오후 최남수 신임 YTN 사장과 YTN지부 조합원들 간 YTN 사장실 앞 대치는 5시간여 동안 이어진 끝에 마무리됐다. 

최 사장은 이날 파업 중에 출근하는 무리수를 뒀고 결국 조합원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노조는 5일 오전까지 거취를 표명해달라는 요구로 최 사장을 압박했고 최 사장은 현장에서의 거취 표명은 끝내 거부했다.

양측은 오는 7일 최 사장이 사퇴를 포함한 거취 여부 등 이번 파업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데 입을 모으고 오후 9시 정각 대치를 끝냈다. 노조는 사퇴가 아니면 어떤 대화도 없다는 배수의 진을 쳤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총파업 2일차인 2일 오후 최남수 신임 YTN 사장과 YTN지부 조합원 간 YTN 사장실 앞 대치는 5시간여 동안 이어진 끝에 마무리됐다. 최 사장이 조합원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총파업 2일차인 2일 오후 최남수 신임 YTN 사장과 YTN지부 조합원 간 YTN 사장실 앞 대치는 5시간여 동안 이어진 끝에 마무리됐다. 최 사장이 조합원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하지만 최 사장 퇴근을 막은 노조가 길을 열어준 뒤 경찰이 사측 신고로 YTN에 들어왔다는 점은 추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정연주 전 KBS 사장 강제 해임에 반대했던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이 그해 8월8일 경찰이 KBS에 난입해 조합원들을 저지했던 사건을 트라우마로 인식하고 있듯 경찰 출동은 언론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오후 3시 무렵부터 5시간 이상 조합원들에 막힌 채 사퇴 압박을 받던 최 사장은 조합원들이 길을 터주자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는데, 경찰은 바로 옆 엘리베이터를 통해 사장실 로비에 발을 디뎠다. YTN지부 조합원들은 “여기가 어디라고 경찰이 들어오느냐”고 거세게 저항했고 현장은 다시 아수라장이 됐다.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 5명은 신고자를 밝히지 않은 채 “사장님이 밖으로 못 나가고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다시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최 사장은 “어떻게 된 것인지 경과를 잘 모르겠다”며 자신이 신고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박 지부장은 “언론사에 정복 입은 경찰이 왔다는 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항의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총파업 2일차인 2일 오후 최남수 신임 YTN 사장과 YTN지부 조합원 간 YTN 사장실 앞 대치는 5시간여 동안 이어진 끝에 마무리됐다. 박진수 YTN지부장이 경찰 출동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총파업 2일차인 2일 오후 최남수 신임 YTN 사장과 YTN지부 조합원 간 YTN 사장실 앞 대치는 5시간여 동안 이어진 끝에 마무리됐다. 박진수 YTN지부장이 경찰 출동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이후 최 사장은 경찰, 조합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향했고 YTN지부 조합원들은 “최남수는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최 사장을 끝까지 따라갔다.

5시간 동안의 대치 동안 현장에선 고성이 오갔다. 노조는 최 사장에게 지난해 노사 합의 파기 책임을 강하게 물었고 최 사장은 “풀어달라”고 읍소도 하고 “이게 대화인가” “정상적인 방식의 대화인가”라며 목소리도 높였다. 하지만 합의 파기 책임에 대해선 소극적인 모습으로 일관했다. 

이날 노조를 자극한 것은 오전 인터뷰였다. 최 사장은 오전 MBC ‘뉴스투데이’에 출연해 노종면 보도국장 지명 합의 파기 논란에 대해 “명확한 합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합의 파기도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노조가 공개한 녹취록이 조작됐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구두 합의’를 ‘협의’로 격하한 뒤 ‘구두’로 이뤄진 약속은 구속력이 없다는 식으로 주장해 구성원 분노를 산 것이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총파업 2일차인 2일 오후 최남수 신임 YTN 사장과 YTN지부 조합원 간 YTN 사장실 앞 대치는 5시간여 동안 이어진 끝에 마무리됐다. 하지만 대치 끝에 마포서경찰들이 출동해 현장은 한때 아수라장이 됐다. 사진=김도연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총파업 2일차인 2일 오후 최남수 신임 YTN 사장과 YTN지부 조합원 간 YTN 사장실 앞 대치는 5시간여 동안 이어진 끝에 마무리됐다. 하지만 대치 끝에 마포서경찰들이 출동해 현장은 한때 아수라장이 됐다. 사진=김도연 기자
최 사장은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이 중재에 나선 지난해 12월24일 3자 협상(김 위원장-최남수 당시 사장 내정자-박진수 지부장)에서 구두 합의된 노종면 보도국장 후보 지명 문제를 파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MB 관련 칼럼과 성희롱 트위터 논란 등도 퇴진 사유로 꼽히고 있다. 현장에선 “신뢰가 깨져서 대화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가장 컸다.

일부 조합원들이 욕설을 포함해 모욕적 언사를 퍼붓고 최 사장이 고립됐는데도 YTN 간부 가운데 누구도 5시간여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 사태로 노조 역시 징계 등을 각오한 모습이다. 노종면 YTN 복직 기자는 “후배들 상대로 소송하지 말고 우리를 해고하고 징계하라”고 절규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총파업 2일차인 2일 오후 최남수 신임 YTN 사장과 YTN지부 조합원 간 YTN 사장실 앞 대치는 5시간여 동안 이어진 끝에 마무리됐다. 박진수 YTN지부장이 경찰 출동에 대해 최남수 사장에게 항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도연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총파업 2일차인 2일 오후 최남수 신임 YTN 사장과 YTN지부 조합원 간 YTN 사장실 앞 대치는 5시간여 동안 이어진 끝에 마무리됐다. 박진수 YTN지부장이 경찰 출동에 대해 최남수 사장에게 항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도연 기자
노 기자는 MB 정부 시절인 2008년 MB 특보 출신 YTN 사장 반대 투쟁을 하다가 해고된 뒤 지난해에야 복직했다. 사장실에서 최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조합원 다수는 노 기자와 함께 공정방송 투쟁에 나섰던 언론인들이다. 

2008년 대량 해직 사태처럼 YTN 사측이 대량 징계를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최 사장은 조합원을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양측의 깊어진 갈등과 대립은 회복될 가능성이 전무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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