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선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을 두고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 추천 지영선 이사는 이번 주 초 눈 건강 악화를 이유로 이완기 방문진 이사장과 방송통신위원회 측에 사의를 밝혔다. 지 이사는 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치료가 잘 되고 있었는데 다시 나빠졌다”며 “새로운 일을 파악하느라 신경이 쓰인 점도 있었다. 고민을 하다가 더 일이 진행되기 전 결정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방문진 이사로 임명된 지영선 이사는 방문진 이사장을 맡을 것으로 관측돼 왔다. 정부여당 추천 이사 중 연장자가 이사장을 맡는 관례에 비춰 이완기 현 이사장보다 나이가 많은 지영선 이사 임명이 이사장 교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일각에서는 MBC 지역사 사장 선출이 마무리될 때쯤 새 이사장이 선출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왔다.

이 때문에 지영선 이사의 사의 표명이 방문진 내 이사들 간 자리다툼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지 이사는 “내가 이사장이 되지 않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식의 얘기도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 이사장 임기가 오는 8월에 끝난다고 하니 그때 교대하면 더 자연스러운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 보스턴 총영사 당시 지영선 위원장
▲ 보스턴 총영사 당시 지영선 위원장
1일 서울 여의도 방문진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완기 이사장은 지영선 이사가 마음을 돌릴 수 있도록 “만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영선 이사는 사의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지 이사는 “많이들 (제 사의 표명을) 만류하셨는데 충분히 생각하고 한 일”이라며 “양쪽(방문진과 방통위)에 죄송하지만 우스운 사람은 되지 말자고 스스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부실해서 이렇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여권 이사가 갑작스레 사퇴 의사를 밝힌 까닭에 MBC 안팎에서는 방문진 내 이사간 ‘파워 게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이날 방문진에선 신임 사무처장 선임 건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30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신임 사무처장으로 내정된 윤병철 MBC 부국장에 대해 노조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이 이사장은 사무처장 임명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MBC본부)는 윤 내정자에 대해 이사들 간 이견이 있는 상태에서 표결이 강행됐고 그 배경에 박영춘 MBC 감사와 이완기 이사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MBC본부는 또 윤 내정자가 지난 김재철·안광한 전 MBC 사장 시절 신사옥건설국 부국장, 용인 드라미아 단장 등 보직을 맡았고 MBC 구성원들로부터 신망을 받지 못하는 인물이자 과거 성희롱 시비를 불렀던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날 방문진 이사회에서 이완기 이사장은 “2월1일부로 인사발령을 내려고 했는데 내정자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와서 의혹이 해소된 뒤 임명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신임 사무처장 선임에 대한 논의는 2일 정기이사회로 미뤄졌다. 일부 이사들은 사무처장 선임이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될 경우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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