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부장·차장급 기자들이 황상무 KBS 9시뉴스 앵커 퇴진을 요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새노조) 소속 22기(1996년 입사) 27기(2001년 입사) 기자들은 2일 KBS 사내 게시글을 통해 황상무 앵커가 앵커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장급 연차인 22기 기자 12명은 이날 오전 ‘황상무 앵커의 사퇴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KBS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이들은 고대영 사장이 퇴진했지만 본부장을 비롯한 주요 간부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새로운 사장이 선임되기까지 출근은 해도 업무 지시를 거부하는 불편한 상황이 계속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KBS 새노조는 고대영 전 KBS 사장이 해임된 지난달 23일 142일 파업을 종료했다. 하지만 새노조는 보도·제작 책임자들이 계속 남아 있는 한 방송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했고, 기자들의 경우 비상대책위원회 방침에 따라 업무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다만 스포츠 기자들의 경우 다가오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새로운 취재팀을 꾸리게 됐다. 22기 일동은 “문제는 그 아이템들이 황상무 앵커의 목소리로 전달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후배들 대부분이 이 상황을 원치 않는다”며 황 앵커를 향해 “물러나 달라”고 요구했다.

▲ 지난 2016년 10월 KBS 9시 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황상무 앵커. 사진=방송 갈무리
▲ 지난 2016년 10월 KBS 9시 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황상무 앵커. 사진=방송 갈무리
오후에는 차장급 기자들이 좀 더 강한 어조로 황 앵커 퇴진을 요구했다. 27기 기자 17명은 황상무 앵커를 “구태와 적폐의 상징”으로 규정하며 “(황 앵커가) 30년 가까운 기자로서의 경력 가운데 일부라도 존중받고 싶다면 당장 앵커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황 앵커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목소리가 높아질 당시 야당 의원이 여당 의원들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인터넷에 유출했다며 허위 왜곡 보도를 한 인물”이자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살수차에 맞아 희생됐을 때도 경찰의 부검 시도를 옹호하며 여야 공방으로 치부하고 사안을 정치 쟁점으로 호도했던 자”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 당시 황 앵커가 “교과서에 이념을 넣으려고 들면 논쟁은 끝이 없고 우리는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클로징 멘트를 한 것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또 “부당한 권력 비판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은 채 정부의 확성기 노릇에 매진한 자가 어떻게 아직도 공영방송 메인뉴스의 앵커를 할 수 있느냐”며 황 앵커 퇴진을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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