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비판적인 언론사를 상대로 광고비를 내세워 회유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채용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금융감독원은 KEB 하나은행을 포함해 금융권 채용비리를 조사해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기고 고발했다. 결과에 따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해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KEB 하나은행의 채용비리와 관련해 의혹을 받아 조사한 건수는 13건이다. 금융권 채용 비리 의혹 조사 22건 중 가장 많은 건수를 차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 채용 의혹이 6건,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 점수 조작 의혹이 7건이다.

대표적으로 사외이사와 관련된 지원자는 필기전형과 1차 면접에서 최하위 수준의 점수를 받았지만 ‘글로벌 우대’로 전형을 통과했고, 임원면접 점수에서도 상향 조정돼 최종 합격됐다. 글로벌 우대는 전형 공고에 없었던 내용이다.

또한 계열사 카드사 사장 지인의 자녀는 임원 면접 점수에서 불합격권에 있었지만 최종 합격된 것으로 나왔다.

특정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은 임원 면접 점수가 상향 조정됐고, 반대로 다른 대학 지원 출신자 7명은 점수가 내려가 합격과 불합격자가 바뀐 것으로 나왔다.

KEB 하나은행 측은 채용 비리를 부인하며 금감원의 조사 내용을 반박했다. 하지만 반박 내용을 노동조합 측이 재반박하며 채용비리 의혹의 전모 실태를 밝히라고 압박하고 있다.

KEB 하나은행 측은 사외이사와 관련한 지원자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 “사외이사 연관자는 애초에 없다”고 했지만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KEB하나은행지부/하나외환카드지부는 반박자료를 통해 “금감원의 채용 비리 보고서에 거론된 사외이사는 현직 사외이사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KEB 하나은행 측은 또한 “글로벌 인재, 지역 인재, 이공계 지원자 등을 우대하고 입점 대학 및 거래 대학 출신을 감안하는 등 지원자의 역량, 영업의 특수성 및 경영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미래경쟁력 강화에 가장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글로벌 인재 우대를 했다고 변명하는 부분은 공고에도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KEB 하나은행이 입점해 거래 중인 학교는 명지대, 원광대, 광운대, 고려대, 충남대, 경희대, 건양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부산대, 인하대 등이다.

KEB 하나은행은 입점 대학을 감안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입점 대학인 명지대 출신 지원자는 면접점수가 하향 조정돼 합격에서 불합격 처리됐다고 노조는 밝혔다. 대신 입점 대학이 아닌 서울대와 연세대 출신 지원자가 면접 점수가 상향 조정돼 합격으로 처리됐다.

노조 측은 “입점대학 출신을 감안했다는 것도 은행이 영업활동을 위해 취업 자리를 파는 격이다”라며 “KEB하나은행이 ‘입점 대학 및 주요 거래 대학’이라는 변명을 함으로써 교육기관인 해당 대학교까지도 취업 자리를 사고 파는 부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김정태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해야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최순실 금고지기 이상화 승진, 박근혜 창조경제 1호 기업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성추행 지점장 경력세탁을 통한 재채용, 아들 및 사외이사 회사와의 부적절한 거래, 언론 통제를 위한 거액 제공 및 계열사 내 고위직 제안 등 지금까지 제기되고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김정태 회장이 퇴진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고 밝혔다.

▲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가 2일 하나금융지주 명동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정태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채용 비리 의혹에 관한 국민 사회 퍼포먼스를 보였다.
▲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가 2일 하나금융지주 명동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정태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채용 비리 의혹에 관한 국민 사회 퍼포먼스를 보였다.

그러면서 노조는 “우리는 대한민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회가 요구하는 공정한 질서에 따라 직원을 채용해야 할 사회적 책임을 부여 받은 금융기관”이라며 “수백 곳에 원서를 내고도 면접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며 실업의 고통을 받고 있는 청년들에게 대못을 박고도 그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자신의 3연임에 눈이 멀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변명만 늘어놓고 있는 김정태 회장과 그의 꼭두각시 함영주 행장은 당장 이 땅의 청년들과 국민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2일 하나금융지주 명동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히고 “국민여러분께 사죄드린다”며 엎드려 석고대죄하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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