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http://change2020.org/) 에서 카드뉴스를 미디어오늘에 보내왔습니다. 바꿈은 사회진보의제들에 대한 소통을 강화하고 시민단체들 사이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2015년 7월에 만들어진 시민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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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을 후원하면 10만원을 되돌려 주는 현재의 정치후원금 제도는 소득세를 내지 않는 60~70%의 유권자에게는 해당되지 않아서 차별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 정치인이나 정당의 후원에만 쓸 수 있는 매년 1인당 3만원 정도의 기본정치자금을 전체 유권자에게 지급할 것을 제안한다. 먼저 후원하면 나중에 환급해 주는 현재의 제도를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후원하는 제도로 순서를 바꾸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모든 유권자에게 동등한 정치적 영향력이 부여되고, 다수를 위한 정책의 채택이 용이해지고, 정치가 투명하게 되며, 좋은 정치인이 많이 배출될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zoon politikon)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공동체를 구성하고 살아가려면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적 동물이라는 말 속에는 인간은 정치를 할 수 있는 동물이라는 뜻도 있지만, 정치에 참여할 때에만 비로소 온전한 인간이 된다는 뜻도 있다.

정치는 공동선을 논의하는 행위이다. 공동선에 대한 논의는 입법, 행정, 사법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스 시민들은 의무적으로 입법이나 사법에 참여하였다. 사법은 추첨을 통해 선발된 배심원이 담당하였다. 그런데 페리클레스는 배심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시작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을 급진 민주주의라고 높이 평가하였다.

배심원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하루 일당을 벌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부자만 배심원이 될 것이다. 부자 배심원은 부자들에게 유리하고 가난한 사람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릴 것이다. 결국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배심원에게 급여를 지급해야지만 가난한 사람도 배심원이 될 수 있고,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에는 많은 사람의 활동과 자금이 필요하다. 정치자금을 개인이 부담하도록 하면 부자들이나 부자의 지원을 받는 사람만 정치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자금의 상당부분을 공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도 15% 이상의 득표율을 획득한 후보자에게는 법정 선거자금의 대부분을 선관위에서 환급해 준다. 그리고 평소에도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는 정치후원금 세액공제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연말이 되면 국회의원실로부터 정치자금 후원을 호소하는 문자가 온다. 10만원을 후원하면 10만원 세액공제를 해주기 때문에 후원자들은 아무런 실질적인 부담이 없다. 이 제도 덕분에 국회의원들이 정치자금 모으기가 수월해졌고, 재벌들에 대한 자금 의존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꼭 필요한 제도이다.

현행 정치후원금 제도의 문제점

현재의 정치후원금제도는 과거에 비해서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문제점이 남아있다.

첫째로, 현행 정치후원금 세액공제 제도는 유권자를 불평등하게 다룬다. 부자 유권자들만 정치후원금 환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10만원을 후원하면 10만원 세액공제를 해 주면, 애초부터 소득세(근로소득세나 사업소득세)를 안 내는 사람은 환급받을 길이 없다. 전업주부, 대학생, 노인 등 비경제활동인구는 정치후원금을 내도 환급받을 길이 없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라고 할지라도 소득세를 10만원 이상 내는 노동자에게만 환급이 된다. 그런데 2015년 전체 근로소득세 신고자의 47%가 과세미달자였다. 이들은 정치후원금을 내도 환급을 받지 못한다. 결국 전체 유권자의 약 60~70% 정도에게는 한 푼도 환급되지 않는다고 추정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등 약자들의 권익을 보장하는 입법이 안 이루어지고, 고등교육 예산이 증액되지 않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둘째로, 정치인 스스로 부담해야 할 정치자금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다수의 유권자들이 세액공제 혜택에서 제외되고, 선 후원 후 환급이므로 유권자들은 잘 후원하지 않게 된다. 일부의 아주 유명한 정치인들을 제외하고는 후원금 상한을 못 채우게 된다. 자금이 부족한 정치인들은 거액의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큰손들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더욱 부족하다. 법정 선거비용은 실제로 들어가는 선거비용보다 낮은 수준에서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그 법정 선거비용도 전부 환급해 주는 것이 아니라 95% 정도만 환급해 준다. 나머지 자금은 정치인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나머지 자금이라고 해도 일반 정치인이 부담하기에는 너무 큰 액수이다.

셋째로, 정치적 후원이 정치적 지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누가 얼마를 후원했는지 알게 되면 후원한 금액에 비례해서 영향력이 생기게 된다. 많은 돈을 후원한 사람은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뿐만 아니라 단체 사이의 영향력 불균등도 큰 문제이다. 예를 들어 단체 활동이 보장되어 규모가 큰 정규직 단체와 그렇지 않아서 규모가 작은 비정규직 단체가 있다고 한다면, 정치인들은 비정규직 단체보다 정규직 단체의 입장을 지지하게 되기 쉽다. 유권자들이 균등한 영향력을 미치게 되려면 후원을 비밀로 만들어야 한다. 비밀후원은 비밀투표의 원리와 같다. 비밀투표는 투표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투표의 매매 행위를 막는 수단도 된다. 누구를 찍었는지 입증할 수 없다면 찍은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행위는 불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치후원금도 마찬가지이다. 비밀후원금이 되어야지만 정책의 매매 행위를 막을 수 있다.

넷째로, 정치인에 대한 지지와 후원이 비례하지 않는다. 10% 이하의 지지를 받는 후보는 한 푼도 환급받지 못한다. 이것은 정치 신인이 진출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15%만 넘으면 똑같이 95% 정도 환급해 준다. 더 이상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정치자금 큰손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큰손들이 싫어하는 정책을 공약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 더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받는 정책을 공약할수록 당선 가능성도 높아지고 정치 자금도 확보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기본정치자금이란

현재의 정치후원금 세액공제 제도를 폐지하고, 그 대신 매년 1인당 3만원 정도의 기본정치자금을 모든 유권자들에게 지급한다. 기본정치자금은 선관위에서 유권자별로 만든 가상계좌에 입금된다. 유권자는 이 자금을 정치인 및 정당의 후원에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은 아무데나 쓸 수 있는 온전한 현금이 아니고 사용처가 제한된 바우처라고 볼 수 있다.

후원을 받으려는 정치인의 범위는 선관위에 정해야 할 것이다. 정당 소속이 아니면 다소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유권자가 후원을 하면 선관위에서 모아서 주기적으로 정치인, 정당별로 개설한 계좌에 실제로 입금을 해 준다. 이 때 후원자 이름은 가상번호로 처리되어 누가 후원했는지 알 수 없도록 한다. 기본정치자금을 넘는 금액을 자기 돈으로 후원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것도 반드시 선관위를 매개로 해야 한다. 선관위를 매개하지 않고 실명으로 직접 전달되는 정치자금은 모두 불법으로 간주한다. 1인당 후원 한도를 설정하고, 한도를 넘는 후원금은 소속 정당에 귀속되도록 한다.

1인당 3만원의 금액은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 지금처럼 후원하는 비율이 10% 미만이라면 너무 작은 금액이고 100%로 늘어난다면 너무 많은 금액이다. 금액은 후원의 추이를 보아가며 조절하도록 한다. 전국 선거가 있는 해에 시작하는 것이 금액 조정에 용이할 것이다. 전국 선거가 있는 해에는 금액을 늘려서 등록된 (예비)후보에게만 지원할 수 있게 할 수도 있다. 기존의 선거비용 보전 금액도 정치자금 후원의 추이를 보아가면서 보전 비율을 낮추어 간다.

기본정치자금은 소득세를 내는 유권자에게만 환급해 주는 현재의 정치후원금 세액공제 제도를 순서를 바꾸고(먼저 사용하면 자금을 환급해 주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자금을 주고 사용하지 않으면 환수한다), 모든 유권자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 제도의 잠재적 예산 부담은 현재와 같다. 현재 제도 하에서도 더 많은 유권자가 정치후원을 하게 되면 그만큼 예산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기본정치자금의 효과

첫째, 모든 유권자들에게 동일한 정치자금이 지급된다. 누구나 원하는 정치인과 정당을 부담 없이 후원할 수 있다. 소득세를 못 내서 정치자금에서 차별받던 비정규직과 여성들이 정치자금 제공의 주체로 나설 수 있게 된다.

둘째, 다수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이 채택되기 쉬워진다. 정치인들은 정치자금을 얻기 위해서라도 다수의 유권자에게 유리한 정책을 공약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 운동도 개미들의 자금을 모을 수 있는 방향으로,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다. 비정규직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정규직에게 동등한 정치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셋째, 부정과 비리가 줄어든다. 모든 정치 후원금은 선관위 계좌를 통하여 가상번호로 전달되기 때문에 더 이상 큰손들이 영향력을 가질 수 없다. 정치인들은 더 이상 부족한 정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큰손들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어진다. 정치자금 수사를 무기로 정치인을 위협하는 것도 사라질 것이므로, 정치인에게는 해방의 날이 될 것이다.

넷째, 많은 유권자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정치에 뛰어드는 신인들이 늘어나면서 양심적인 사람들도 정치를 하게 될 것이다. 정치시장에서 나쁜 상품이 판치는 것은 시장이 두텁지 못하기 때문이다. 두터운 시장이 되어야 좋은 상품이 많아진다.

현재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은 1인 1표 단계에 와 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연동형 비례제가 실시되면 1표 1가치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여기에다 기본정치자금이 제공되면 1인 1원의 수준까지 발전하게 된다. 민중의 정치(of the people), 민중에 의한 정치(by the people)를 넘어서서 민중을 위한 정치(for the people)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세계사적인 의미를 갖는 정치 혁신을 손쉽게 달성할 수 있는 상태에 놓여 있다. 먼저 후원하고 나중에 지급하는 정치후원금 제도를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후원하는 제도로 순서만 바꾸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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